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핑키 파이의 포니빌에 어서 오세요!
게시물ID : pony_830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t_Three
추천 : 0
조회수 : 40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09 19:27:48
옵션
  • 창작글

 핑키 파이의 포니빌에 어서 오세요!


 오! 오! 저기 좀 보세요! 기차가 들어오고 있어요! 물 끓는 소리좀 봐, 너무 설레서 뛰는 걸 멈출 수가 없다구요!


 안녕? 저는 핑키 파이에요! 원래 이름은 핑카미나 다이앤 파이지만, 그 긴 이름보다는 핑키 파이라는 애칭이 더 마음에 든답니다! 그러니 절 핑키 파이라 불러주세요! 오늘은 포니빌에 새로 이사온다는 포니가 있어서 마중을 나왔지요. 전 이미 친구가 많지만, 그 포니에게도 멋진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요! 아! 이제 기차가 막 승강장에 도착했어요!


 김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열린 열차 문(김빠지는 소리가 듣기 좋을 때는 이 순간 밖에 없을 거예요. 김빠진 애플 사이다는 최악이거든요!)에서 내린 포니는, 털색도, 옷도 온통 하얀 포니였답니다!


 「오? 안녕하세요! 당신이 오늘 새로 이사오신다던 분이군요! 이야, 털색이 무지 이쁘네요! 포니빌에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오신다는 소식을 어떻게 들었냐구요? 시장님한테서 들었죠! 아, 물론 시장님이 아무한테나 개인정보를 말하고 다니시는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시장님이 다른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우연히 들었을 뿐이랍니다! 그러니까 결국 시장님한테서 들은 셈이 되는 거죠!」 


저는 그녀를 위해 길안내를 하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끊임없이 이야기 했지요. 저랑 같이 있는 포니는 누구든 지루해서는 안 되니까요! 먼저 어디에 살고 있고, 무슨 일을 하며, 무슨 맛 컵케이크를 좋아하고, 어떤 친구가 있고, 포니빌에 사는 포니 전부가 제 친구이며, 심지어 제가 그들의 생일마저 속속들이 알고 있고, 우리도 그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지요.


 이런, 역시 누군가와 어울리는 건 시간이 무지 빨리가는 모양이에요. 그렇게 얼마간 수다를 떨다보니 벌써 목적지에 도착해버렸어요. 그녀는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건지, 조금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죠.'여기까지 안내해줘서 고마워요. 오늘은 이만 짐을 풀고 쉬고 싶네요. 생각보다 여행이 길어져서 피곤하거든요.'


으음, 역시 조금 아쉬웠지만, 크랭키씨가 그랬듯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건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겠죠. 저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돌아섰답니다.


 「어… 이곳 포니빌에는 볼게 굉장히 많아요. 얼마나 굉장하냐면, 굉장히 굉장할 정도로요! 오늘 다 보여드리지 못하게 되어서 아쉽게 됐지만 괜찮아요. 내일부터 보여드릴 수 있을 테니까! 내일 점심시간이 지나면 다시 올게요! 아, 생각해보니 별로 아쉬울 게 없네요. 결국 내일이란 건 오늘의 연속인거니까. 내일 같이 포니빌 이곳저곳을 들수시고 다닐 수 있다는 건 결국 오늘 포니빌을 들쑤시고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아하하!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옷!」


 어느새 하늘엔 붉게 땅거미가 지고 있었지요. 저도 그 길로 돌아가 저녁식사를 했답니다. 체리 맛 컵케이크를 먹었어요. 제가 세 번째로 좋아하는 맛이죠. 부럽죠? 아하하! 내일은 그녀를 위해 신나는 파티를 열어줘야겠네요. 깜짝 파티를요. 깜짝 파티를 당하고도 기뻐하지 않은 포니는 없었으니까요.(당나귀면 모를까.) 잠자리에 들기까지 서둘러 파티 준비를 했어요. 아마 그녀도 많이 좋아할 테지요?


 눈을 떴을 때는 아직도 달이 떠있었답니다. 너무 일찍 일어난 게 아니냐구요? 괜찮아요. 이제 곧 있으면 달이 지고 태양이 뜰 테니까. 자, 보세요. 하나, 둘, 셋!…넷, 다섯 여섯…아하! 봐요, 봐요! 태양이 뜨고 있다구요! 제 말이 맞죠?


 그녀를 위해 깜짝 파티 준비를 해야하니 아침은 간단하게 먹었어요. 메이플 시럽을 뿌린 팬케이크였죠. 팬케이크를 아주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그냥 많이 좋아해요.), 메이플 시럽을 뿌리면 아주 많이 좋아하게 되죠. 당신도 반할걸요?


 아침을 다 먹고, 저는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어요. 도서관은 실내가 둥글고 공간도 넓어서, 이름에 맞지 않게 종종 파티장으로 쓰이곤 한답니다. 도서관에 들어가니 트와일라잇이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그녀는 제가 끌고 온 파티용 도구 포대기를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죠.


 「놀라지 마, 친구. 얼마 전에 포니빌에 새로운 포니가 이사 왔잖아. 오늘 여기서 깜짝 환영 파티를 열어주고 싶은데 괜찮겠지?」


 그녀는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그러라고 했지요. 그러곤 다른 포니들도 불러 모아 주겠다며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다른 포니들을 파티에 초대하러 나갔답니다. 트와일라잇 공주의 초대를 받는 포니들은 영광에 겨워서 기절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스파이크의 도움을 받아 파티 준비를 했지요.


 준비를 끝마치고 어제 약속했던 대로, 점심 먹을 시간을 조금 지나서 그녀의 집으로 갔어요. 문이 살짝 열려있어서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을 걸었죠.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좋죠? 어제 약속했던 대로 포니빌을 안내해주려고 해요!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흐에엑, 아직도 짐을 다 못 푼거에요? 혹시 도와드릴 일 있나요? 거리낌 없이 말씀해주세요! 친구의 웃는 모습을 보는 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니까!」


 저는 정말로 괜찮았지만, 그녀는 이런 일을 손님에게 시키는 게 미안하다며 짐은 나중에 풀어도 괜찮으니 포니빌을 안내해달라고 했지요. 꽤나 사려가 깊은 포니군요. 저는 신이 나서 외쳤죠. 「오늘 하루 종일 신나게 놀자구욧!」 


 가장 먼저 향한 건 스윗 애플 에이커였죠. 그 거대한 농장을 보고서도 감탄을 하지 않는 포니는, 아마 그보다 더 많은 땅을 가진 부자이거나 굉장히 대범한 포니일거예요. 스윗 애플 에이커에 가는 도중 만난 포니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으니 그녀가 감탄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포니와 알고 지내는 거죠?' 너무 쉬운 질문이었죠. 「그거야 제가 핑키 파이니까요!」


 스윗 애플 에이커의 넓은 사과밭을 본 그녀는 두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이 눈을 크게 뜨고는 감탄했지요. 제 땅은 아니지만, 그래도 뿌듯했답니다. 저는 그녀에게 말했어요.


 「여기는 스윗 애플 에이커라는 농장이에요. 애플잭과 빅맥이 관리하는 과수원이죠. 애플잭이 직접 만든 애플 사이다는 맛이 정말 끝내줘요. 한 번 맛보면 두 번 마시게 되고, 두 번 마시게 되면 손에 더이상 남은 애플 사이다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게 된다구요.」


 저는 시음용 애플 사이다를 잔에 따라 그녀에게 건넸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애플 사이다 2배럴을 주문해버렸어요. 애플잭은 기쁜 표정으로 사과를 짜기 시작했죠. 애플 사이다는 돌아가는 길에 찾아가기로 한 뒤, 포니빌 관광을 계속했지요.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플러터샤이의 집이었답니다.


 그녀의 집은, 음, 솔직히 저에겐 좀 심심해요. 마을 변두리에 있어서 조용하거든요. 그치만 꽃이나 나무는 항상 보기 좋게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나비들의 군무나 새들의 합창도 굉장히 재미난 볼거리지요.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 때, 때마침 플러터샤이가 새들의 합창 연습을 지휘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많이 부끄러워했지만, 그래도 구경하는 걸 허락해주었죠. 합창이 끝난 다음 제 동행자는 바닥에 발굽을 두드려대며 환호하는 것으로 플러터샤이의 볼을 빨갛게 물들였답니다. 플러터샤이는 언제든 구경을 와도 괜찮다고 부드럽게 이야기하고는 새들을 몰아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제 동행자는 자신이 플러터샤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건지 불안해했어요. 전 대답했죠. 「에이, 플러터샤이는 남이 부탁하는 건 거절도 못하고, 화도 잘 내지 못하는 아주 온순한 친구에요! 화가 난 게 아니라 그냥 부끄러움이 많을 뿐이죠. 이제는 어딜 가볼까요? 혹시 멋 내는 거 좋아하세요?」


 저는 그녀를 데리고 래리티의 부티크로 향했어요. 입은 옷에 신경을 쓴 게, 아무래도 래리티와 죽이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래리티의 부티크에 들어선 그녀는 스윗 애플 에이커에서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죠. 래리티의 재능을 알아 본 것인지, 아니면 래리티의 이름을 알아 본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래리티 역시 제 동행자를 반갑게 맞이했죠. 털색이 비슷해서 그랬을까요? 평소보다 더 신이 난 것 처럼 보였지요. 둘은 금세 패션에 대한 이야기나 옷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죠. 펠트로 만든 모자가 어떻다느니, 이 색엔 저 색이 어울린다느니, 어떤 무늬가 좋느냐느니 하는 이야기들요. 뭐 통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요. 저는 스위티 벨과 오팔을 데리고 숨바꼭질을 했답니다.


 이제 해도 지기 시작해서 한 두 군데만 더 둘러보고 돌아가기로 했지요. 먼저 그녀에게 시험의 골짜기까지 보여주고, 도서관으로 가서 파티를 즐길 셈이었답니다! 시험의 골짜기에 도착한 그녀는, 오늘 몇 번째 놀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또 놀랐죠. 그 거대한 골짜기의 웅장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요.


 「여긴 시험의 골짜기에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시험하거나, 경쟁해보고 싶은 포니들이 자주 찾는 곳이죠. 그치만 보다시피 워낙 험한 곳이니까 혼자서 오는 건 위험해요. 때때로 바위가 무너져 내리거나, 발을 디딘 절벽 가장자리가 무너져서 다치는 일이 잦으니까요. 저도 그래서 다리를 다쳤…」


 신나게 떠들던 핑키 파이는 갑작스레 말도, 행동도 멈춰버렸습니다. 정말로 죽은 듯이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을 뿐이었죠. 눈에도 초점이 없는 것이, 정말로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다시 떠들기 시작했지요.


 "…어라,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아아, 맞다. 여기서는 다치는 일이 잦으니까, 혼자서 올 때는 각별히 조심하세요. 자, 그럼 이제 도서관으로 가볼까요?"


 별로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이 건물에서 지내는 환자 중에 저런 증상을 겪는 포니는 드물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얼마 있지 않아서 다른 포니에 빌해 길이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 두 다리를 허공에 신나게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서프라이즈! 깜짝 놀라셨죠! 당신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했어요!"


 누구를 위한 깜짝 파티인걸까요? 레드 하트는 그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시험의 골짜기에서 그녀가 실려 온 게 삼 년 쯤 전이었을까요. 절벽 가장자리가 무너져서 추락해버린 그녀는 앞 두 다리를 심하게 다쳤었죠. 다행히 제때 지혈을 했기에 목숨은 건졌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의 두 다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녀가 자의로 포기한 것은 아니었겠지요.


 깨어난 핑키 파이는 두 다리가 없어진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죠. 누구보다 활기찼던 그녀에게 있어서 다리가 없어졌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을까요. 항상 외향적이던 그녀는, 이제 그녀가 만든 세상에 푹 빠져버렸죠. 가상의 친구, 가상의 사건, 가상의 현실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거죠.


 뭐, 처음에는, 그녀를 친구라 여기던 많은 포니들이 문병도 오고, 또 그녀를 위해 의족이나 휠체어 같은 현실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고자 했죠. 하지만 누군가와 현실적인 방법을 논하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를 현실로 끌어오는 것이 먼저일겁니다. 핑키 파이는 도저히 현실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보였죠. 도리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마음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 뿐이었어요. 이제는 도저히 그녀를 현실로 끌어 올 방법은 없어보였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면서 그녀를 찾는 포니들은 점점 줄어들었어요. 기적을 바라는 몇 몇 포니들만 계속 문지방을 닳게 했을 뿐이죠. 다만 기적이 그리 쉽게 일어나면 그게 감히 기적인가요? 기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난다면, 그것엔 기적이 아니라 다른 이름이 붙었을 테지요.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행복할 겁니다. 핑키 파이는 짧은 두 앞다리를 요란스럽게 벌리며 소리쳤어요.


 "포니빌에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핑키 파이의 포니빌에, 어서 오세요!






핑키 파이의, 포니빌에 어서 오세요!

핑키 파이의 포니빌에, 어서 오세요!


반점이란건 참 재밌는거네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