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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교수의 '역사와 책임' 중 안철수를 분석한 글이 있네요..
게시물ID : sisa_6020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완벽한추억
추천 : 10
조회수 : 993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5/07/10 11: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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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은 한때 유신정권이 버거워하던 야당총재였다. 유신 정권의 호위병들은 그의 총재직을 박탈한데 만족하지 않고 김영삼을 의회에서 제명하기까지 했다. 과연 안철수와 김한길이 박근혜 정권에 조금이라도 부담스러운 존재였을까?
 
안철수나 김한길이 '중도' 노선이 아니라 차라리 제대로 된 '보수' 노선을 폈다면,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울러 지지세를 넓혔을 것이다. 우리 역사 속에도 그런 사례가 딱 한 번 있다. 집권초기의 김영삼이다. 금융실명제 실시나 육군 참모총장과 보안 사령과의 전격 경질과 같은 하나회 척결 조치로 김영상의 지지도는 90퍼센트를 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설프게 부자들에게 아부하는 정책을 내세운다고 그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기나 할까? 내가 부자라면, 새누리당과 어설프게 입장 바꾼 새정치민주연합 중 어디를 지지할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안철수는 중도노선의 의미와 필요성을 잘못 이해하여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치적 기회와 자산을 다 날려버렸다. 모든 문제를 진영 논리로만 보는 새누리당에 불편해하는 양심적인 보수 세력, 한국 민주주의가 지역 구도를 극복하지 못한 것에 불편해하는 영남의 양심 세력에 안철수는 상당한 호소력을 사진 인물이었다. 한국의 수구 세력은 안철수가 보수적인 입장만 제대로 취해도 진보와 양심적인 보수 모두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나 사이버 사령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하여 개입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는 것이 진보 세력만의 과제였을까? 증거를 조작하여 억울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드는 정보기관을 개혁하는 일이 과연 진보 세력만의 과제였을까? 대통령을 거북하게 했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일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일이 과연 진보세력만의 과제였을까? 세월호 참사를 보며 국가기관의 참담한 무능을 바로잡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는 일이 과연 진보세력만의 과제였을까? 이런 문제를 책임 있게 제기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안철수가 진보나 좌파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결국 악의 편에 서는 것이다. 안철수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있었다. 싸우지 않는 것이 중도가 아니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는 것은 비겁함과 무책임일 뿐이다. 안철수는 일찍이 없었던 '안철수 현상'속에서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했다. 그것은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촛불 시위와 두 대통령의 서거 등을 거치면서 진저리 날 정도의 무능을 보인 야당에 대한 거부였다. 안철수는 '새 정치'를 입에 달고 다녔지만 무엇을 위한 새 정치란 말인가? 정치에서 새로움 그 자체가 가치일 수는 없다. 안철수의 위기는 민주 진영 전체의 위기가 되어버렸다. 양자 잘못 들여 종갓집 사당이 무너진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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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교수님의 책 '역사와 책임' p.240~242에서 일부 발췌해봤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한홍구 교수님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성공회대 교수, 사회운동가입니다. 대표적인 저서는 대한민국史가 있구요. 주로 한겨레신문이나 프레시안에 글을 기고하시는 진보세력의 학자입니다.
 
책을 읽다가 안철수에 대한 분석이 있어서 일부만 옮겨봤어요. (2015.4월 출간) 대부분 이정도로 생각은 하셨겠지만, 체계적으로 짧게 정리를 잘하신 글 같아서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듯 해서요. 안철수는 참 안타까운 사람 중 한명입니다. 청춘콘서트하고 박원순 후보에게 단일화해서 서울시장 만들어줄 때까진 참 좋았는데.. 그후로...참...실망 많이 시키더군요. 대선은 거의 물건너갔다고 보여요. 이재명 시장님이 훨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출처 '역사와 책임' 책 중 '어제의 야당' 일부 발췌 (p.24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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