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구단 명칭권에 무관심 
- 국내선 매각 사례도 없어 
- 사직구장 가치 산정 어려움 
- 市 "투자 나서는 기업 없다" 

부산시와 롯데 측은 시민 반응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무엇보다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구장의 네이밍 라이츠 판매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광주 대구 인천 대전 수원 등 5개 구단은

지자체로부터 네이밍 라이츠를 양도받아 별도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모두 무상이라는 것이다. 

SK와이번스는 인천시로부터 야구장을 비롯한 인근 체육시설의 총괄 관리권을 받아 수익이 날 경우

시에 30%를 배분한다. SK와이번스는 모기업인 SK그룹에 네이밍 라이츠를 3년간 총액 16억5000만 원

(연 5억5000만 원)에 매각해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SK 야구단은 야구장과 체육시설 운영으로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어서 사실상

네이밍 라이츠는 모기업이 구단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개장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경우 KIA타이거즈의 모기업인 기아자동차가 1000억 원의

건설비 중 300억 원을 냈다. 이에 따라 KIA타이거즈는 광주시와 25년간 사용 수익권과 광고 운영권,

명칭 사용권 등 일체의 권리를 갖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롯데가 부산시에 내고 있는 연간 야구장 사용료

(사용 수익권과 광고 운영권)는 10억300만 원이다. 기아의 25년간 사용료를 250억 원(10억 원×25년)으로

가정하면 '남은 50억 원은 명칭 사용권에 대한 지불'이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기아 측의 입장은

다르다.

KIA타이거즈 류정철 경영지원팀장은 "건설비 일부를 총괄 형태로 부담한 것이지 명칭 사용권이 얼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명칭 사용권은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에 개장하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500억 원의 건설비를 낸 삼성 측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삼성라이온즈 신구장 담당 이찬성 팀장은 "국내 프로구단 중에서 모기업의 이름을 거는 형태의 네이밍 라이츠를

돈을 내고 사들이는 구단은 없을 것으로 본다. 구단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면 이름을 건 그룹의 이미지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며 "또 구장의 구조가 독특해 특정 제품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질 때는

시너지 효과가 있지만, 스포츠 마케팅이 전무한 국내 토양에서는 구장 이름에 모기업의 이름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는 '20억 원이 전부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롯데자이언츠 최규덕 홍보 매니저는 "아직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 시즌을 앞두고 좌석과 바닥, 화장실, 배관 보수 등 팬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에 조명탑 공사비

20억 원과는 별개로 20억 원 이상을 더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꾸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축 구장인 기아와 삼성의 사례를 롯데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이순학 체육진흥과장은 "현재로서는 네이밍 라이츠에 대한 시장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헐값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입찰을 통한 매각도 있지만, 사직구장은 롯데를

연상시키는 경향이 높아 다른 기업의 투자 유치가 어렵다. 실제로 지역 기업에 명칭 사용권에 대한

투자 의사를 타진해 봤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