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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공포소설 - 행복한 남자
게시물ID : humorbest_10481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죠르노_죠바나
추천 : 47
조회수 : 3422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4/29 05:55:54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4/28 22: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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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렇게 하지, 시체를 숨긴 곳을 사실대로 자백하면 사형만큼은 면하게 하도록 얘기해볼 텐데 어때?"

"......?"

"제발 그런 표정 짓지말고....."

"음....."

"일단 댁도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형량 쎄게 받는 게 낫지 않겠어?"

"형사님?"

"?"

"서류는 잠시 그냥 두시고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시지 않을래요?"

"시체가 어디있는지 말하려고?"

"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싶은데요?"

"사건에 관련된 것이라면야...."

"그냥 제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너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어, 불우한 환경에ㅅ...."

"전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제가 아직 눈도 못뜬 갓난쟁이였을 때 돌아가셨다 하더라구요."

말 끊는 재주는 좋군....

"그래도 아버지가 없다고 해서 불행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오히려 어머니한테 더 사랑 받았다고 해야하나?"

"네..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어릴 때 뿐이었고 좀 커서 어머니는 그러니까 음..절 힘들어 했어요. 
제가 아버지랑 굉장히 닮아서 계속 생각이 난다 하셨던가.결국 제가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어머니는 더이상 절 볼 자신이 없다면서 떠나셨어요. 아버지한테 가셨죠.."

"그뒤로 고아원에 들어갔다가 입양된 걸로 알고 있는데"

"맞아요, 절 데려가주신 분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근데 그것도 얼마가지 못했죠."

"......"

전부 알고 있는 이야기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남자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
그의 자택에서 여성의 머리카락들이 다량으로 발견되었고 나머지 신체부위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솔직히 얘기하자면 아무리 내가 겪을 일 다 겪은 형사여도 눈앞에서 이런 살인범을 대한다는 건 꽤나 괴로운 일이다.
게다가 저 뻔뻔하게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자기 옛날이야기나 늘어놓는 꼴이라니?
피해자 가족들이 이걸 알면 분명 어떻게 해서든 죽이려 들 텐데....

"강도가 들었어요.... 제가 자는 사이에 강도가 들어와 양부모님을 살해하고 돈을 훔쳐 달아났죠. 하룻밤 사이에 또 고아가 되어버린 거에요."

"...안타깝네"

"몇 번을 더 입양되었지만 제 부모들은 전부 죽거나 갈라서거나 그랬어요."

운이 굉장히 나쁜 쪽이군

"언제는 한번 음...열네살 때였나? 그때의 아버지는 절 학대하고는 했어요. 어머니는 묵인하셨고....뭐 얼마 안 가 주변에서 누가 신고를 해서 두 분 다 감옥으로 가셨죠."

동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범죄자들의 사연은 가끔 측은하기도 하다.
만약 조금만 더 평범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이런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미 저지른 죄까지 용서할 수는 없지만.

"근데 말이죠, 부모님이 잡혀가고 제가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아세요?"

"안도감 아니었을까? 구해진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아뇨, 전 화가 났어요!"

".....?"

"제 가족을 뺏겼다는 생각에 화가 나고 슬프고 우울감이 밀려왔어요....."

이걸 무슨 심리라고 하더라, 분명 뭔가 있었는데....
제길, 내가 왜 이놈 과거사나 듣고 있는 거지?

"어떤 가족을 만나도 마찬가지였어요, 전 그냥 계속 뺏기고 뺏기고를 반복할 뿐이었죠."

"......"

"미칠 듯이 괴로웠어요, 도대체 신은 저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저에게서 뺏어가기만 하는 거였을까요?"

그가 고개를 숙이고 떨다 이내 외치기 시작했다.

"왜!!!! 내가 뭘 얼마나 가지고 있다고!!!! 왜 나한테서만 다 뺐어가는 거냐고!!!! 왜 날 불행하게만 만드는 건데!!!"

"......"

"왜 나한테ㅁ!...켈록!...허억..헉..."

"물?"

"하아- 아뇨, 그냥...제 얘기나 마저 들어줘요"

후우.....

"그러다가 1년 전에 그녀를 만났어요. 단아한 모습에 웃는게 예쁜 여자였죠...그녀와 전 정말로 사랑했어요."

"그렇게 사랑했다면서 죽여?"

미친놈 같으니라고

"그리고 어느날 그녀가 저에게 말했어요. 같이 살자고....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자고..."

"......"

"그 말이 너무 불안했어요! 또 빼았길까봐!"

설마

"이번에는 절대 뺏기고싶지 않았어요...절대..절대..!"

설마

".....그래서 먹었어요"

"....."

"딱딱한 뼈나 손톱 등은 빻아서 먹었고 나머지 부위는 며칠에 걸쳐서 구워 먹었죠. 아, 국을 끓여 먹기도 했고...안타깝게도 머리카락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네요"

시체의 행방은 알았지만 이내 뒷목이 뻣뻣해지는 공포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번만큼은 절대로 뺏기지 않아요!"

"....."

"이제 저와 그녀는 하나에요."

"...이 미친 새끼...."

미쳤다는 말 밖에는 이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 않고 천천히 또박또박 화사한 어투로 내게 말하였다.

".....전 이제 행복해요."

그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었다. 
  --------
작가의 한마디 : 역시 귀신보다는 사람이 더 무섭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것이 악의가 있던 없던 간에.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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