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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병아리의 군생활. 잊을 수 없는 선임 -1-
게시물ID : military_568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꼬양
추천 : 1
조회수 : 105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7/12 23: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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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 군생활을 비교적 평범했다. 강원도 모 포병대대에서 복무했는데 우리 대대는 읍내라고 할 만한 동네로 나가기 위해서는 산을 하나 넘어야 할 정도로 고립되어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게 없는 대대였다. 낙후된 시설과 오지 않는 지원의 환상의 앙상블로 대대 안에 멀쩡한 시설이 거의 없었다는 점과 대대에 있는 행보관 중 우리 포대 행보관의 짬이 가장 안 되서 대대의 각종 토목 사업 및 대대 시설 관리를 우리 포대가 떠맡다시피 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냥 무난했었던 생활이었다.


 그러한 생활 중에 몇몇 나름대로 꾀나 큰 고비나 위기가 있었는데 오늘 그 중 하나가 문득 떠올라서 한 번 끄적끄적 기록을 남겨본다.


 나는 중대에선 그냥저냥 이었지만 우리 포반에서는 풀린 군번으로 내 맞선임이 나보다 11개월 선임인 조종수였다. 뒤에서 탄이나 나르고 버튼이나 누르던 나와 달리 조종수는 나름 스페셜하고 전문적인 보직으로서 보통의 작업에서 열외 되어 수송부 등으로 나가 정비와 같은 전문 작업(?)을 수행하거나 조종수만 모여서 따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포반을 대표해서 행보관 및 간부들에게 끌려 다니거나 분대장 집합 등이 있을 때는 내가 우리 나가게 되었고, 우리 분대는 중대에서 가장 짬이 안 되는 병아리 분대가, 나는 그 중 대장 병아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대장 병아리인 내게는 초 군번이었던 나와 다르게 말 군번으로 나와 1주일차이지만 월이 달라 선임인 통신 분대 선임 A가 있었다. 그는 내가 보기엔 꾀 특이했는데 바로 윗선임과는 1달차이가 났고 동시에 통신에는 그와 3주 차이나는 동기 B가 있었다. 동기라고 해도 3주의 차이가 있었던 데다가 통신에 까막눈인 내가 보기에는 AB에 비해 군대에서 필요한 전반적인 능력치가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그는 비교와 손가락질의 대상이었고 그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동기 하나 없이 충분히 깨지고 혼나면서 돌아다니던 내게 풀었다. 그것도 내가 작업하는 곳에 굳이 자원해서 따라와 농땡이를 부리는 등 대놓고 도발을 하지만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지라 입 다물고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포병 대대였고, 그 중에서도 화포를 운용하는 포반이었던 나는 당연히 1문의 화포와 화포를 대는 1개의 포상, 그리고 160여발의 탄약에 관리를 해야 했고 이것은 내게 사람은 아니지만 섬겨야할 상전이 약 162개 정도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외부에서 검열도 아닌 방문만 있더라도 우리는 전날 미리 탄환을 모조리 포상에서 꺼내 걸레로 빛이 날 때까지 닦아야 했고 그 날도 다음날 상급부대 검열에 대비해 이 작업을 해야 했다.


각 포반별로 3명에서 4명 정도의 인원이 담당했는데 휴간 나간 포반 왕고와 정비 간 분대장을 제외하니 우리 포반에는 나와 내 후임 둘밖에 남지 않았다. 간부는 이 답 없는 병아리들은 어떡하나라는 시선으로 보더니 관리 감독을 위하여 전역을 4개월 앞둔 하사와 A를 딸려 보냈다. 모두의 예상대로 나와 내 후임은 땀을 뻘뻘 흘리며 포상에서 50kg에 육박하는 탄환 160개를 교대로 꺼내가며 하나하나 걸레로 닦았고 그늘에 앉아 우리가 하는 것을 구경하는 하사와 눈치를 보면서 걸레를 잡고 닦는 시늉만 하는 A를 보며 분노에 치를 떨어야 했다. 한참을 나르다가 잠시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우리에게 A가 다가오더니 물었다.

 

야 저게 하나에 몇 kg이나 나가냐?”

저도 정확히 모르는데 한 발에 45키로정도 나갑니다.”

야 무슨 저게 45키로나 나가냐?”

진짭니다. 종류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충 45키로 나갑니다.”

이 새X가 나 통신이라고 구라치는 거 봐라.”

 

그는 씩씩거리며 포상으로 달려가 위풍당당하게 탄 하나를 끌어안아 들어올렸다.

 

야 봐라. 이게 무슨 50.. ... .. 어어어어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우리는 아무리 더운 여름이어도 탄을 옮기는 일을 할 때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손바닥에 패드가 달린 장갑을 끼고 했다. 덥고 답답하지만 탄이 땀에 미끄러져 그게 사람의 몸 위에 떨어지면 그냥 멍 드는 걸로 끝나지 않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A도 그 사실을 분명 알았을 테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불만을 품던 나와 내 후임에게 자신의 강력함을 자랑하고 싶은 객기가 그런 이성을 승리한 순간이었다.

 


 그는 그대로 레토나를 타고 무궁화와 다이아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근처 국군병원으로 후송되어 몇 달간 볼 수 없었고, 감독하던 하사는 말년에 불벼락을 맞아 연병장을 성난 개마냥 뛰어다녔고, 우리 대대는 모두 탄 작업을 할 때에는 반드시 간부의 감독과 패드 장갑을 필수로 착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처사로 안 그래도 힘들고 귀찮은 작업이 더 힘들어졌다며 나와 내 후임은 중대를 돌며 조리돌림을 당해야 했다.

 

출처 내 머리와 마음과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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