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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냥 끄적인 글
게시물ID : readers_205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영10
추천 : 3
조회수 : 17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04 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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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양산을 쓴 귀부인이 한껏 받쳐 입은 드레스를 흔들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고급수제 하이힐이 보라빛으로 반짝이며 바닥과 부딪혀 경쾌한 소리를 냈다. 부인은 도도하게 턱을 들고 지나는 사람들을 모두 깔보듯 거만한 얼굴을 유지했다. 하지만 부인의 겉과는 달리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부인은 베이커가 221B 대문을 탁탁 두드렸다. 사자가 물고 있는 고리가 그녀의 기색에 빠질 듯 덜컥거렸다.

"누구시죠?"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겁먹은 얼굴을 한 남자가 걸쇠를 걸고 를 내밀었다.

"의뢰할 것이 있어 찾아왔어요."

남자가 문을 열어주자 부인은 예의 도도한 걸음걸이로 계단을 올라갔다. 마치 미리 와보기라도 한 듯 거침없었다. 이층 거실 방 문 안에서는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자는 이 남자가 셜록임을 확신했다. 깡마른 몸에 짜증스러운 얼굴은 소문과 다름이 없었다. 셜록은 섬세한 손길로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에게 소파를 권했다.

"누구시죠?"
"의뢰할 것이 있어 찾아왔어요."

셜록은 뒤따라 온 왓슨에게 눈짓했다.

'뭐야.'

왓슨은 두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몰라.'

셜록은 왓슨의 입모양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또 시작이군. 그는 곰방대를 내려두고 부인의 맞은 편에 앉았다.

"우선 들어보죠. 재미없으면 아웃입니다."

부인은 풀풀 날리는 먼지를 피하며 마찬가지로 인상을 찌푸렸다. 왓슨은 서로 인상을 찌푸리고 노려보는 두사람 사이에서 잠시 갈등하다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는 영국이다.

"부인, 차 드시겠습니까?"
"얼그레이."
"얼그레이, 왓슨."

어련하시겠어. 왓슨은 눈알을 굴리며 부엌으로 갔다. 남은 둘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침묵을 지켰다.

"무슨 일이시죠?"
"그게."
"아 무슨 말씀을 하실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 눈이 빨갛고 코가 맹맹한 것이 이미 한바탕 울고 온 것 같군요. 그리고 귀부인이 이런 탐정사무소에 방문하시는 경우는 주로 두가지죠. 한가지는 도난. 보석을 도둑맞았어요~. 보석을 누군가 훔쳐갔다면 오자마자 보석에 대해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급한 일이니까요. 나머지 한가지는 남편의 외도죠. 아까 들어오실때 단지 의뢰할 것이 있다는 말만 한 것으로 보아 자존심에 말하기 싫은 일이었겠죠. 그러니 세번 물었을 때 겨우 말씀을 하신 것이겠죠. 지금쯤 집으로 가시면 남편분이 계실..."
"쾅!"
"왓슨."

셜록은 부엌의 큰 소리에 왓슨을 어르듯 불렀다. 왓슨이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고 미안하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셜록은 못말린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다시 부인을 바라봤다.
부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부인?"
"저....저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셜록씨 말대로 집에 가면 남편의 외도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부인은 다급히 양산을 챙겨 나갔다. 셜록은 못마땅한 얼굴로 다시 담배를 물었다.

"안 따라가봐도 되?"
"응."
"하지만 우리 얼굴을 봤잖아."
"상관없어. 어차피 셜록이라고 생각할걸."
"하긴. 으....그런데 네가 나를 왓슨이라고 부를 때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알아?"

왓슨, 아니. 키가 작은 남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담배를 피우던 남자는 곰방대로 남자의 머리를 탁 쳤다.

"등신아. 셜록 행세를 안했으면 우린 들켰어. 얼른 챙기고 나가자."

담배를 피우던 남자는 부인이 앉았던 소파 밑에서 가방을 꺼냈다. 지저분한 방에서 긁어모은 돈들이 짤랑거렸다.

"그지같은 새끼들. 돈 좀 꿍쳐놓지. 담배나 사놓고 말이야."
"이쪽, 이쪽."

둘은 창문을 통해 밖으로 사라졌다.

****

"oh, shit."

왓슨은 돌아오자마자 머리를 감싸고 고함을 질렀다. 온 집이 먼지투성이에 부엌은 폭탄을 투하했는지 셜록의 실험재료들이 이리저리 부서져 있었다.

"셜록!"

이 놈. 잡히기만 해봐라. 왓슨은 장을 봐온 것들을 현관에 내팽개치고 그대로 내달렸다. 부인 남편을 잡으러 떠난다더니 집을 쑥대밭으로 해놓고! 나도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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