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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 22살 꽃 같은 처녀에게 핸드폰 팔았던 썰
게시물ID : bestofbest_1053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391
조회수 : 52053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4/09 20:42:26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4/08 17:46:07


BGM정보: http://heartbrea.kr/1147731

바야흐로 글쓴이는 22살, 아직 군대도 가지 않았던 시절임.

한 달 기본급 120만원이란 돈을 받으며, +@ 커미션이란 조건 하에
하루 13~14시간 폰 팔이와 웃음 팔이를 동시에 하고 있었음.

한참 여름 푹푹찌는 날씨가 기승이었고, 10평 남짓 매장은 내가 솔찮이
바닥청소를 한 덕인가, 확장 오픈을 하고 두 달 남짓이라서 인가,
여름 뙤약볕이 고약스러워서인가, 짱짱한 햇살이 뜬 눈을 시리게 만들었음.

에어컨 탓이었던가?

무튼 그런 와중, 오전 11시 경 매장 내방객이 한 명 찾아 들었는데,
주 고객층을 40~70대로 설정하고 있던 매장 위치와는 상반되게
아리따운 여대생이 한 분 들어왔던 것임.

나는 기뻤음. “할아버님~ 할머님~ 요놈이 요로코롬 글씨가 크게 나오는 핸드폰이어요.”
그런 것도 나쁘진 않지만, 젊은 여성에게 “아가씨, 요즘 이게 대새지.”
하는 것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임.

나와 사장, 단 둘이 남정네 냄새만 풀풀 피우던 매장이
곱절, 아니 곱고로곱곱 곱곱절은 밝아지는 순간이었음.

지금도 눈에 선한 그 처녀의 모습은

단발머리가 새침하니 잘 정돈 되어있었고, 전체적으로 은근한 갈색톤 염색을 했던 것이 기억남.
옅은 파랑의 블라우스에 어깨 부근에는 소소한 부풀림이 포인트였고, 짙은 색의 스키니
청바지가 잘록한 다리를 도드라지게 했었음. 약간 굽이 있어 보이는 스니커는 흰색으로
처녀가 참 청순해만 보였음. 그랬음.

나도 모르게 볼따구가 막 불어지고 그럴 만큼 그랬음.

그랬는데, 내가 폰 팔이 최전선에 있던지라, 손님을 보면 필사적으로 달려들어야만 하는 게
기본이었음. 22년 인생에 이런 붙임성이 있었던가 싶을 만치 사람대우하는 요령을 터득해갔던 바.

사장에게 배워 온대로 하나씩 운을 띄웠음.

손님 어솨요. 젊으신 것 같네요. 비용은 얼마나 생각하세요. 젊은 신 것 같은데.
남자친구는 있으실 테니까, 커플 요금 같은 걸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더 저렴합니다.
남자친구가 왜 없을까요? 그럴 리가 없어 뵈는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신형 핸드폰을 들이 밈.
출시 된지 얼마 되지도 안은 핸드폰이 었고, 소녀시대가 광고모델이었던
당시 최고가 최신형 핸드폰으로 준스마트 폰 급이라는 인상이었음.

(내가 일했던 곳이 LGT 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의 이름인 LG U+로 탈바꿈함. 당시엔 LGT에 아이폰이란 개념은 없었음. 때려부숴야할 적이었고, 넘어야 할 산이 아이폰 이었는데,
본인은 바로 그 아이폰 3GS를 사용하던 시절임. 당시엔 아직 스마트 폰에 대한 개념이
확정적이지 않았고, 준 스마트폰 급이란 말에도 호기심이 발동하던 시기임.)

내 아이폰을 꺼내 들면서,

“아... 진짜 저도 이런 핸드폰 나올 줄 알았으면, 비싼 아이폰 따위는 안샀을 텐데.”
“이 핸드폰만 보면 아이폰을 집어 던지고 싶다.”, “아이폰을 쓰는 내가 그냥 바보 같다.”
하는 멘트가 이상하게도 먹혀들어가던 시절임. 뭐, 장사라는 게 그런 식이듯,
그짓뿌렁으로 손님의 한방에 환심을 삼.

하지만 90만 원대의 높은 가격 탓인지. 처녀는 손가락 위에 뽀족한 턱을 얹어가며
고심을 했음. 그리고 그 순간이었음. 우리 매장 사장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던 것임.

의자바퀴가 때굴때굴 하는 소리와 섬광 같은 레이저빔이 난사됐음.

“멍청한 알바 놈. 그런 풋내 나는 소녀에게 고심 따위 할 겨를을 주니까,
아직도 니가 어설프다는 거시다이시끼야. 응? 이시끼야.” 하는 억압의 눈빛이었음.

그것도 잠시.

사장이 수트 버튼 한 단을 채우며 진열대 안으로 들어 옴.
머리통이 조막만하니, 키도 커서 외람된 말로 수트 빨이 좋던 사장이었기에
점잖게 이야기하는 거 보면, 지적으로 보이기도, 잘생겨 보이기도,
스타일 좋아 보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었음.

뭐. 간단히 말해서 남자가 보기에 눈꼴이 시린 사람이었음.

하지만 폰 팔이에 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으로, 한 번 들어온 내방객은
최소 1시간은 그 사장의 입담에 농락당하며 발길을 붙잡히고 말았었었었었었음.

처녀도 갑자기 등장한 사장의 포스에 기가 눌렸는지, 내가 20분 가량 설명했던
핸드폰의 스펙이고 나발이고를 다시 들으면서도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음.

이미 그녀는 폰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부터 피어나고 있었음.
그녀가 고심하는 부분은 단순 핸드폰이 90만원이라는 큰돈이 든다는 것 뿐이었음.

이제 한 방. 작은 한 방이면 그녀는 핸드폰을 구매하고 싶은 구매욕을 이길 수 없어,
“가격이고 나발이고, 그거로 하지 총각들.” 말을 할 것이 자명했음.

근데, 그 작은 한 방이 기습번트처럼 매장 안의 우리 세 사람을 놀라버리게 함.
사장이 당시 32살인가 그 비스무리 했는데. 잘생겼고 나발이고, 사장이란 사람이
던진 커다란 한 방의 말이 그 처녀의 마음을 설래게 했을 거임.

홈런타자가 3루간으로 빠지는 기습번트를 날린 격이었음.
시야를 가리고, 오른 턱주가리를 흔들어 놓는 강력한 라이트 훅이었음.

“학생. 학생 이 핸드폰 사면, 좋다. 내가 학생한테 밥 한 끼 살게.”

물을 껸진 것처럼, 매장이 싸해져 버렸음.
그녀는 순간 핸드폰이고 나발이고 눈부터 크게 떴음.

핸드폰 좀 사러 왔다가, 잘 생긴 오빠한테 데이트 신청이라니.
내가 볼 때는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어도, 그런 개같은 경우가 없었음.

그녀는 사장의 외관을 4초에서 7초 간 조바심 내지 않고 스캔했음.

그리고 웬걸? 그녀 그 자리에서 Okay.

사장이 지금 알바 보는 앞에서 핸드폰을 팔다 말고,
여대생 꼬시고 자시고 뭐하자는 건지. 기가차고 부럽고 막 그랬었음.

그녀 수줍었는지, 핸드폰 사기로 해놓고 고개를 떨구는게 그렇게 풋풋해 보이고 그랬었음.

근대 그게 나와 그녀의 오해였음. 근데, 내가 봐도 오해를 해야하는게 정상임.
밥 사준다고 했던 사장이 X나 비정상인 것임.

사장 왈

“뭐 먹고 싶어요?”

그 말 묻는 사장 미소가 근사했음. 그녀는 선 듯 대답 못하고, 땅바닥 청소는 어찌
알바가 큰 수고를 하셨는가, 바닥타일 광택 검사를 하고 있었는데, 사장 말이 거기서
끝나질 않는 거임.

시간은 12시 즘.

사장 한 말씀 더 하시길.

“김밥 천국에 있는 거면 뭐든 괜찮아요.”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순간이었음. 그리고 나는 눈치를 챘음.
사장이 올 곳은 사람. ‘나’ 랑 밥 먹자는 게 아니라. ‘우리’ 밥 먹자는 뜻이었던가.

우리는 당시 길 건너의 김밥 천국에서 점심을 매번 쟁반상에 받아 먹고있었음.
사장은 순수하게 자신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있는 거였음.

여학생에게 김밥천국 메뉴 표를 건네주던 순간이 떠오름.

“밥 먹자는 게 이거 먹자는 거야?”
여학생은 수줍어 묻지도 못했던 것 같음.

그녀 오므라이스 먹었음.

셋이서 매장 테이블에 오므라이스 세 개 펼쳐놓고 한 수저씩 푸는데,
나는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그녀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사장은 왜 웃기지 모르는 상황이었음.

“여기 김밥 천국이 오므라이스를 잘해요.”

사장이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닥쳐라 좀. 상황 파악이 안 되면.” 하고
소소한 폭발이 일어 날 뻔 했던 것도 기억이 남.

그래도 그녀 착했지.

꿋꿋하게 “맛있네요.” 대답도 해주고.

아, 그 여학생. 그 핸드폰 2년 약정동안 잘 썼을까.
매장을 떠나며 가련히 최신형 핸드폰만 가슴에 안고 떠났었지.

학생 떠나고, 사장은 ‘내가 핸드폰 팔아내고 마는 모습 봤어?’
하는 당당한 얼굴을 하던 것도 기억나네.

“너는 필사적인 마음이 없어!”하고 핀잔 주던 것도.

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PS. A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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