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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예요? #1
게시물ID : humorstory_4386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리조각
추천 : 4
조회수 : 72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7/10 14: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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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란 나는 태생이 촌놈이었던 나는 중학교때 의정부에서 극장에 처음가봤고, 고등학교때가 되서야 짝퉁 나이키 에어맥스를 사려는 친구를 따라서 동대문에 처음가봤다.

도저히 시골에서의 삶을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았던 나지만, 고등학교때 그래도 무협지를 열심히 판 까닭인지 언어영역 점수가 내 수능점수를 하드캐리해서 겨우겨우 대학엔 가게 되었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은 시트콤과는 너무도 달랐다. 난 대학이 지성의 무대이자, 이시대를 이끌어갈 엘리트를 키우는 상아탑이라고 알고있었는데, 1학년때부터 내가배운 것은 라이타와 숟가락으로 병을 따는 방법과, 담배연기로 도너츠만드는 방법, 369와 고백점프, 바보게임같은 술자리 게임 정도 뿐이었다.


1년을 술마시다 보내고 나서 처참한 숫자로 이루어진 성적표를 받고 보니 어느새 나는 선배가 되어 있었다. 남들은 장학금도 받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과내에서 여자친구도 사귀었는데, 난 도대체 뭘 한걸까?

어느날 친구 자취방에서 열심히 어둠의 제왕을 때려잡고 있던 나에게 친구가 98학번 신입생 대면식(OT전에 자체적으로 하는 환영회)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1학년때 선배들에게 하도 밥을 얻어먹었던지라, 이제 내가 밥을 사야된다는 생각에 신입생이 썩 반갑지는 않았지만, 혹시 예쁜애가 있을까 싶어서 친구를 따라서 학교로 갔다.

사실 우리학과가 남녀비율이 딱 5:5라서 나름 상당히 재미있는 학과였지만, 그당시 1년동안 같이 술집에서 토하고, 구르던 여자동기들과 남자동기들은 어느새 수요일 오후 전투축구를 함께한 소대원들같은 끈끈한 전우애를 가지고 있었고, 학과내에서 사귀고있는 CC를 보는 우리 눈빛은 호모포비아의 눈빛과 다를 바 없었다.

한무리의 선배들과 합류해서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강의실로 들어가자, 학생회장 누나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었고, 우리는 모두 그 인사를 씹으면서 여자애들이 모여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아... 화사하다. 비록 가장자리에 거무튀튀한 이상한 생명체들이 몇명 껴있긴 했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풋풋한 신입생들을 보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때 내 친구가 나를 툭툭치면서 말했다.

"야 쟤 교복입고 왔어. 이쁘게 생겼다. 그지?"

친구가 가리킨 곳에는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아니 도대체 왜 나만 교복을 입고왔지? 하는 의문문을 입이 아닌 눈으로 뱉어내고 있는 여자애가 있었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그 아이는 확실히 하얗고 예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눈길이 닿은 곳은 그 갈래마리 옆에 앉아 넌 도대체 무슨 병신이길래 여기 교복을 입고왔냐? 하는 의문문을 입으로 내뱉고 있는 숏커트의 여자아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 아이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쌍커풀이 없는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해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난 이상하게도 그아이의 커트머리 사이로 드러난 그 뒷목을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그때 알았다. 아 나한테 숏커트 페티쉬가 있었구나.....



그리고 그때 난 초등학교때 독일 베이커리 아들인 윤철이에게 가버린 내 첫사랑을 잊은 이후 두번째 사랑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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