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영향 우려 현 상황 유지… 식량지원 등 독자행보 전망 경향신문 |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 입력 2011.06.02 22:36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강원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 사실을 전격 폭로하고 남북관계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미국의 태도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폭로는 6자회담 참가국이 공감하는 '남북대화-북·미접촉-6자회담'의 대화 재개 수순에 대한 거부로 해석된다. 또 남북대화 없이 곧장 북·미대화로 직행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이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북한과 한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 간의 비밀접촉이 공개된 것에 대해 "미국이 놀라거나 한국 정부에 언짢아하는 기색은 별로 없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정부는 올초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방미를 통해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이미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의 초점은 한반도 문제 주도권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대화의 선행 필요성을 내세워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남북 군사실무접촉 결렬, 남북 비핵화회담 무산 등으로 남북 간 대화를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나 대화 재개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북한으로부터 사실상 남북관계 파탄선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한국이 여전히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 일각에서도 미국이 '이제 그만 운전석에서 내려오라'는 입장으로 돌아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기존의 정책방향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한·미 동맹의 무게감이나 미국의 국내정치 사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더욱이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일이 진전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식량지원 행보를 밟고 있는 사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에 영향이 없다면 현재의 상황을 유지·관리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된 상황이어서 미국이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는 일은 추진하기 어렵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도 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는 게 필수적인 첫 단계"라고 재확인했다. 미국은 당분간 한·미 간 협의를 통해 현재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독자적으로 북한의 추가적인 상황 악화나 도발을 막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과 북·미 민간교류 활성화 등을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 . .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