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급에 좀 논다하는 A와 B와 C와 D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들은 끼리끼리 뭉쳐다니며 옆 학교 여학생들과 만나고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곤 했다. 그들은 또 a라는 아이와 장난치기를 좋아했는데, a는 애가 바보 등신마냥 쭈뼛거리고 생긴 것도 못생긴데다 덩치가 작은 놈이었다. A와 B와 C와 D는 a와 놀기를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a가 유난히 화가 나 D에게 싸움을 걸게 되었다. a가 D를 때리자, D가 반격에 나섰다. D는 친구인 A와 B와 C를 불러내었다. 어찌어찌하여 결국 싸움의 무대가 학교 뒤 뚝방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우리 학급 인원들이 전부 모여들어 싸움을 구경하였다. 마치 프로 격투 경기를 보는 듯했다. 주변을 삥 둘러싼 무리들 속에서 a는 A와 B와 C와 D와 외롭게 싸웠다. 링 위에서 a는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맞았다. a는 결국 쓰러졌다. A와 B와 C와 D는 a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그날 약속을 잡아놓은 여자애들을 만나러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몇일 뒤부터 a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의 책상에 국화 한 송이가 놓여졌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묻지도 않았다. 우리들은 평소처럼 수능 문제집을 펼쳤다.
학교에 이상한 괴담이 번지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던 D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피투성이가 되어 교실 바닥에 나뒹굴었다. D는 미쳤고, 누구의 소행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a가 귀신이 되어 나타났다는 둥, a의 불알 친구 하나가 D에게 복수한 거라는 둥, 말들이 많았다. 확실한 것은 그들은 그저 이야기꾼들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에 의해 괴담은 더 괴기스럽게 변하여 동네방네 퍼져나갔다. a는 괴물이 되었다.
누가 잘못했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졸업후 수년이 지난 지금도 미스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