삼성팬으로서 주력 투수 3인방이 불미스런 일로 빠진 이상 이번 코시 어렵겠다 생각은 했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 심한 졸전이네요.

남은 선발 3인방은 어이없는 대량실점을 연달아 보이며 무너지고, 타선은 정말 심각한 무기력 속에 찬스를 못살립니다. 문제는 젊은 선수층은 그래도 파이팅을 보이며 찬스를 만드는데 베테랑 중심타선이 그 찬스를 무참히 박살내는군요.

4차전까지 오는동안 (1차전의 나바로 쓰리런을 제외하고) 단 한차례도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못던지고 볼질하다 위기를 자초하고, 위기 상황이 오면 손에 꼽을만한 몇차례 외엔 어김없이 줄줄이 맥없이 실점. 타선은 겨우겨우 찬스를 만들때마다, 잘 던지던 상대 투수가 지치고 흔들려 위기를 맞을때마다 중심타선이 힘내라고 응원의 땅볼, 내야 뜬공을 퍼줬죠. 두산이 분위기를 타면 무기력하게 질질 끌려가고, 두산이 잠시 흔들리면 그 틈을 타서 겨우겨우 잠시 숨이나 쉬는 식으로 시리즈 내내 한순간도 경기 흐름을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1승 3패라는 스코어를 떠나 경기내용이 심각한 졸전인게 더 문제입니다.

대구 시민운동장의 프로야구 첫해는 베어스에게 패배하며 준우승으로 시작했더랬죠. 이제 시민운동장에서의 프로야구 마지막해 역시 베어스에게 당한 준우승으로 10번째의 2등 기록을 남기며 마무리되겠네요.

지는건 어쩔수 없죠. 상대가 우리보다 더 잘한다면 이길 수 없는 법이고, 우리보다 더 강한 상대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요. 그러나 패자에게도 자존심이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 1위팀이라면, 지더라도 이런식의 무기력한 졸전 끝 완패는 안됩니다. 한국시리즈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지길 바랍니다. 준우승에 머무르더라도 한경기라도 더 이기고, 죽자사자 승리를 위해 발악하는 모습 끝에 아름답게 패배하길 바랍니다.

분위기가 처지고 사기가 떨어지고, 다 좋습니다. 그래도 이빨이 빠졌으면 발톱으로 긁고, 치명상을 입어 피를 흘리더라도 디펜딩 챔피언 사자의 마지막 위용을 보여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