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87년 대흥안령산맥 불을 혼자 끈 엄신
게시물ID : mystery_64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스트댓
추천 : 10
조회수 : 894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18 17:06:24
중국 최고의 기공사인 엄신은 신문기사를통해 전진도교 용문파의 제 18대 장문인인 왕력평이 1986년 9월 14일 북경에서 내리는 비를 멎게하는천기조절의 특이공능을 발휘한 사실을 알고 몹시깊은 인상을 받았다.
 
2015-07-18_165934.jpg
 
 

엄신 역시 그러한 기상조절의 특이공능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확인시킬 수 있는 기회는 아직 한번도 없었다.물론 그가 통속적 의미에서의 대중적 인기를 얻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엄신은  인류를 위한 봉사의 의미에서 그런 때가 오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왔다.
 
2015-07-18_170217.jpg

1987년 5월 16일.
엄신은 중화인민공화국 심양군구(가陽軍區)사령부와 요녕성 기공과학연구회의 연명으로 된 긴급 요청서한을 받았다.그와 동시에 해당 기관의 고관이  급거 파견되었다.

 "무슨 일입니까?"
엄신이 물었다.

 "엄선생! 지난 5월 6일 발생한 대흥안령산맥의 대형화재로 인해 우리나라  최대의 경제림구삼림지역이 모두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미 뉴스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해방 이후 최대의 삼림화재라죠?"
 "그렇습니다.이 불을 진화하지 못하면 우리는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한 죄인으로 자자손손 영원히 욕을 먹게 될겁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난 10일간 정부에서는 지역주민을 포함해 5만여명의 군인을 동원,인해  전술에 가까운 진화작업을 벌여왔지만 효과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불길이 갈수록 거세져만 가고 있습니다"

 "과학장비는 써보지 않았습니까?"
 "왜요.공군기를 띄워 수십 차례에 걸친 인공강우를 시도했지만 전혀 먹혀 들지가 않았습니다.지금은 다만 천우신조를 기다리는 한심한 형편이죠"
 "상황이 어렵군요"
 "더욱이 동서 양쪽에서 번져온 불길의 띠가 중앙에서 서로 연결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이 불의 띠가 하나로 연결된다면 그건 최악의 결과를 불러 일
 으키게 될 것입니다"
 
 "띠의 간격은 얼마나 됩니까?"
 "대략 동서 방향으로 18km 정돕니다.아마도 지금은 그 간격이 훨씬 더 좁
 혀졌을 겁니다"

그런데 흔쾌히 이 제의를 받아들여줄 줄로만 알았던 엄신의 얼굴이 뜻밖에  도 무거운 빛으로 가득해졌다.

 "왜 그러십니까.엄신 선생?"
고관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중략......
이렇게 말하며 엄신은 내보냈던 고관을 안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결정하셨습니까?"

고관이 물었다.
 "수락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잘 하신 결단입니다"
 "그 대신 요구조건이 있습니다"

 "좋습니다.뭡니까?"
 "그건 당신의 상관인 사령관께 직접 얘기하겠습니다.나와 만나게 해주시오"

 "노력해 보죠"
고관은 떨떠름하게 말하며 사령부로 되돌아 갔다.
그러나 엄신의 면담요청이 전해진 즉시 사령관은 자신의 전용차를 보내 그
 를 사령부로 정중히 모셔 들였다.

 "요구조건이 있다면서요"
만나기가 무섭게 사령관은 용건부터 물었다.
 "엄신이라는 일개 기공사가 공력을 발휘해서 대흥안령 산맥의 화재를껐다
 는 사실을 외부에 밝힐 수 없을지라도 다음의세가지 요구사항은 반드시 지켜
 주셔야 합니다"

 "말씀해 보시오"
 "첫째는 발공기간중 무슨 일이 있어도 방해가 있어선 안된다는 겁니다"
 "그야 당연하죠.병력을 동원해서 엄중한 경비를 해드리겠습니다"

 "두번째는 기공을 미신시하는 정부의 공식입장을 철회해 주십쇼"
 "그야 전적으로 엄선생의 발공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린 문젭니다"

사령관은 입가에 뜻모를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좋습니다.난 3일내로 비를 내리게 해 대흥안령 산맥의 화재를 진화하겠습
 니다"
 
 "3일내에 대화재를 진압하겠다구요? 그것도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해서 말입니까?"
 
사령관은 믿을 수 없다는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기를 바라고 저를 초청한거 아닙니까?"
엄신은 반문했다.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10여일 동안 국내최고의 첨단장비와 5만여 군병력
 을 동원하고서도 실패한 진화작업입니다.군용기를 띄워 인공강우도 수십차례
 시도했구요"
 
 "어쨌든 전 성공합니다.약속할 수 있습니다"
 "약속할 수 있다...?"
사령관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 맘대로 3일내에 비를 내려 산불을 끄겠다니 그럼 지가 하느님야 뭐야?
순간 엄신이 큰소리로 그를 불렀다.
 
 "사령관!"
 "옛?"
 
사령관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렷자세를 취했다.
 "세번째 요구사항은 이겁니다.이 일이 성공하는 대가로..."
 `뭐야,대가를 요구해?'
 
 "요녕성의 당,정,군 지도자들이 합심해서 기공과학의 발전을 밀어 주십쇼"
 "그,그것 뿐입니까?"
 "그렇습니다"
 
 "좋습니다.엄선생의 요구조건을 수락합니다"
 "숙소는 제공해 주시는거죠?"
 
 "물론입니다.부사령관인 유춘방 장군의 자택이 마침 이 부근에 있습니다.
그 집을 이용하십쇼.본인도 이미 승낙한 사항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엄신은 심양군구 부사령관인 유춘방의 집 이층을 자신의 거처로 삼고 발공
 에 들어갔다.그날부터 유춘방장군의 집에는 기괴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
 다.
 
때마침 이 사실을 눈치챈 신화사 통신의 동천진기자가 엄신을 찾아왔다.
 "줄기차게도 나를 따라다니시는군"
엄신은 그를 보자 농담부터 했다.
 
 "물론이죠.선생은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니까요.선생이 있는 곳에선 항상
 큰 뉴스가 발생하거든요"
 
 "정확한 사실보도를 부탁합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닙니까?"
 
 "세상엔 고의로 기공의 성과를 무시하거나 왜곡하려는 시선이 있기 때문에  노파심으로 이런 말씀 드리는 겁니다"
 
 "이해합니다.그런데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습니다"
 "뭐가요?"
엄신은 정색을 하며 동천진을 바라보았다.
 
 "선생께서 이 집에 머물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괴이쩍은 일들이 자꾸만 터 지더란 말씀입니다" 신화사 통신기자 동천진은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래요?"
엄신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고 넌지시 되물었다.
 
 "집안의 전기기구가 일제히 작동을 멈춘 겁니다.전구를 새로 갈거나 퓨즈  를 갈아 끼워도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배선이나 제품에 전혀 이상이 없는
 데도 말입니다"
 
 "그건 아마도..."
 "이유를 아십니까?"
 "제가 발공을 하는 동안에만 그럴겁니다"
 
 "발공의 영향 대문입니까?"
 "그렇습니다.발공시 형성되는 기장이 전기장에 간섭하기 때문입니다"
 "그으래요?" 동천진은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뿐 만이 아닐 겁니다.집안 어디에선가 물건 타는 듯한 냄새도 나죠?"
 "그건 원래부터 이 집안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었습니까?"
 "내가 형성한 기장이 대흥안령 산맥의 화재현장과 공조하기 때문에 이쪽에
 서도 동일한 현상의 일부가 나타나는 겁니다"
 
 "아래층 주방에선 유장군 부인이 이스트 반죽을 한 밀가루 빵이 전혀 발효
 하지 않았다고 투덜대고 있던걸요"
 
 "그럴겁니다.그것 역시 이상현상 가운데 하나니깐요.발공 때 내가 묵는 집
 안에선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곤 했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유춘방 장군이 허겁지겁 이층으로 뛰어올라왔다.
 
 "엄선생!"
 "왜 그러십니까?"
 "엄선생은 평소 사람 병을 치료하는 능력이 엄청나다죠?"
 
 "과장된 소문일 뿐입니다"
 "지금 제 딸애가 열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갑자기 온몸이 뜨겁게 끓어올
 라 의사를 불러다 해열제를 주사했습니다만 전혀 차도가 없어 야단입니다"
 
 "열병이라구요?"
엄신은 껄껄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유장군은 불쾌한 표정을 했다.
 
 "따님께서 혹시 민감한 체질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 주변에 형성된 기장은 지금 현재 대흥안령 산맥 화재현장과 파동적으 로 동조돼 있습니다.따님은 체질이 민감하기 때문에 쉽사리 거기에 감응된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선풍기를 틀면 그 앞에 마주 놔둔 바람개비가 따라 돌게 됩니다.이런 현  상을 동조 또는 감응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유장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행입니다.그럼 제 딸애가 급성 열병에 걸린건 아니었군요"
 "그렇습니다"
 
 "뭔가 해결방법은 없겠습니까? 엄선생이 대흥안령 산맥화재를 끌 때까지  저 애를 저대로 놔뒀다간 아무래도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아서요"
 
 "염려 마십쇼.따님의 몸 주위에 호신강기를 펼쳐두겠습니다"
 "호신... 뭐요?"
 
 "`기'로 형성된 일종의 방어막입니다.기장으로 부터의 동조와 감응을 막기  위한 겁니다"
 
 "그럼 어서 그걸 설치해 주십쇼"
 "호신강기는 물질적으로 가설하는게 아닙니다.이제 됐으니 내려가 보시죠"
 "호신... 거시기는 안 만드는 겁니까?"
 
유장군은 불만인 듯 볼 멘 소리를 했다.
 "제가 이미 발공했으므로 호신강기는 벌써 형성됐습니다"
 "그렇...습니까?"
 
유장군은 아직도 완전히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한 듯 자꾸만 뒤를 힐끔거리  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리고 잠시 후 아래층에선 유장군의 호탕한 웃음소
 리가 터져나왔다.
 
 "이거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불과 잠깐 사이에 이토록 감쪽같이 고열이  사라질 줄이야.엄성생 어쨌든 감사합니다!" 어린애처럼 좋아 날뛰는 유장군
 의 고성에 엄신과 동천진은 마주보며 껄껄웃었다.
 
그날 밤.
 
산책을 위해 뜰로 나온 유장군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기절해 쓰러질 뻔했 다.무심코 올려다본 이층 엄신의 방 창 안이 온통 시뻘건 불덩어리 빛으로
 가득 차 일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이야 불,불!"
 
유장군은 고함과 함께 우당탕 쿵쾅 이층 방안으로 뛰어들었다.그런데 이상  하게도 방안엔 불길이 전혀 없었다.다만 엄신 혼자 조용히 다리를 개고 앉아
 타좌발공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뻘건 기광은 바로 엄신의 몸에서 방  출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이야?"
경악과 함께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하는 유장군을 향해 엄신은 조용히 눈을  떠 시선을 던졌다.
 
 "너무 놀라지 마십쇼.아까 낮에 이미 설명 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지금  기적종조를 통해 여기에 축소된 화재현장을 옮겨놓은 것입니다"
 
 "여기에 물을 뿌리면 대흥안령 산맥의 대화재가 꺼진다 뭐 이런 뜻입니까?"
 
어이가 없다는 듯 유장군은 입을 딱 벌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엄신은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사람은 대부분 외계자연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만 합니  다.그것은 전혀 일방적인 감수에 불과합니다.하지만 천인합일의 경지가 되
 면-여기서 말하는 `하늘 천'은 천지자연 즉 우주란 뜻이지만-이쪽에서도 저  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새로운 회로가 뚫리게 되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네,네... 우리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로군요"
 
유장군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 상태에선 이쪽의 의지가 자연계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허허,무슨 소린지 잘 납득이 가진 않지만 어쨌든 알아들은 걸로 해두겠습  니다"
 
유장군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전화벨이 울렸다.그것은 사령관으로부터  온 것이었다.통화를 하는 유장군의 얼굴빛이 점차 무겁게 변해갔다.

 "저에 관한 전화군요?"
엄신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유장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슨 내용입니까?"
 "고위층으로부터 기공 진화를 유보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왔답니다"
 "역시 미신적이다 이런 얘깁니까?"

 "맞습니다.뒤늦게 알게된 성정부 고위층에서 노발대발하더랍니다.과학의시  대인 20세기에 국가기관에서 기공사에게 그런 일을 의뢰한다는것은 정부당국  의 공신력에 막대한 해가 된다는 거죠"

엄신은 쓰게 웃었다.
 "그런데 중단이 아니고 보류란건 무슨 뜻입니까?"
 "요는 정부기관의 이름과 함께 그 사실이 발표되기에 앞서 시험을 해보자 는 겁니다"

 "시험요?"
 "일종의 안전장치죠.대흥안령 기공 진화에 앞서 엄선생이 강우능력을시험 해 보자는 겁니다.그게 성공하면 정부기관에서도 안심하고 공식적으로이일을  요청하겠다는거죠"

 "성공하면 현실 인정,실패하면 미신이라 이거죠?"
 "정부의 체면부터 생각하고 보자는 거죠.자존심이 많이 상하시겠지만 어떻
 게 승낙하시겠습니까?"

 "하는 수 없잖습니까?"
엄신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5월 17일 상오 4시30분.엄신이 드디어 대흥안령 화재진화 강우에 앞선 예비 시험에 응한 것이다.
 
유장군은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오늘의 일기를 확인했다.

 "오늘은 맑을 겁니다.비가 오는 일 같은건 절대로 없을 겁니다"
기상청측의 확언이었다.
 "기상청에선 오늘 절대로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확언했습니다.엄선생 자신
 있습니까?"

유장군이 엄신에게 물었다.
 "장담은 않겠지만 결과는 믿으셔도 좋을 겁니다"
 "알겠습니다.그렇게 믿고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흥안령 산맥 화재진화에 앞선 시험 강우가 시작되었다.두
 시간 뒤 유춘방장군의 집에는 성(^)정부의 고위관리 세명과 심양군구 사령관
 그리고 기상청 실무책임자 및 신화사통신 기자 동천진 등이 모였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시험을 시작하는게 좋겠습니다"
시험을 서두른 것은 누구보다도 유춘방장군이었다.기공에 관한 확신은 없
 지만 그래도 엄신에 대한 인간적 신뢰를 느끼기 시작한 유장군은 내심 조마
 조마하기 그지 없었다.그러나 반대로 신화사통신 기자인 동천진만은 마음을
 턱놓고 있었다.
 
엄신 전속 취재기자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평소 엄신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가 행한 무수한 특이공능(초능력)의 성공사례를 직접 목격한 바 있는 그로 서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엄신은 조용히 다리를 개고 앉아 조식(호흡조절)과 더불어 운기(`기'를 체  내에 순환시킴)에 들어갔다.그의 몸 내부에서 부르르 하는 떨림이 울려 나왔 다.그리고 그 파동은 곧 이어 실내 공기를 공명시켜 거대한 음파를 만들어냈다.방안에앉은 모든 사람들은 마치 항공모함의 기관실 안에 들어와있는 것같은 커다란 진동에 휩싸였다.
 
습한 바람이 비 냄새를 몰고 거세게 휘몰아쳐 오는가 싶더니 10여분 뒤엔 먹장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20분이 경과할 무렵엔 천둥번개가 천지에 작열 하면서 장대같은 소나기가 지면에 내리꽂혔다.거센 빗줄기로 인해 주변은 아 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실내의 모든 사람들은 숨소리 조차 제대로 크게 내지 못한 채 간이 오그라 들대로 오그라들어 있었다.특히 엄신의 특이공능에 대해 진작부터 부정적 선 입감을 갖고 있던 성정부 고위관리 세 사람은 얼굴빛마저 백지장처럼 창백해
 져 있었다.

적어도 그들은 사람의 힘이 천지자연을 압도해 뜻대로 부리는 기절초풍할 만한 현장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폭우는 48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그리고  엄신이 두 눈을 뜨며 발공을 멈추는 순간 멎고 말았다.사람들은 마치 극도의 무서운 악몽 속에서 갓 깨어나기라도 한듯 한 동안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다.

 "어땠습니까.내 `미신'괜찮았어요?"
 
엄신은 흰 이를 드러내며 싱긋 웃었다.

 "엄신 선생 미안합니다.그리고 잘 부탁합니다.경제림구의 막대한장래가 선생의 양 어깨에 짊어지워져 있습니다"

고위관리는 엄신의 두 손을 뜨겁게 움켜 잡았다.

엄신이 대흥안령 산맥 화재현장에 비를 내리기로약속한 것은 1987년 5월16 일이었다.그는 적어도 3일 이내에 비를 내리도록하겠다고 천명했었다.그리고  즉시 기공강우 발공에 들어갔던 것이다.
 
심양시 일부지역에 48분간 비를 내리게 한 소규모 강우실험과는 달리 대흥 안령 산맥 전체에 걸친 엄청난 화재현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발공이 그 효력을 발휘하기까진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렸다.5월 18일.드디어 가는 비가 화재현장에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는 차차 굵어져 끝내는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장대 비로 변해 사흘간 잠시도 쉬지 않고 쏟아져 내렸다.그것은 대흥안령 산맥 화재현장 전체에 걸친 엄청난 양의 폭우였다.20일 상오11시.요녕성 정부당국과 대흥안령 삼림지구 대형화재 소화지도소조는 불길이 완전히 진화됐음을 확인했다.

엄신이 발공에 들어간 5일동안 유장군의 집주변은 매캐한 나무 타는 냄새에 휩싸여 있었으며 특히 엄신이 묵고 있던 방 앞에 있는 자두나무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라죽어 버렸다.엄신이 얘기한 화재 현장과의 동조현상이 남긴  결과였다.

 "수고하셨습니다.이건 국제적인 톱뉴스예요"
송고를 마친 동천진 기자가 만면 가득 웃음을 띄우며 엄신의 손을 움켜잡  았다.사령관과 유춘방 장군도 껄껄 웃으며 그의 공로를 치하했다.

 "국가에선 마땅히 엄선생께 훈장을 내려야 할 겁니다"
그러나 엄신의 반응은 전혀 의외였다.
 "아마 그렇진 않을 겁니다"
 "무슨 뜻입니까?"

 "두고 보시면 알 일입니다"
 
전면 진화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셈인지 성정부와 해당기관 책임자로부턴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고맙다는 전화 한 통이라도 있어야 하는거 아냐?"
 
사령관과 유장군은 마치 자신의 일인양 펄쩍 뛰며 화를 냈다.어이 없는 결과는 그뿐만이 아니었다.국가 임업부 부부장 겸 화재진화 책임자였던 유광운은 내외신 기자 앞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20일간에 걸친 이번 초대형 화재는 삼림지역 공작단위 사업원들과 삼림경찰 그리고 인민해방군 전사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인해 5월 26일 완전히 소화 되었다"
 
진화가 확인된 20일에서 발표일인 26일 사이의 일주일 동안 공식확인을 보류하고 있던 성정부 당국의 꿍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더욱이 기공진화를 성공시킨 엄신에 관한 발공기사는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이 보도금지당했다.
 
 "아직은 때가 아닌 모양이지"
 
인간에 대한 배신감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엄신은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갔다.기공에 관한 이해가 확실치 못하던 1987년 당시의 일이었다.

2015-07-18_165955.jpg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