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어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하는 아파트 거주민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을 열어놓고.. 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소일하는데요
여름이다 보니.. 애들이 나와서 노는 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소리가 아니라 괴성,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따다다다 뛰는 발소리와 함께... 해가 있는 내내 들립니다.
사실 시끄럽습니다.
그래서 엄마랑 커피를 마시다가 좀 투덜 거렸어요.. 애들 시끄럽다고
근데 엄마 하시는 말씀이....
"걔들이 시끄러워야 얼마나 더 시끄럽겠니.. 애들 시끄러운거 한때다.. 애들 금방커.. 쟤네도 내후년만 되면 소리안질러..."
맞아요.. 그렇죠... 애들이 자라는 한때이고, 자라는 과정인거죠. 그걸 나는 다 컷다고 안그랫던 것처럼 불평을 했던거에요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까.. 우리 엄만 예전부터 그러셨어요...몇가지 일화를 들어보자면...
<엄청 뛰는 윗집애들>
예전에 우리 윗집애들이 엄청 뛰는거에요... 천장이 둥둥둥둥....
엄마가 그러셨어요... "그래도 우리집은 천장만 시끄럽잖니... 윗집은 진동과 함께 애들 악지르는도 소리도 들릴껄...아파트는 진동이 사방으로 가는데.. 소리는 위로만 가잖니.... 윗집도 사는데 우리야 머...."
그렇게 3년을 뛰더니 애들이 학교를 가고.. 학원가느라 안뛰어요...
엄마가 또 그러셨어요.... "거바 다 컸자너...금방 큰다"
이제는 앤만큼 애들이 뛰어도... 크니까 노는 소리가 다르구나 싶어요...
<소리지르는 놀이터 애들>
놀이터에서 애들 노는 소리가.. 사실 시끄럽다고 들으면 시끄러워요... (애 안키워본 속좁은 제게는 그랫었어요 ;ㅁ;)
그런데 엄마가 그러세요... 애들 비명소리는 자기새끼라도 시끄럽고... 눈에 넣어도 안아픈 손주새끼라도 시끄럽다고...
그래도 저렇게 놀이터 나와서 소리질러주면.... 그 시간만큼은 엄마랑 할머니랑 비명에서 벗어나서 차한잔 하면서 한숨돌린다고..
그리고 그 애들이 지르는 소리가 계속들려야.. 애들이 놀이터에서 노는구나 하고.. 정말 안심하면서 쉴 수 있다고
그리고... 놀이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소리 질러줘야... 실내에 들어가서 소리 안지른대요.. 그래야... 그 집 식구들도 살고.. 위아래집 사람들도 사는거래요
이제는.. 애들이 놀이터에서 소리를 막~~~ 지르면.... 엄마랑 할머니랑 잠시의 휴식시간이겠구나 싶어요...
이젠 애들 소리가 안시끄러워요.... 그냥 웃음이 나네요.... 누군가에게 꿀같은 평화를~ㅎ
여담...
<아파트 앞동에 개짖는 소리>
우리 앞동에 베란다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 있어요...
깡깡깡 짖는 소리로 짐작해보면.. 작은개에요.. 말티나 요크정도 되는거 같아요...
그런데 이 개가 비만오면 자지러지게 짖어요..
그래서 문열어 놓고 사는 여름날 중에서도 비오는날.... 특히 장마철.... 이 개짖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죠...
처음엔 개가 불쌍했어요.. 저렇게 무서워하는데 왜 밖에다 두나... 학대 아닌가...
엄마가 그러세요... 그래도 잘 모르면서 민원넣지 말라고
민원자꾸 들어가면... 모진 사람들은 개 버린다고.. 그럼 저 작은개가 길바닥에 나 앉는다고... 아....
그렇게 개가 짖는 여름이 3년쯤 되었나.... 어느날 밤에 앞동을 보는데... 그 개가 보여요...
그집 아저씨가 비오는 내내 담배태우며 개랑 있어주더라구요... 나쁜 사람 아니었어요... 그냥 개가 짖는 개였던거에요
그 개는 올해로 5년째 짖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데...
개가 지치지도 않고 짖네요
작은게 기운도 좋아
그래도.. 그개가 짖는소리가 반가워요.. 올해도 무사히.. 안쫒겨나고 있구나....해요
어느날 개가 조용하면.. 불안해요... 없어졌을까봐...
마음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리더라구요..
애들소리가 이쁘네요.. 이글 다 쓰고 나니까 조용해요.. 밥먹으러 들어갔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