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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에 얽힌 추억
게시물ID : sisa_872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리트
추천 : 6
조회수 : 5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06/19 05:58:14
아가씨에 얽힌 추억

공론사이트인 아크로(링크)에 담벼락(링크)이라고 익명게시판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재미있는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서로 자신의 존재(온라인상의 닉네임)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상대방의 호칭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얘기들입니다. 비록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익명 놀이터(?)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호칭을 '님'같은 아무런 존칭(?)없이 바로 반말로 얘기를 나누는 것과 'ㅤㅎㅛㅇ'이라는 묘한(?) 호칭을 섞어 부르는 것이 꽤나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거죠. 별거 아닌 것같은 'ㅤㅎㅛㅇ'조차 빼고 바로 반말로 찍자붙이면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해지는 반면에 그래도 애교스러운 'ㅤㅎㅛㅇ'이란 명칭이 감정적 완충작용을 해 준다는 논리입니다.

온라인상에서 하도 험한 꼴을 많이 봐 온 저로서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있고... 반대로 디씨겔쪽의 냄새가 나서 아직은 손발이 좀 오글대는 면도 없는 건 아닌데...

아무튼 오늘 아크로 담벼락에 올라온 제안 하나(링크) 가 상대방을 '아가씨'라고 부르자는 겁니다. 얼마전에 '추노'라는 드라마에서 남자들 사이에서도 연배가 높은 상대를 '언니'라고 부르는 장면에 자주 나왔죠. 그래서 그런지... 온라인 익명게시판에서 상대방을 아가씨라고 부르면 바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좀 들더라고요.

저는 '아가씨'라고 상대방을 부르자는 제안을 듣는 순간... 수십년 전의 방공강연때 들은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요즘은 386세대 위에 씌워진 반공교육의 흔적을 많이 느끼네요...

언제 들은 얘기인지는 기억도 희미합니다만... 아마도 배경은 박통시절의 남북적십자 회담이나 뭐.. 그런 때였던 것 같습니다.

남측 인사가 안내를 맡은 북측 젊은 여성 안내자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호칭을 뭐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단어가 바로 '아가씨'였습니다.

그래서 '아가씨 동무'라고 했더니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더랍니다. 내가 왜 아가씨냐고...

그래서 이 남측 인사는 '아.. 내가 유부녀를 처녀라고 불러서 화를 내나보다...' 하고 다시... 그럼 '아주머니 동무' 라고 했더니 그 북측 젊은 여성 안내원 동무는 그대로 "빵~~~" 터지고 말았다죠.

나중에 주변에서 사람들도 모여들고 흥분도 좀 가라앉은 다음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북한에서는 '아가씨'라는 표현이 봉건적 잔재가 남아있는 몹쓸 단어라고 하네요 (관련자료링크). 그러니까... 사극에 흔히 나오는 포맷... 가령... 몸종 딸린 양가집 규수(공산주의자 눈에 인민들을 착취하는 악덕 지주의 딸)를 '아가씨'라고 부르니... 그런 이미지가 공산국가인 북한에서 좋은 표현일리가 없는 거죠.

그래서 남북간 같은 단어에 담긴 다른 의미를 이해하고는 화해의 의미로 빵~~ 터졌던 북측 젊은 여성 안내자에게 뭐라고 호칭을 불러주면 좋겠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답하더랍니다.

'접대원 동무라고 불러주세요'

사실 남한에서 '접대부'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죠. 그래서 '접대원'이란 단어를 들으면 '접대부'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결국 북측 접대원 동무의 답변에 이번에는 남측 관계자가 '빵~~~' 터졌다는...


그나저나... 남북간의 언어의 이질화도 문제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언어의 이질화도 정말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레알'이라는 단어를 듣고 저게 무슨 뜻일까 꽤나 오래 고민했던 적이... 한국에서 흔히 쓰는 '엣지'라는 말도.... 나중에 말고 보니 레알은 real을 그대로 알파벳 소리나는대로 읽어낸 거라고 하더군요. 엣지는 영어로 'cool'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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