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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렸다고 생각하는 시절이 있다.
나에게는 어른의 직전이라 생각했던 고교시절이 바로 그 때이다.
나는 공부가 하기 싫었다.
공부가 싫은게 아니라 공부보다 재미있는 것이 더 많았기에 굳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
친구들과 별 것도 아닌걸로 발끈하면서도 또 실실대는 것이 좋았다.
분필이 칠판에 몸을 내던지면서 수업이 진행될 때에도 나는 공부보단 하늘을 쳐다보았을 정도로 공부를 안 했다.
그렇게 고2까지 살았다.
많은 사람들은 공부에 대한 걱정 불안 속에 살았지만 나는 어디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상한 자신감을 통해 공부를 안 했다.
그러던 어느날 반에서 43명중 40등을 하던 친구가 선언을 했다.
"다음 중간고사엔 1등을 하겠다."
나는 비웃었다.
이 친구야 너는 헛소리를 해도 참 가능한 헛소리를 해라 43명중에 너의 뒤에서 줄선 친구들은 운동부와 고등학교를 다니지만 뇌속은 중학생인 친구 밖에 없지 않느냐.
그래도 그 친구는 당당했다. 공부를 해야겠다. 공부만이 살 길이다.
그러고는 정말로 공부를 시작했고 마치 금연을 하겠다는 사람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당당히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중간고사날 그는 시험을 본 후 마다 자신의 시험지를 감췄고 당연히 나는 그 모습이 망했다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1등이었다. 그의 걸음걸이엔 기품이 깃들어 있는 듯 했다.
모두 놀랐고 비결을 물었지만 그는 공부를 해라 라는 말 뿐이었다.
반에서 20~30등을 하던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매우 분했다.
아니? 저 녀석이 1등을 하는데 내가 못 하나? 두고봐라 나도 한다.
그 후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했다.
순수히 공부를 하고 싶었다.
대학진학이나 부모님의 칭찬은 내겐 너무 먼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내가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 했고 감동하셨다.
물론 전혀 내가 공부하는 것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어느새 기말고사가 되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지를 받았고
예전보다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문제를 풀었다.
결과는 반 1등
이상하게 성취감은 들지않았고 무엇도 기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공부가 하기 싫은가 보다...
출처 | 어린 시절 나에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