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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공포소설 -맨홀
게시물ID : humorbest_10484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총몇명
추천 : 16
조회수 : 3403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4/30 03:58:26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4/29 12: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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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6살 때 일이었다.

당시 나는 동네에서 잠이 없는 아이로 소문날 정도로 새벽까지 잠을 안자던 아이였다.

부모님도 처음엔 날 재우려고 애를 쓰셨지만 결국엔 항상 먼저 주무셨던 기억이 난다.



난 새벽에 항상 창밖을 바라보곤 했었다.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면 느껴지는 새벽 공기가 참 좋았다.

 


그 날도 역시 부모님이 먼저 주무셨고, 나는 어김없이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캄캄한 어둠속에서 빛나는 주황빛 가로등을 바라보며 선선한 새벽공기를 맡고 있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가 흐르고, 슬슬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우려던 찰나 

갑자기 하늘에서 진동소리와 함께 초음파 비슷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칠판을 긁는듯하지만, 그렇게 듣기 싫지는 않은 소리였다.

 


다시 창밖을 쳐다보니 하늘에 거대한 무언가가, (마치 비행체 같았다)

길 한가운데 있던 맨홀 뚜껑을 둥근 빛으로 비추고 있었다.

 


이에 놀란 나는 곧바로 부모님을 깨워 금방 보았던 일들을 얘기했지만,

부모님과 함께 확인한 창 밖엔 그저 칠흑 같은 어둠만 깔려 있을 뿐이었다.

 


이 일이 벌써 20년 전이다.

나는 자라면서 뇌리에 각인된 이 일을 이야기로 풀어내

종종 지인들에게 들려줬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각색해 소설로 올려보기로 생각했다

마침 한 커뮤니티에서 미스테리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 상품이 걸려있었기 때문에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내가 각색한 이야기의 내용은 자정이 지난 새벽

맨홀 위에 1시간 동안 정자세로 서있으면 유에포가 접촉해 올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

 


당시 내가 창밖을 한시간 정도 바라보기도 했었고 맨홀 위에 유에포가 왔었다는 것 또한 실제 경험이였기 때문에

이야기의 풍미를 높여준다는 실화를 각색했다라는 말까지 각주로 달아놓았다.

 


그러나 글은 예상대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 하긴 내가 봐도 허무맹랑한 각색이었다.

그저 반대수만 오르고 훌륭한 소재의 글들에 뒤로 묻힐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일찌감치 수상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다시 커뮤니티에 볼일이 있어 들어갔을 때 내 아이디로 웬 쪽지한통이 도착해있었다.

 


도와주세요. 제 동생이 당신 소설 속 내용을 따라 해보겠다며 나간 뒤로 사라졌습니다

 


처음 쪽지의 제목만 봤을 땐 그저 철없는 애들의 장난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쪽지엔 동생을 찾는다는 전단지와 실종신고 서류까지 포함돼있었기 때문에 

장난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진짜였다

그리고 그는 날 직접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글을 흉내 낸다며 나갔다가 사라졌다 해도 누가 갑작스레 납치를 했다던가

아니면 단지 핑계로 가출을 한 것이거나 같은 여러 상황의 가능성도 배제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내 소설을 따라한다고 나간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를 만나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남을 허락하자 설상가상으로 그는 자신의 동생이 마지막으로 가겠다고 한 곳,

, 그의 동생이 실종 된 것으로 추정되는 맨홀에서 나와 만나길 원했다.

 


게다가 그가 원하는 시간대는 새벽이었다.

또한 그는 자신 또한 소설과 같은 조건에서 맨홀 위에 서있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외계인이든 괴물이든 사람이든 접촉해오지 않는다면, 동생이 소설을 따라하다가 실종된 건 아닐거라 믿겠다고 했다.

 


나는 그가 요구하는 사항을 듣고, 아무리 동생이 실종됐다고 하더라도 초면에 이런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하나 싶어 만남을 거절하려고 생각했었지만 어떻게 보면 동생을 잃었기 때문에 내 소설을 재연해보겠다는 

그의 마음이 한편으론 이해가 됐고 안쓰러웠다.

 


그렇게 나는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새벽 3시에 그가 동생이 사라진 것 같다는 맨홀이 있는 장소에서 만났다그는 생각보다는 키가 크고 마른 청년이었다

나보다 몇 살 아래였지만 생김새는 나랑 비슷한 나이 대처럼 보였다.

 


그는 말했다시피 동생의 실종을 그저 내 소설과 관련이 있는지만 증명하고 싶을 뿐이라면서 

소설처럼 1시간이 지나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나에게 앞으로 이런 일로 연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맨홀 위에 올라가 양 손에 깍지를 낀 채 서있기를 시작했다.

새벽이다 보니 동네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가로등에 켜져 있는 주황색 빛만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가 맨홀 위에 있는 동안 나는 한참 뒤에 떨어져 그저 그가 그저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남자가 가로등 불빛 아래 깍지를 낀 채 마네킹처럼 맨홀 위에 서있는 광경은 마치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괴기스러운 광경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와 내 시계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소설에 나온 1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내 소설이 그의 동생이 사라진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그에게 1시간보다 훨씬 더 시간이 지났다고 말해주기 위해

결국 당신 동생 일은 안타깝지만 내 소설과는 무관했음을 말해주기 위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로등 빛 때문에 멀리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던 그의 모습이 가까이 갈수록 잘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발견했다. 그의 눈동자가 흰자로만 채워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미 내 위에는 비행체가 도착해있었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제가 지난 달에 허접한 문장력으로 썼었던 글을 

좀 매끄럽게 리메이크해봤습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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