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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의 비애
게시물ID : humorstory_1056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시드드림
추천 : 1
조회수 : 42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5/09/20 17:36:23
난 솔로다.

그래서 혼자 다닌다.

친구는 어따 팔아쳐먹었냐고 물으신다면..

그색히들은 단백질 22% 지방 20% 탄수화물 8%에 귀차니즘 50%로 구성된 존재들이라 감히 고한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어제, 그러니까 서기 2005년 단기 4338년 9월 19일, 난 솔로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였다.

우연치 않게 공짜 영화표를 얻어 영화를 보러 갔다. 물론 혼자서. 당당하게. 

그러나 극장알바 왈, "오늘은 이 표가 영화사의 요청으로 사용 불가합니다. 니 돈 내고 보세효^^"

지미.. 가는 날이 백화점 80% 폭탄 세일하는 날이라더니 

결국 내 피같은 도서상품권..으로 영화표를 끊었다. 물론 달랑 한장.

영화를 볼 때 팝콘과 음료는 빠져서는 안 될 사나이의 로망과도 같다. (순전히 내 생각)

그래서..!! '커플콤보'를 샀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 콜라에다가 빨대 두개 꼽아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영화를 봤다. '가문의 위기'를 봤는데 솔직히 존내 웃겼다. 팝콘을 콧구녕에 쑤셔넣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고 존내 재밌게 봤다. 그러면서 한켠으론 가슴 한 켠이 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남사스럽게 솔로의 웃음을 남발하고 나서, 재빨리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삼삼오오 커플들의 염장질을 이겨내기엔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했던 탓이다.

땅거미가 진 하늘, 그리고 거리엔 온통.. 암수 한쌍들.. 아주 그 고깃덩어리들이 한데 뒤엉켜서

떨어질줄을 모르더군.. 하아.. 나도 한 때 저런적이 있었는데..

과거를 회상하며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지나가는 커플들을 한번씩 야려주고, 버스를 타러 정류장을

찾아 헤맸다.

근데 이게 왠 일, 오랜만에 와 보는 영화관이라 집에 가는 버스가 어디에서 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미.. 버스 끊길 시간 다 되가는데..

난 불안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옆에 누가 없으니 빨리 걸어도 뭐라 하지 않아서

참 좋..긴 개뿔.. 만약 옆에 누가 있었으면 시속 10M/h의 속력으로 버스가 끊길 때 까지 기다린 후 

날 샐때까지 같이 걸었으리라..

그렇게 하염없이 걷고, 또 걷다가 드디어 집에 가는 버스노선이 떡! 하니 적혀있는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나뿐...만이 아니라 한 쌍의 바퀴벌레..도 있었다.

오늘 내가 이 글을 쓴 이유가 이 한 쌍의 아름다운 바퀴벌레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이들의 나이는 물론, 직업도 알고 있다. 그리고 월 수입과 사는 동네, 그리고 퇴근시간과

타고다니는 버스 노선과 택시요금, 그리고 그들의 학창시절 얘기까지 다 알고 있다..

ㅜ.ㅜ 시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줄 아는가..

버스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내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번뇌와 인내를 시험하는 곳이 될줄이야..!!

그들의 만행은 이러했다. 우선 내가 처음 그곳에 갔을 땐 나를 경계하는 눈치였다.(지들도 쪽팔리는 건 아는가 보지..)라는 나의 생각은 완전 얼룩말이 공중전화 박스에서 114에 동물원 전화번호 물어보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들은 약 0.5초간 내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지들 하던짓거리를 계속 이어나갔다.

일단 자세부터가 솔로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자세였다.

여자는 앉아있고 남자는 여자의 허벅지에 대굴빡을 기대고 부비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여자는 추석명절이라면서 남자에게 세뱃돈을 요구하면서 큰절까지 해댔다.

근데 두 번 했다. 낄낄낄 무슨 차례지내는 것도 아니고 절을 두 번이나!! 푸헤헤헤헤!!

-_-.. 그러나 남자는 자기가 조상 대접 받은것은 아랑곳 않고 세뱃돈을 주겠단다.

오, 남자가 능력이 좆나보구나.. 했더니 벌벌벌 떨면서 내민 만원짜리 한장.

이런 ㅅㅂㄹㅁ.. 그것마저 줄까말까 하다가 여자가 들고 있던 우산으로 대갈통을 후려썌리니까 

넘겨주더라.. 돈 앞에선 사랑도 후덜덜.. 참 세상은 요지경인것같다.

그렇게 그들의 은밀한(?)거래가 이루어질 무렵, 버스는 이미 여러 대가 지나갔다.

그러나 우리집 가는 버스는 타이어를 가는지 가스를 넣는지 올 생각을 안했다.

버스끊길 시간 다 되었는데.. 이 말만 속으로 되뇌이며 한시라도 빨리 이 아름다운 커플 곁에서

떠나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 뜻대로 버스가 쉽사리 오지 않자, 나는 아예 이들의 행각을 관찰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여자는 19살에 집에서는 맏이이며 동안이라 막내가 아니냐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그리고 이마트와 같은 대형할인매장에서 일을 하며 시급은 4500원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때 좋아하던 남자애와 통화를 했으며, 통화내용은 남자애가 평소에는 연락을 

잘 안하는데, 오늘은 술을 마셔 기분이 좋아 전화를 한 것이다. 그리고 자기는 19살이라 술을 못 먹는데

너는 어떻게 먹냐며 여자가 묻자, 그 전화속 남자는 자기는 가짜 민증이 있다며 자랑을 해댔다.

그리고 그 여자는 XX동에살며(밝힐 필요가 없으리라 판단) 버스는 XXX번(역시) 그리고 택시를 타고 가면

15분이 걸리고 버스를 타고 가면 뺑뺑 돌아서 가기때문에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다음으로 남자는 20살에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급은 한달 65만원이다.

그래서 만원한장에도 후덜덜.. 떨었고, 여자가 택시를 타자고 하자 돈의 압박을 느껴 끝까지 버스를 

기다리며 있던 것이다.

그렇게 심도있는 관찰을 하는 동안에 버스는 이미 끊겨서 종적을 감추어 버렸고,

나는 그 커플들의 러브러브 바이러스를 온 몸 가득 맛보며 눈물을 머금고 택시를 타고 집에 올 수 

밖에 ㅇ벗었다.

교훈: 솔로는 어딜가나 서럽다.

제 실화입니다.

에효.. 오늘부터 여자친구를 만들 각오로 주변 여자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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