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속에서 고동치고 몸부림 치다 마침내 터져 나가는 천재성의 분출.
스크린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거의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2.
"못이 되기보단 망치가 되고 싶어요. 달팽이가 되기 보단 참새가 되고 싶어요."
단지 삶을 원했지만 죽음으로 사라진 엄마.
그리고 엄마를 그리워하다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을 놓아버린 한 여자.
그 놓아버림 속에 눈처럼 쌓여가는 죄책감이라는 고통.
이 모든 것을 극복해가는 여정이 정말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만약 "부수고 때리고 쏘고 죽이는" 데 수준을 매기고 값을 매긴다면,
이 영화는 단연 월드클래스.
이 미칠 듯한 속도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은 연출에 박수를.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세상에는 평점을 매길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있다.
이 영화는 그의 말처럼 평점을 매길 수 없다.
우리네 인생에 각기 다른 평점을 매길 수 없는 것처럼.
고통과 환희와 슬픔과 다시 새로운 시작에 관한 기록.
독특한 연출과 독특한 형태의 스토리 플롯. 극히 적은 등장 인물들.
이 제한적인 모든 요소들 속에서 섬찟하고 동시에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물처럼 흘러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 또한 압권.
6.
예술성을 잃은 예술, 히어로물을 포함한 자극적인 것들과 함께 타락해 버린 예술, 그리고 이 프레임에 갇힌 멍청한 관객들.
이들 모두를 예술의 힘을 빌려 씹고 물고 즐기는 영화. 가장 완벽한 블랙 코미디.
7.
버드맨과 마찬가지로 온갖 것들에 대한 뒤틀기를 시전하는 영화.
그들을 빛나게 해줬던 70년대의 쿨함을 잃고 가짜 철학을 담아 비틀거리는 절름발이 영화들에 진정 쿨하다는 게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섹시함.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유혈이 낭자하지 않아도, 미친 살인마가 없어도
이토록 공포스럽고 두려울 수 있다는 것을 뻔뻔스러울만치 명백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공포와 두려움은 우리네 인생과 밀접하게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데 더욱 강렬하다.
제이크 질렌홀 인생 최고의 연기, 이에 못지 않은 수작.
9.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때론 가장 큰 일을 해내는 법이죠."
덤덤히 그려내는 작은 영웅, 그 이전의 인간으로서의 삶. 그러나 왜 이리 가슴 한 구석이 시린지.
10.
영화 자체로 보면 졸작. 거대한 스크린과 맛있는 팝콘, 3D안경과 그리고 푹신한 의자 위에서는 명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