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 이영자씨의 어묵 ‘먹방’ 배경으로 세월호 참사 뉴스 화면을 삽입해 논란을 낳은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이 세월호 화면을 단순 실수가 아니라 알고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최승호 <문화방송>(MBC) 사장은 10일 에스엔에스에서 사과와 함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긴급조사위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내부 구성원만으로 조사를 해서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형태의 조사위는 엠비시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사안으로 충격과 상처를 받은 출연자들, 특히 이영자님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영자님은 누구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고 들었다. 그런 분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당했으니 그 충격과 아픔은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초반 젊은 연출자 시절 이영자와 ‘생방송 토요일'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9일 문화방송은 즉각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긴급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내부 인사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누리꾼들의 화난 민심은 그치지 않았다. 논란이 되는 장면은 지난 5일 방송된 이영자의 어묵 먹방에서 이영자가 매니저에게 ‘남자를 소개해달라’고 말하자 자막으로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 뜨며 세월호 참사 당시 문화방송 뉴스특보를 진행했던 최대현 아나운서 뒤로 세월호가 침몰되는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된 채 방송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사건 경위를 보면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니었다. 제작진 가운데 조연출과 에프디는 이미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됐다. 자체 조사 내용을 보면 이영자씨가 남자 소개를 부탁한 일을 뉴스 속보형식으로 설정하여 재미 요소를 추가하기 위해 조연출이 제작진 단톡방에 “뉴스에서 앵커멘트로 ‘속보입니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런 멘트에 바스트 영상부탁해요 뉴스클립”라는 주문을 올렸다. 이에 고참 에프디가 주문에 맞는 화면 11개 클립을 찾아 자료폴더에 올렸다. 이중에 문제가 된 3개의 클립이 세월호 화면이 있다. 에프디들끼리도 세월호 자료를 넣어도 되냐 논란이 있었지만 원하는 클립을 찾을 수 없어 폴더에 우선 넣었다고 전한다. 조연출은 해당 그림을 미술부에 전달하며 세월호임을 알지 못하게 자막과 그림을 블러처리 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과물을 받아 편집에 사용했다. 오디오 위주로 편집을 했기에 문제없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문화방송 쪽은 최종 편집본을 시사할 때는 이 부분이 채 2초가 안돼 걸러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문화방송은 10일 외부 전문가로 오세범 변호사를 조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진상조사위 활동을 시작했다. 오세범 변호사는 세월호 가족의 변호를 맡았던 재난안전 관련 법률 전문가이다. 조사위는 조능희 기획편성본부장을 위원장으로 사내 인사 5명 등 모두 6명으로 꾸려진다. 조사위는 사건경위서 등을 오 변호사에 전달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진상조사위는 “의혹이 남지 않도록 객관적 시각에서 조사한 뒤 시청자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