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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믿고 보는 그녀들
게시물ID : comics_1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유로운그대
추천 : 10
조회수 : 801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5/07/09 00:25:49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신간이 나오면 내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빚을 내서라도 사야만 하는 작가들이 있기마련이죠.

저에게 있어 그런 작가들이 한국에 다섯분 계십니다.
유시진, 권교정, 한혜연, 김연주, 윤지운.
만화게 생기면 꼭 관련한 이야기를 하나 쓰고 싶다.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좋다!!! 막 좋다!! 겁나 좋다!!!!라는 감상빼고 달리 할말이 없길래-_-;; 미적거리고 있었죠.
어제 밤 늦게 책장 정리를 하다가 마음이 동해서 사진도 찍고 때는 이때다 싶어서 일단 닥치고 찬양을 해보도록 해요~
만화책장.jpg
(방청소 했습니다.ㅋ 친구랑 친척들이 빌려가서 여기저기 책이 빠진 곳이 많네요.)


먼저, 유시진 작가님.

유시진.jpg
유시진 작가님의 작품은 제일 먼저 신명기로 접했습니다.
만화잡지 '나인'에 연재되던걸 보다가 빠져들어서 지금까지 팬입니다.
제게는 '결핍'이라는 소재를 누구보다 잘 사용하는 만화가 1위십니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한가지 주제를 아주 집요하게 파고 또 판 '온'이라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작가님의 말을 빌자면 온은 '오르막'에 관한 이야깁니다.
무심하다 못해 시니컬한 대사, 건조한 묘사의 그림체를 가지고 계시지만 내용은 아주 무겁고 깊어서 상반 된 성질의 것들이 공존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온과는 반대로 '내리막'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폐쇄자'도 좋아하는데.. 
폐쇄자는 온보다는 조금 더 가볍지 아니한가...생각합니다.(권수도 1권 적고요.)
최근작인 월흔에서 그림체가 확 달라지셨는데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습니다. 신명기때의 그림체를 최고 좋아하는데 점점 제 취향과는 멀어지시는것 같아요. ㅠㅠ



권교정.jpg
넵. 권교주님이십니다.
권교정님의 작품은 꽤 늦게 접했습니다.
굉장히 유명하시고, 그래서 여기저기서 추천도 많이 받았었는데 그림체가 취향이 아니어서 미루고 미루다 '디오티마' 단행본을 보고 그냥 신도가 되었습니다.(킹교만세!!!!)
다섯 분 중에서 둘씩을 골라 묶어라!하면 일단은 유시진 작가님과 교주님을 묶겠어요.ㅎㅎㅎ어딘지 동류의 기운이 흐르십니다.
작품안에서 느껴지는 사고의 유희랄까요.
손에 잡히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론, 가치, 감정등의 근원을 캐내는 장인정신이 느껴져요.
특유의 신비롭지만 어디엔가 존재할것 같은 묘한 현실감을 가진 캐릭터들을 잘 그리십니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에선 '함장- 나머 준'이 그러하죠.
'지식'에관한 생과 사를 초월하는 염원이나 갈구. 그런게 한 사람 안에서 응축되면 '가능할지도...'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교주님께서 암투병으로 책들이 죄다 연재가 멈춰 있어서 복잡한 심경입니다.
자신을 틀어짜내서 만드는것 같은 만화는 체력이 되질 않아서 도저히 작업하실수가 없고, 그나마 수월한 '글'로 작품활동을 대신하겠다고 하셔서
최근에 '더 킹'이라는 소설책이 나왔습니다.
냉큼 사서 읽었는데.....역시 그림과 같이 보고 싶어요.(죄송해요 교주님..ㅠㅠ 욕심 많은 독자입니다..)
교주님의 그 아른 아른거리는 휘발성 끼얹은 그림이 보고 싶어요.
부디 치료 잘 받으시고 완쾌하세요.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혜연.jpg

한혜연 작가님.
역시 '나인'을 통해서 알게되었습니다. 데뷔하시고 줄곧 미스테리, 스릴러. 이런 계통의 작품을 주로 하셨는데..
당시 나인의 주 타겟층이었던 2,30대 여성 독자들을 위한 작품으로 '금지된 사랑'을 연재하신 이후로는 이런 일상물(?)을 주로 그리십니다.
처음 금지된 사랑을 읽을때는 고딩이었는데.. 그때 꼭 성인이되어서! 아니 서른이 넘어서 다시 읽자!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낸지 30년 정도가 지나고 다시 읽으면...새롭게 보이는 부분들이, 더 공감하게 될 부분들이 많을거야.라고 느꼈죠.
그리고 지금 다시 읽어보면 그때 내 예상이 맞았구나 싶죠.
막연하게 상상으로 느껴야했던 감정들이 일정부분 이미 내가 체득하기도 했고, 도저히 용납이 안되거나 이해 할 수 없던 행동들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기도 하고.
'여자' 그리고 '사랑' 이라는 진부해 보이는 주제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어서 아무때고나 꺼내서 읽어보는 스테디셀러에요.
최근에 드라마 '연애시대'를 정주행 했는데.. 문득 금지된 사랑이 떠올랐어요. 분위기가 닮은 구석이 많아서 연애시대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금지된 사랑도 좋아하실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의 디테일이 아주 좋아요.
캐릭터마다 그 나이대의 그런 성격을 가진 여자가 보여주는 일상적이고 당연한 행동 묘사가 작품 전반에 녹아있구요.
그게 아주 자연스러워서 어떨때는 나 자신 같기도하고 그래요.(점심먹고 화장실에서 립화장 수정할때랑, 딸기 설탕 찍어먹고 손가락 핥을때랑..등등등)
대사나 독백이 많아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한때 일본의 여러 대학교에서 한국의 여성을 다룰때 교재로 쓰인적도 있다고 들었던 것 같네요..(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밌는건 연재될 당시의 여성들의 패션이 정말 다큐 수준입니다.
보고있으면 맞아! 이랬어!하는 패션들이 많이 나와요. 헤어스타일이나 소품같은 것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말이 길어 졌네요.;;


윤지운.jpg

윤지운 작가님.
엄청나게 빠른손을 가지신것 같아요.
책이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나옵니다.ㄷㄷㄷ 최근엔 두작품이 동시에 발간됩니다.(무섭)
단행본 나오는 속도도 타 작가님들과는 비교 불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심지어 그림도 고퀄!!)
진짜 윤지운 작가님덕에 하염없이 신간을 기다리는 지루함이 사라졌어요.

물 흐르듯, 공기가 흩어지듯 감정선을 그리십니다.
딱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복잡하고 애매하고 지랄맞은 감정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이렇게 반응하겠다, 이렇게 생각하겠다. 하는 감정묘사의 천재에요.
'디어 왈츠' 8권 중반부터 나오는 '마음이 무너진 자리'편은 정말 작가님 작품중에서 최곱니다.
여전히 저는 이 파트를 한번에 설명하지 못합니다.ㅋㅋㅋ

그리고 정말이지 대사가 찰지십니다. 드립력이.... 한권에 한번씩은 빵빵 터집니다.ㅋㅋㅋㅋ 
그림. 정말 예쁘죠. 정말 아름다워요. 고전물 그리시면 더 더 아름답습니다!!!
파한집이나 무명기에 나오는 당나라 복식.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김연주.jpg

김연주 작가님
다섯분중 유일하게 데뷔작부터 좋아한 분이네요.(이슈 공모전 당선하시고 당선작이 실릴때부터 함께 했네요.)
데뷔때의 그림체와 거의 달라지지 않으신게 놀랍죠. 이미 그때 그림체를 완성하셨어요.
어찌보면 다섯분중 가장 라이트한 느낌을 주시죠. 10대팬이 정말 많으신걸로 알아요.
기숙학원물의 '성 도체스터 학원 살인사건'으로 빵! 뜨시고 '소녀왕'이나 '플라티나'같은 작품을 연재하셔서 그런 것 같은데.
작품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게 밝고 경쾌하지만은 않죠.ㅋㅋㅋ
개그컷 그리시는걸 상당히 즐기셔서 무겁게 가라앉을때 한번씩 점프를 해주십니다.

'나비'같은 장편도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의 단편들을 아주 많이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더! 더! 그려주세요!!!)
가끔 읽다보면 이분은 참 독자들에게 친절하지 않구나. 하고 느낍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회상씬이나 독백. 시선의 흐름으로 처리하는 감정이나 상황 묘사. 
그게 나중에 다시 여러차례 반복되어 나오고 그제서야. '아...이래서 그랬구나'하고 다시 이해해야하는 들쑥날쑥한 구성들이 계속계속 이어집니다.
그게 처음엔 상당히 낯설어서 독심술이 아니면 이 얘긴 이해 못하겠네. 싶었는데....읽다보니 익숙해지더라구요. (요론 스퇄로는 이시영 작가님도 계시죠)

최근 '펠루아 이야기'에서 캐릭터들이 손잡고 키스하는 단계를 넘어가고 있는데.
그게 가장 놀라웠습니다. 영원히 작가님은 그 영역을 묘사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말이죠.
이미 데뷔부터 함께한 팬들이 다 한참전에 성인이되고 이제 봉인해제해도 되겠다. 싶으신건지..ㅋ 
작가님 작품속에서 '능글맞은' 남캐를 보는 신선함.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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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판 만화계가 아사 직전이라서 걱정이 많아요.
사랑하는 작가님들이 합당한 페이 받으시면서 인세를 누리시면서 작품 활동하시길 바라는데..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고.
만화책 사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끝.
출처 좁디 좁은 내 방 한쪽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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