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경위서- 안녕하세요? 음. 인사는 어울리지 않을까요? 어쨌든 상관없습니다. 경위서라고 해서 꼭 딱딱하게 쓰라는 법은 없을테니까요. 일단 형사님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저를 단순한 연쇄살인범으로 생각하고 계시겠죠. 맞아요. 전 연쇄살인범입니다. 이제껏 6명의 20대 여자를 죽였죠. 그것도 가장 예쁜 여자들만요. 살인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밤 늦게 길을가다가 예쁜 여자를 발견하면 칼로 심장을 찌르면 그만이었지요. 찌르고 도망치고, 찌르고 도망치고... 그렇게 일주일간 6명을 죽였고, 7번째 여자를 죽이려는 찰나에 형사님에게 붙잡혀서 이곳에 오게 된 것입니다. 형사님도 조사를 하셨기에 알고 계시겠죠? 전 그들에게 원한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며, 삶에 찌들어서 미친것도 아니었고, 돈을 갈취 하기 위해 죽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쁜 20대의 여자들을 주로 타겟으로 잡았지만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흔적도 안보였을테고 요. 전 단순하도고 평범한 방법으로 여자 6명을 죽이고 달아났습니다. 형사님은 그 이유가 너무나도 궁금해서 미치시겠죠? 그런 연유로 제가 입을 열지 않자 경위서를 쓰게 만드셨겠죠. 사실 말로써 이유를 말씀드리려고도 했으나, 아무래도 글이 나을 것 같아서 경위서를 요청 한겁니다. 말을 하다보면 분명히 제 말을 다 듣기도 전에 형사님은 흥분을 하실테니까요. 형사님.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고도 진실된 이야기이므로 집중하셔야 합니다. 저는 지난 27년동안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여자친구도 만들고, 대학교에도 가고, 직장도 구해보고, 교회도 다니면서 말 이죠. 그러던 어느날 중대하고도 대단한 발견을 해버렸습니다. 네. 그건 발견이죠. 감춰진 진실을 보게 된 것이니 발견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됩니 다. 하루는 직장 동료들과 술을 먹고 집으로 향하다가 어느 골목길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갑자 기 골목길 안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리더군요. 남자라면 무릇 호기심을 갖게 되는 그런 신음소리, 형사님도 대충 아시겠죠? 그래서 호기심이 생긴 저는 골목길로 조심스럽게 까치발을 들고 걸어갔는데, 그곳에서 제가 무엇을 보게 된줄 아십니까? 어떤 여자가 있었는데 쓰러져있는 남자의 배에 칼로 쑤시기를 반복하면서 희열에 찬 신음소 리를 내고 있더군요. 분명히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었지만 웬일인지 비명도 나오지 않았으며 도망칠 생각은 더더 욱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저의 인기척을 느낀 여자는 신음소리를 멈추고는 저에게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신기하죠? 저를 죽이려고 하는것도 아니고, 도망친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저한테로 다가올 뿐이었죠. 근데 더 놀라운것은 여자는 제게 자신이 들고 있던 칼을 건네주더니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 습니다. 하핫. 아마도 지금쯤 형사님은 저를 미친놈 취급하며 코웃음을 치고 계시겠죠? 왜요? 말이 안되는 것 같죠? 하지만 제가 말하는 모든 것은 다 진실입니다. 어쨌든 전 싫다고 했고, 어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여자가 저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살인을 하게 된 동기와 위대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주더군요. 처음에는 저도 믿지 않았지만 그녀가 하는 말들을 계속해서 들으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 니 그건 절대적인 진실이란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진실에 다가간 저는 자리를 옮겨 그녀와 산책을 하던 도중 그녀를 칼로 찔러 죽였습니다. 그녀는 정말 천사였죠. 천사라는 존재가 우리들이 생각하는 통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말이죠. 형사님. 잘 생각해보세요. 모든 생물체는 죽으면 영혼이 된다고들 하죠? 아니 최소 영혼이 되지 않더라도 무언가의 존재로 될거에요. 죽으면 끝이라는 것은 존재의 이유 자체를 무시하는 생각이니까요. 확실히 생물체라는 본질은 죽음으로써 이르는 또 다른 공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태어나면 번데기는 죽은 시체가 되는 것처럼 인간도 죽으면 무언가로 다 시 태어나지만 인식을 못하고 있을 뿐이죠. 태어나는게 아니면 변화하거나 이동하는거라고 표현해도 좋고요. 영혼이 되든, 천국이나 지옥에 가든, 상상도 못하는 존재가 되든간에 다 좋습니다. 경험해본 사람도 없을뿐더러 정확하게 규명한 사람도 아직은 없는 상태니까요. 어찌됐든 지금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의 세계에 간다고 생각할께요. 그럼 여기서 생각해야할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모든 존재는 개별적인 특성과 종속감을 갖고 있죠? 인간으로서 보자면 작게는 가족, 크게는 국가정도가 되겠네요. 곤충이나 새, 포유류로 더욱 크게 나눠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이 대목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만약 인간이 죽어서 영혼의 세계에 간다면 인간은 영혼으로서의 종속감을 가지게 될겁니다. 그들도 그들만의 세계가 있겠고, 스스로가 같은 존재이기에 의지하며 단결하겠죠. 물론 그들도 우리 인간처럼 세분화된 다른 종류의 종속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인간과 비교 하자면 인간과 영혼의 두 개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그 이상도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위는 인간과 영혼이니 여기에 선을 긋도록 하죠. 그렇다면 형사님. 보통의 존재는 종속감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과 같은 존재가 더욱 많아 지기를 원합니다. 형사님이 어떤 동아리를 만든다면 그 동아리에 더 많은 사람을 불러오기 위해 노력하는것도 작은 의미로 보는 종속감 유지죠. 영혼들도 분명히 많은 영혼을 만들기를 원할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 과정에서 악마와 유령의 존재가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겠고, 다른쪽에서는 패권주의자의 출현과 자연 이상현상에 대한 일에도 어느정도 입김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셨다면 어느정도는 눈치챘을거라 생각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을 영혼의 세계에 보내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 다. 형사님은 이런 궁금증을 가져보신적이 있나요?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 출산은 모두가 기뻐하는데 왜 죽음만큼은 모두가 싫어하며 피하려고만 할까? 사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고통이 굉장히 큰 역할 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출산도 죽음못지않은 고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세계에서 살면서 갖가지 일로 죽음을 당할때가 고통스러운거지, 자연사같은 경 우에는 잠을 자는 것처럼 편안하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출산은 어떤 방법을 쓰던간에 고통스럽죠. 아기와 산모, 그것도 모자라 주위의 사람들까지 신경쓰이게 하며 힘들게 합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출산을 좋게 생각하며 기뻐할까요? 그건 바로 종속감 유지때문입니다. 인간이기에 인간의 생성을 기뻐하며 좋아하는거죠. 반대로 죽음은 인간의 종속감을 방해하는 것이므로 두려워하며 싫어하는겁니다. 그래서 살인을 가장 큰 죄로 생각하며 꺼리는 것도 종속감 유지에 관한 이유 중 하나죠. 하지만 모든 존재는 삶의 기한이라는게 있습니다. 참 신기하죠? 지구상에 태어나는 모든 생물체는 다 죽는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출산은 선택이지만 죽음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말그대로 출산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 않는게 문제가 아니라 남녀가 만나서 관계를 맺고, 무려 10달을 힘들게 고생을 해야만 할 수 있는거죠. 그에 반해 죽음은 단 몇초만에도 이루어질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존재가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법칙과도 같은거죠. 절대로...그 무엇도...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참 신기하죠? 이것이야말로 영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증의 예가 되겠네요. 모든 생명체는 사는것보다 죽는게 더욱 쉽게 만들어졌습니다. 하루 세끼를 먹고, 운동을 하며, 수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면서 살아도 병을 얻거나 사고로 죽게 되죠. 온갖 노력을 다하면서 겨우겨우 사는건데 죽는것은 고작 10cm짜리의 칼로 단 몇분만에 죽 는다 이 말입니다. 모든 것에는 뜻이 있고,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흡사 사는 것보단 죽고 나서가 더욱 귀한 존재이니 빨리 죽으라는 뜻이 아닐까요? 그렇기에 자연이 살상을 도와주고, 때로는 인간 스스로에서도 혁명가가 나와서 수많은 사람 이 죽는 게 아닐까싶네요. 지금 상황만 봐도 인간이 지구를 살게 됨으로써 지구는 더더욱 빠른 파괴를 이루었습니다. 사람들도 그러죠. 조만간 지구에는 남아있는 생명체가 거의 없을거라고요. 어쩌면 모든 것을 만들어낸 존재가 인간을 지구에 보내서 빠른 죽음의 길을 인도했는지도 모릅니다. 후훗. 이해가 잘 되지 않으시겠죠? 어차피 남은 생각의 틀을 잡는것은 형사님의 몫입니다. 이제 제가 살인을 하게 된 이유를 정확하게 말씀드려야겠군요. 전 살인을 함으로써 사람들을 더욱 빨리 죽음후의 존재로 만들어줬고, 저 나름대로도 죽음 후의 존재들에게 선행을 베풀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행위입니다. 사람들은 착한일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도와주죠. 보통의 착한 행동은 현실에서 바보취급만 받을 뿐입니다. 자신의 것을 내주고 얻는 것이란 평온한 마음뿐이니 인간 세계에서 보자면 정말 유용하지 못한 행동이죠. 하지만 보통 그런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런 선행을 쌓았으니 죽어서도 선행이 남을거라고요.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선행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희롱입니다. 흔히들 죽은 후에 천국을 가기 위해 사람들을 도우며 산다고 하죠? 정말로 천국을 가고 싶다면 많은 사람들을 죽여야합니다. 그리하여 죽음후의 존재들을 많이 만들어줘야 그들이 인정을 해주는 것입니다. 형사님이 살고 있는 지역이 있다고 보자면, 그곳과는 반대의 지역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반대되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여러명의 사람을 데리고 형사님의 지역으로 오기 를 바라십니까, 아니면 반대쪽의 사람이 그곳에서 번창하기를 바라십니까? 물어보나마나 형사님의 지역으로 와서 여러 가지 일을 돕는게 백배는 낫겠죠. 오히려 반대쪽이 번창하면 형사님의 지역은 쇠퇴할 수 밖에 없으니 도움은 커녕 방해를 주 는 것이죠. 그런 방해를 준 그가 나중에 뒤늦게 넘어오게된다면 형사님은 과연 어떻게 할까요? 미워서라도 괴롭히거나 심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요? 바로 그겁니다. 저는 죽음후의 존재를 인식함으로써 지대한 발견을 한 것이죠. 물론 기본적인 정보는 제가 죽인 그 여자가 알려줬지만 정보를 스스로 터득한 것은 접니다. 여자도 나와 비슷한 방법으로 터득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미 그녀는 10명도 넘게 죽인 상태였는지라 제게 진실을 알려주고는 양보를 해주었습니다. 스스로 저한테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말이죠. 그래서 제가 그녀를 천사로 표현하는겁니다. 천사를 죽인 저는 많은 사람들을 죽음후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역시나 20대 의 미녀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싶더군요. 개인적인 취향이 섞인거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선행을 위한 행위였으니까요. 그리하여 20대의 여성들을 죽이면서 다닌건데, 이제는 어느덧 제게 진실을 알려준 천사의 뒤를 이어야할 때가 온 것 같군요. 이 글을 읽으시고 딱 1시간동안 생각을 해보시면 모든 것이 정리가 되며 진실을 발견하시 리가 여겨집니다. 형사님이라면 충분하고도 남을 시간이겠죠. 저보다 훨씬 이해력이 빠르고 대단하신 분이니까요. 사실 형사님도 수많은 범죄자를 잡아들여서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선행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선행은 확실하게 많이 하는것이 더 좋을테니까요. 게다가 형사님에게는 칼보다 좋은 권총이 있지 않습니까? 전 상담실에서 형사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디 저를 죽이시고 진실에 한발자국 다가서기를 바랄뿐입니다. 꼭 진실에 눈을 뜨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형사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형사님?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고 계십니까?” “응? 아...아냐.” “그나저나 저 놈은 어떻게 할까요? 김형사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한마디도 안하겠다는데요?” “그래? 음...” “근데 놈이 쓴 경위서에는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저 놈 아까부터 계속 실실거리며 웃고 있 는데 아주 미치겠다고요.” 김형사는 사건경위서를 접고는 별 것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에 이형사는 잠시 의아스러워 했지만 입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볼일이 끝난 이형사는 방에서 나가려고 했으나 김형사가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이봐 이형사. 죽고나면 흔히들 영혼이 된다고 하잖아. 정말 영혼의 세계가 있을까?” “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아니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음...뭐 있기야 하겠죠. 만약 죽음과 동시에 소멸한다고 생각하면...크윽. 그건 좀 끔찍하잖 아요. 하핫.” “으흠...그렇군.” 김형사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이형사였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사건경위서를 주머니에 넣은 김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형사를 따라 방에서 나왔다. “지금 그 놈을 만나보시려고요?” “나를 불러달라고 했다며? 그럼 가봐야지.” “네, 그러십시오. 근데 권총은 왜 가져가십니까? 아무리 연쇄살인범이라고 해도 흉악범까지 는 아닌 것 같던데요?” “그냥. 준비를 하는거야. 준비.” “준비요? 무슨 준비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선행을 쌓을 준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형사에게 김형사는 산뜻한 미소를 보여주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 다. 무조건해라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