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은 지니어스 다운 플레이를 했습니다. 인간이 하는 게임인 만큼 완벽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어차피 누구에게도 불가능합니다.
시간을 놓친 것도 그는 게임의 일부로 만들 줄 알았고 또 그리 했습니다.
이상민은 이번 화에서 유독 많이 고비에 몰렸고, 그때마다 최선의 수를 생각했습니다.
단지 그 작전이 김경훈과 함께였다는 점, 그리고 김경란과 함께 했다는 점이 문제였겠죠.
이상민이 가장 지니어스답게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김경란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게임에 있어 감정을 앞세운 모습 덕택에 김경란 씨가 구하려던 이상민에게 오히려 완벽한 패배를 안겨주고 말죠.
이는 앞으로의 게임에 있어 큰 약점을 노출한 것입니다. 우군으로 두었던 이상민의 탈락, 김경훈과의 적대적 관계 성립을 떠나
플레이의 패턴이 드러날수밖에 없는 감정 컨트롤 실패가 앞으로 김경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봅니다.
생징을 장동민에게 준 오현민의 행동은 '장-오 연합'의 연장선으로 보진 않습니다.
오현민은 장동민이 이상민을 도우려던 계획이 있었음을 파악했을 것이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이준석의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유추)
그렇다면 이상민이 장동민을 데스매치 상대자로 지목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충분히 했을 것입니다.
이상민이 당시 시점에서 데스매치 지목을 하지 않을 상대는 장동민을 포함해
김경란(끝까지 자신의 우군을 자처, 이후 데스매치 포섭까지 염두), 홍진호(이상민은 이번 더 지니어스에서 홍진호 장동민과 왕의 연합을
만들어 멋지게 이기고 싶어했습니다. 이전처럼 조기에 떨어뜨려야 할 적으로 보고 있지 않았죠.)
최정문 (비록 모든 게임에서 최정문을 궁지로 몰아넣긴 했지만 김경훈과의 데스매치를 염두에 둔 블러핑 지목대상이었지
데스매치 지목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등이 있었습니다.
이준석이 지목 가능했기에 이준석에게 생징을 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상민의 선택 폭을 줄여버리는 결과가 됩니다.
결국 오현민의 장동민 생징 전달은 오현민에게선 줄 수 있는 사람 중에 준 판단의 하나일 뿐, 연합 플레이의 일환으로 보긴 힘듭니다.
이준석 또한 이번 화에서 가장 지니어스답게 플레이 한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그는 이상민과 장동민, 김경훈의 대화 순서를 보고 김경훈에게 접근을 시도, 정보를 빼내고 자신의 감으로 최정문의 최하위 탈출을 돕습니다.
장동민 역시 이준석의 행동에 대해 반응하긴 했지만 책망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그 행동에 정당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최정문에 대해 묻어갔다 수동적이다 자신을 꼴찌로 만드는 연합의 전략에 끌려갔다 등의 평가가 많은데, 사실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최정문은 자신을 꼴지로 만들려는 연합의 선택 중 하나인 11인 가버낫 전략 제시 때 이상민에게 2인 통수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이상민이 다른 플랜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거절했지만 만약 이 제안을 수락했었다면 최정문 중심으로 스토리의 흐름이 틀어졌을테죠.
또 이준석의 제안을 통해 9인 연합을 마지막에 배신한 플레이 자체도 데스매치 지목 가능성을 놓고 생각할 순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주어진 환경은 이상민 못지 않게 열악했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자체는 많지 않았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화두인 김경훈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면 그의 플레이 대부분은 전혀 지니어스 답지 않았습니다.
이상민과의 연대 플레이를 밝힌 것도, 그로인해 이상민을 궁지로 몰아넣게 된 것도 이준석의 접근에 정보를 불어버린 것도.
드라마가 재밌다고 해서 스토리 텔링의 자연스럽다는 얘기가 되진 않습니다. 위에 열거한 김경훈의 행동은 포장이 불가능한 '트롤'이었습니다.
김경훈의 행동에 본인의 의도는 자신이 말한 것 이상의 것이 담겨져 있지 않았고, 굉장히 근시안적이었으며 1차원적인 플레이였음은 자명합니다.
다만 방송적인 재미, 불멸할 것 같았던 이상민을 궁지로 모는 전개 등에서 큰 재미를 줬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다만 세 가지, 이상민의 조급함과 자신의 실수를 기지로 넘긴 플레이, 김경란의 거짓말을 파악한 판단력.
그리고 이상민이 궁지에 몰린 첫 순간에 자신이 전부를 배신해서라도 이상민을 살리겠다라고 제안해 이상민의 행동에 영감을 준 것.
이 세가지는 그동안 김경훈의 플레이에서 볼 수 없었던, 부정할 수 없을 지니어스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니어스의 그동안 1~3회 편집을 보면, 복선이 상당히 많이 깔려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화 때 아름다운 패배, 추악한 승리 때 나온 유정현-이상민
2화 때 가넷 매치 설명 때 나온 임요환의 불안해 하는 모습
제가 보는 3화의 복선은 '킹 슬레이어'입니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3화 오프닝의 장동민-홍진호 대립구도는 현재 더 지니어스에 남아있는 가장 큰 틀입니다. 둘은 언젠가 맞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작이 과연 김경훈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