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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허세로 느껴지면 그게 시가 아니란 얘기
게시물ID : freeboard_438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마
추천 : 1
조회수 : 36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6/18 03:18:15
시 배울 때 가장 처음으로 강조되는 것이 관조

한국 현대시가 산문시 형식을 받아들이고 또 구조적 해체를 이룬 유행이 있었던 것도 한참 됐는데

더군다나 현실 참여에서 자기 내부 서정을 깊게 다루는 것이 인기 있어지다보니

더더욱 그 내용이 자기 자신에의 관조라는 의무를 피할 수 없게 됨.

그래서 시는 허세가 되지 않음





철물점 여자 



예외 없다 사람 손 가야 비로소 제값 하는 
무수한 연장들 틈새에서 시 쓰는 여자가 있다 
새벽 여섯 시부터 밤 여덟 시까지 
못 팔아야 살지만 못 팔아도 사는 여자 
십 년 전 마음에 심은 작심(作心)이라는 볼트 하나 
너트로 한 바퀴 더 조여야 하는 
사월은 성수기 
작업 현장에 연장이 필요하듯 
여자에겐 시간이 절실하다 
시를 쓰겠다고 한 시간 일찍 나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여자를 
고요 속 새벽이 빨아들인다 
뒤란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 
흙집을 개조한 철물점 기와지붕엔 
아직도 이끼가 끼어 있어 
늘 기역자로 만나야 하는 새 소리는 
어긋나 포개진 기왓장 틈새에 알 낳고 품었을 그 시간들, 
지난 십 년을 생각나게 하는데 
용마루 위 일가 이룬 새들의 울음소리에 
자꾸만 착해지는 여자 
지명 따라 지은 이름 '대강 철물점' 
간판 너머엔 
적당히 보리밭 흔드는 바람이 불고 
멋대로 떨어지는 감꽃도 싱싱하지만 
개줄 하나 팔고 앉으면 받침 하나 빠지고 
물통 하나 팔고 앉으면 단어 하나 달아난다 
오늘도 
철물처럼 무거운 시 
플라스틱 약수통처럼 가볍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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