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 게이트 없다”던 MB, 측근에 발등 찍혀
‘서민 쌈짓돈’ 걸려 이전 게이트보다 폭발력 커
은진수 前감사위원
《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이명박(MB)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건이 MB 정부 후반기 첫 권력형 게이트의 신호탄이 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은 전 위원은 물론 몇몇 여권 인사들에 대한 내사를 마쳤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저축은행 발 ‘게이트 공포’가 여권을 뒤덮고 있다. 》
차관급이었던 은 전 위원이 감사원의 감사 무마나 퇴출저지 청탁을 실행에 옮겼다면 그의 청탁을 받은 금융당국이나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스트이자 은 씨에 대한 로비 사실을 털어 놓은 금융브로커 윤여성 씨(56·구속)의 입에서 또 다른 현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튀어나올 가능성도 있다. ‘제2, 제3의 은진수’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선 저축은행 사건에 추가로 연루될 여권 관계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현 정부 임기 중에 게이트는 없다”던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은 전 위원 금품수수 의혹이 나오자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확대비서관회의를 열고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측근 비리가 없도록 조심해왔다”면서도 “은 전 위원의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집권 4년차 전후에 터지는 ‘게이트 공식’이 MB 정부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의 한보 게이트, 김대중 정부의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는 집권 4년차에 터졌고 노무현 정부 때는 3년차에 러시아 유전 및 행담도 게이트가 불거졌다. 2006년 8월 국무회의에서 당시 노 대통령은 “게이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결국 ‘박연차 게이트’로 궁지에 몰렸다.
여권에선 이번 사건이 4·27 재·보궐선거로 촉발된 MB 정부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저축은행 사건은 서민의 쌈짓돈과 관련이 있어 주로 ‘정치권의 게임’이었던 이전 정부의 게이트 사건보다 훨씬 폭발력이 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키워드 중 하나로 ‘공정 사회’를 내건 상황에서 측근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도 레임덕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26일 은 전 위원의 사표를 수리한 뒤 이례적으로 민정수석실을 찾아 “성역 없이 모든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라” “국민들이 어떤 의심을 갖지 않도록 밝혀내야 한다”고 지시한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내 임기 중 게이트나 레임덕은 없다’고 강조한 것은 그만큼 도덕성을 정권의 버팀목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는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향후 당청(黨靑) 권력 지형과 주요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원내대표 출범 후 한나라당의 당권을 일시 장악한 신주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및 친이(친이명박)계 구주류와 더욱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황 원내대표가 이날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대해 선제적으로 국정 조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도덕성까지 무너진다면 더 이상 청와대와 함께 가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사안 별로 청와대와 정치적 절연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검찰개혁 논의 방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특별수사청 신설 등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검찰이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이 ‘친노 그룹의 숨은 후원자’로 알려진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으로부터 의미 있는 로비 진술을 받는다면 검찰 수사는 구 여권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으로 급속히 번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검찰 수사는 현 정부와 전 정부를 동시에 겨냥하게 된다.
이승헌 기자
[email protected] 최창봉 기자
[email protected] 뭐... 오래 전부터 까고 왔었음
그 오래전은 올해를 갓넘기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