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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서의 하루 하루...
게시물ID : sewol_105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르는쏭군
추천 : 16
조회수 : 45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4/21 00:37:25
토요일 오후에 진도로 왔습니다.

전전날 JTBC 실종자 가족 인터뷰를 보고 가야겠다. 직접 내눈으로 확인해야겠다 싶어 함께 갈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습니다.

전날 저녁엔 친한 누나의 조카가 아직 배안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제나 밝은 미소로만 기억되던 목소리가 그날따라 낮게 깔린 저음이라 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만 뚝뚝 떨어지더군요.

답답한 마음이 계속 되었지만 막상 팽목항에 도착하니 덤덤해지더군요.

예전에 강정마을 갔을때나 밀양에 갔을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지라 역시 직접 내눈으로 보면 마음이 놓이니.. 뭐 그런건가 싶었지요.


하지만 금세 먹먹함에 아무말도 못하는 상황만 계속 되더군요.

팽목항 일대의 어수선한 분위기.

일원화 되지 않은 지휘 계통... 민간 단체들 끼리의 반목...

그런 부분을 뒤로하고 진도 실내 체육관으로 오니.... 아 이건뭐..


프락치들의 활동과 언론의 왜곡, 조작된 보도로 실종자 가족들은 카메라 노이로제에 걸려있었고 심지어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모든 이를 프락치로 의심하기까지 했답니다.

저 역시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 몇차례 휴대전화를 확인 시켜줬지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밑바닥 끝까지의 불신과 반목의 현장...

실종자 가족들 중엔 강경하게 대응하려는 분들도,, 때론 빨리 아이들을 찬 바다 밖으로 데리고 오고 싶어하는 분들도....
그저 말없이 울고만 계신분들도...

이걸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젊은 자원봉사자들끼리 뭉쳐 이곳의 현실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자는 움직임이 생겼고 설치된 마이크를 이용해 가족분들께 뜻을 전했답니다. 되려 저희가 가족분들의 격려와 지지를 받게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덕분에 오늘 지금 이 시간까지 벌어진 모든 상황을 스케치하며 알릴 수 있었답니다.

저는 이제 내일 집으로 돌아갑니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질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돌아가서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과 소회를 정리해서 글을 다시 쓸까 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습니다. 내가 거기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마시고 직접와서 눈으로 확인하세요.

진실을 확인하고 진심을 전하는건 늘 현장에 있답니다.

자정이 넘어 피곤한 몸을 잠시 쉬일려다 끄적여 봅니다. 적다보니 정말 중구 난방이네요... 

... 아무튼 전 아직도 생존자가 있을거라 믿습니다. 기적이 있을거라... 생환자가 반드시 있을거라...

그러니 여러분들도 절대 희망 잃지 마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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