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잇다가 쉼표를 보고 잠시 생각에 빠진다. 나는 책을 볼때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쉼표를 보면 한번 심호흡을 하고 본다. 한번 숨을 고르면서 앞 문장을 찬찬히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간다. 쉼표는 그렇다. 과거를 돌이키게 만드는 글쓴이의 마법같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인터넷 방송을 공영방송에서 중계해준다는게 흥미로워 파일럿부터 보고있는데 피디가 네티즌 출신인지 시청자의 요청이나 넷상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무척 빼어나다. 현재 1위를 독주중인 백주부를 이기기 위해선 김영만 아저씨라도 불러야 될거라는 의견을 어디서 봤는지 재빠르게 섭외했고, 대박을 터뜨렸다.
게시물을 슬렁슬렁 찾다가 생방송본의 캡처에서 그의 얼굴을 마주한다. 서른이 다 되어가는 준 아저씨는 꼬물꼬물 종이를 접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사각거리는 종이의 스침과 특유의 벙한 냄새까지 콧가에 아릿하다.
보려고만 하면 생방송본을 구할수야 있겠지마는 구하지 않으련다. 이십여년 전의 마침표가 쉼표가 되었는데 그걸 못참을쏘냐. 짧은 쉼표를 다시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