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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아침 9시 30분의 첫만남에서 저녁 9시 30분의 환송까지 모든 과정이 다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을 꼽아본다면 결과물인 합의문 발표를 전 세계에 생방송했다는 것과 그 직전에 있었던 도보다리에서의 30분간 독대 이벤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말(=언어와 공감)이 통하는 두 당사자였기에 통역 없이도 가능했던 배석자 없는 오직 두 정상간의 그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는 두 정상 이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오늘쯤 판문점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궁금해할 트럼프에게 직통 전화가 오갈 것이고, 또 5월 중순에는 방미 정상회담도 있을 것입니다. 그 때 도보다리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를 무척 궁금해하는 트럼프가 물어보겠죠.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은 적절히 대답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조목조목 얘기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그 때 그 당시 있었던 그 대화의 뉘앙스나 받아들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느낌은 그 누구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 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했던 말을 요약을 해서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그것 또한 100% 완전치는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외교에서 남북 정상의 진솔한 30분간의 독대에서의 이야기는 상당한 히든 카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그것을 따로 협상카드로 써먹지 않더라도 그 30분간의 독대가 있었던 그 상황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이나 중국, 혹은 러시아, 일본에까지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저절로 받게되는 카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 도보다리 이벤트가 좋았던 이유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30분간의 대화 모습은 오고간 대화 내용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전 세계의 기자들, 정치인들, 시청자들에게도 둘이 뭔가 진지하게 얘기하고, 서로 공감하고 합의도 되고,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하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5월 중순이나 6월 초순으로 예정되어 있는 북-미 정상회담도 기본적으로 잘 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혹시라도 미국이 만족할 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벼랑 끝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미국이 만족할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카드가 살아 있으며 그 카드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 바로 어제 도보다리 대화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인물, 험한 먼길을 함께 떠나도 믿음이 가는 길동무인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있기에 아마도 어쩌면 북-미 회담에서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날을 택해서 남 - 북 - 미 3자 정상회담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디테일의 악마를 디테일의 천사로 만드는 100%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제 도보다리에서의 30분간 독대 이벤트는 정말이지 신의 한 수 였습니다. 아무 소리 안들려도 좋았습니다. 두 분 정상이 서로 진지하게 대화하고 공감하고 편하게 얘기하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 대륙간 핵탄두 미사일 ICBM 100발은 저리가라의 굉장히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