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전공수업을 들으며 인연을 맺었던 분의 글이예요. 자신의 과거, 현재가 불운하다 하더라도 결코 힘들어하시지 않으셨고 늘 위트와 유머를 몸소 실천하시던 모습이 보기 좋아 아직도 그 분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 합니다.
고택근(교양과 강사/ 법학전공)
좋은 배우자를 고르기 위해서 먼저 해야 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내 배우자는 내가 알아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쉬운 말로 ‘필’이 온다는 것이다. “척보면 안다”고들 믿고 있다. 그렇지만 객관식 시험을 보며, 여러 가지 감동이 왔을 것이다. 정답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지만 아니었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가. 또 다른 착각일 뿐이다. 실제로 자신의 이상형이라는 것을 몽타주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그려본다면 거기에는 ‘달려라 하니’, ‘베르사이유의 장미’등이 혼합 되 있고, 심지어는 꼬마자동차 붕붕도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개구리 왕눈이도 있을지 모른다. 이상형이라는 것은 이런 대중매체의 잘못된 영향 때문이다. 혹시 가능하다면 “방송연예인은 자신의 성격과 같은 역할만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청소년 영상 보호법’이라고 만들어야 할 참이다. 자신의 잘못을 안다면 이제 행동을 바꿔야 한다.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사람을 후보에서 제외해야 만 한다. 동성친구를 생각해 보라(커밍아웃은 제외하고 생각해봐야 한다). 여러분의 가장 좋은 동성친구가 어떻게 여러분 곁에 왔는가. 그 사람을 볼 때 가슴이 뛰었다면 그것이야 말로 커밍아웃이다. 전혀 가슴 뛴 적이 없는 사람을 만났는데, 언제 만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내 곁에 머물러 나를 편안히 해준 친구, 이와 같은 동성친구처럼 배우자를 골라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은 보통사람이라면 불가능하다. 사기전과 10범이거나 그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일 때만이 가능하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않도록 아예 대비하고 다녀야 한다. 전철을 탈 때 옆자리에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노약자석으로 옮겨서 가슴을 진정시켜야 한다. 스쿨버스에 탔는데 옆자리가 비어있다면 지나가는 감동주지 않는 친구를 다리 걸어 넘어뜨려 앉혀야 한다. 그래야 좋은 배우자를 고를 수 있다.
유명한 선전 중에 한 남자가 춤을 멋지게 추다가 의자위에 올라가 서서히 의자를 넘어뜨리면서 말한다. ‘리복!’ 만약에 “그런 멋있는 남자와 결혼했다”라고 생각해보자. “여보! 식사하세요.” 그러면 그 남자는 춤을 멋지게 춘 후 식탁의자 위로 올라가 넘어뜨리며. 이렇게 말한다.
‘(이건)니 복!’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사람의 생각은 늘 바뀌게 마련이다. 초등학교 때 첫사랑을 데려다가 지금 결혼하라고 하면 모두가 손사래를 칠 것이다. 사람에게는 구역질 날 정도로 싫은 타입이 있다. 만약에 여러분이 결혼한 사람과 몇 년을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 날 새벽에 눈을 떠 옆에 잠든 자신의 배우자를 바라보았는데 몇 년 전 내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던 그 타입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얼마나 스릴 넘치는 드라마가 될 까.
열심히 강의시간에 ‘배우자를 고르는 법’을 강연한 후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 반 여학생을 만났다. 그 여학생은 내일 공항에 ‘박지성’을 만나러 간단다. 그렇게 “이상형을 따라 다니면 안된다”고 방금 말했음에도, 우리의 ‘지성’은 “밖에 있는 지성”을 따라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