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설비보전팀이라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3년차 사원 짬찌입니다.
누수배관 공사가 있어서 오늘 출근을 했는데요
외주업체 소장님과 용접사 두 분이서 나오셨는데 물을 드레인시키고 용접을 후딱 하면 끝날 일인데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물은 다 빠져있고..
소장님한테 전화해서 왜 작업안하시냐고 여쭤보니 그 해당부서(제품팀)에서 모 과장님이 아침에 뭘 서비스해달라고 시켰는데
급한거라고하면서 시켜가지고 어쩔수 없이 그 작업에 붙었다는겁니다.
..?
이 업체가 '을'이다보니까 서비스 시킨 일 (약 반나절 걸리는 작업) 때문에 정작 제가 감독관으로 나온 공사를
물만 드레인시키고 하나도 작업을 못한겁니다.
저희 팀장님은 계속 왜 여태 드레인시키고 작업안하냐고 그러시구요..
너무 짜증나서 전화걸어서 물어봤는데
"아~ 그거 내가 급해가지고 좀 시켰어~" 이러는겁니다.
그럼 내가 주말에 뭐하러 출근한건가 싶어서
"그거 공문에도 없는 일인데 시키실 일이 있으셨으면 저한테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당일 아침에 배관공사때문에 작업자 두명나왔는데 그거 급하다고 시켜버리면 정작 제 공사는 언제 진행합니까?"
(사실 공사 감독관인 저희팀 사람들한테 말 제대로 안하고 몰래 서비스 요구한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안그래도 짜증났던 찰나 딱 걸림)
그랬더니,
"아니~ 그걸 왜 나한테 화를 내? 업체한테 뭐라고 해야지
내가 그 배관공사 하지말고 이거해달라고 했어? 말은 똑바로 해야지, 그리고 내가 니 친구야? 어?"
이러는겁니다.
그래서 전 맞받아쳤죠.
"정식적인 공문으로 발주나간 배관공사 (그렇게 큰 공사가 아님, 그냥 STS 100A 6m만 교체) 시방서에 의거해서
업체에서 준비해서 들어왔잖습니까. 다 인건비 계산해서 견적 통해서 나간 공사에 뜬금없이 반나절이나 걸리는
그걸 시켜버리시면 이 공사 내일까지 연장됩니다. 그럼 인건비 누가 물어줄겁니까?"
그러자 이 과장님이 하는 말,
"아니~ 그걸 왜 나한테 화를 내냐니까? 나는 그냥 부탁한거야~ 니 공사가 진행이 안됐으면 그 업체를 조져야지
왜 나한테 화를 내냐고, 그리고 내가 니 친구냐? 말조심해라잉? (대구사람)"
여기서 폭발해서,
"저 과장님같은 친구 둔적도 없고 두고싶지도 않습니다. 아시겠어요?
그리고 제가 지금 틀린말 했습니까? 맞는말만 하잖습니까."
그다음은 흥분해서 잘 기억이 안나네요. 흥분했다고해서 욕을 했다거나 반말을 했다거나 그런건 아니구 ㅎㅎ
그냥 그 아드레날린이라고 할까나 그런게 막 뿜어져나오는건지 제 얼굴근육이 막 일그러지고 떨리고 제 스스로가 느껴지더군요 ㄷㄷㄷ
암튼 제가 목소리가 좀 큰 편이라 화를 냈더니 주변에서 "왜 싸우고그래~ 싸우지마~" 이래서
저도 그냥 현장으로 돌아갔고, 업체 소장님이랑 잘 이야기해서 내일 오전중으로 마무리짓기로 했네요.
저희 팀장님께 이러저러한 상황 보고드렸더니
"그 미친새끼 웃긴새끼네 관리감독자가 여기 있는데 그걸 왜 지멋대로 업체를 부려?
(급하다고 했던거 뭔지 설명드렸더니) 그거 그렇게 급하지도 않고 정말 급했으면 긴급보수로해서
보수의뢰를 올리던가 선발주를 내던가 스패어를 챙겨놨어야지 ㅆㅂ 감독자한텐 말 한마디 안하더니 이제와서 지랄이네"
그나마 팀장님이 위로해주셔서 넘 고마웟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