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부터 1까지 랭크도 나눠지고, 붙는 위치에 따라서 접두와 접미로 또 나눠집니다.
그리고 9랭크 접미 인챈트 중에 '데들리'라고 있습니다.
Deadly.
네이버 어학사전에 검색하면 '1.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2. 극도의; 완전한 3. 틀림없이 정확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이런 뜻으로 나오죠.
마비노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옵션을 가지는 인챈트입니다.
양손무기에 인챈트 가능, 스매시 랭크 9 이상일때 솜씨 5 증가, 윈드밀 랭크 9 이상일때 크리티컬 15% 증가, 컴뱃 마스터리 랭크 B 이상일때 대미지밸런스 40% 감소
제 주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길을 다니다 보면 누군가 버리고 간 걸 자주 줍게 됩니다.
이 달 들어서 한 3번인가 주웠죠.
처음 주웠을 때 저는 알비 던전 로비에서 인챈트 수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던전에 입장하시려던 어느 자이언트 유저분께서 인챈트를 버리고 던전에 들어가셨고, 저는 '버린 거니까 주워서 수련에 활용하자.' 라고 생각해서 주웠습니다.
한편으로는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있었고, 그래서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서 저의 풀스윙용 브로드 액스에 인챈트를 시도했습니다.
당시 제 브액은 접두에 거센(접두 9랭, 크리티컬 10 증가, 스매시 랭크9 이상일 때 최대부상률 10% 증가, 라이트닝볼트 랭크A 이상일 때 솜씨 10 감소), 접미에 격렬한(접미 8랭, 양손무기에 인챈트 가능, 수리비 5% 증가, 컴뱃 마스터리 랭크 B 이상일 때 최소대미지 16 증가, 컴뱃 마스터리 랭크 7 이상일 때 최대대미지 22 증가, 레인지 컴뱃 마스터리 랭크 9 이상일 때 솜씨 20 감소)이 발라진 상태였고, 거센의 크리티컬 10보다 데들리의 크리티컬 15가 더 나을 거라고 판단한 저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데들리를 접두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챈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미 과거에 격렬한을 바르는 과정에서 내구가 5 밖에 남지 않았던 제 브액은 내구 0이 되어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이미 특개를 다 끝낸 상태라 브액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던 저는 전해포를 사고, 부계정에 있던 거불 플망을 다 털어서 겨우 브액의 내구를 4까지 복구했습니다.
데들리는 격투 수련할 때 쓰다가 요즘은 안 쓰는 브넉에 인챈해서 1실패 후 성공했고요.
그때 저는 마음먹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데들리를 주워도 쓰지 말아야지.'
실제로 그 뒤에 데들리를 한 번 더 주웠지만 쓰지 않고 과감히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심을 계속 지켰어야 했죠.
방금 전 10시까지 알비에서 경험치 3배 이벤트를 즐기고 던바튼으로 돌아가던 저는 다리 위에서 인챈트 스크롤 하나를 또 줍게 됩니다.
이번에도 데들리.
버려야 했습니다. 그러기로 했고, 그랬어야 했어요.
하지만 사람이 쓸데없는 욕심이 생기니까 멍청해지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마법을 쓸 때 멀린 너클을 씁니다.
예전에 어느 분께 나눔받아서 직접 숙작하고, 개조하고, 장개하고, 인챈도 하면서 써왔죠.
마법탭을 처음 찍기 시작할 때부터 마스터 마법사가 된 지금까지도 계속 썼는데, 사실 인챈이 그렇게 좋지는 못합니다.
여기도 접두는 거센, 접미는 마땅한 게 안 나와서 무정한(접미 A랭, 독에 걸렸을 때 지력 10 증가, 최대스태미나 10 감소)을 발라놓은 상태였죠.
그러던 차에 데들리를 보니까 다시 욕심이 나서 인챈을 시도했고, 15였던 멀린 너클의 내구도는 8이 되었습니다.
반토막이 난 그 상황에서라도 멈췄어야 했는데, 한 번 멍청해지니까 또 멍청해진다고 '이번에는 붙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또다시 인챈을 시도했고...
결국 남은 것은 내구 3짜리 거센 무정한 멀린 너클이었습니다.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었지만, 남은 3마저 까먹고 나면 당장 마법을 쓸 무기가 없겠다 싶어서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멍청했던 거죠.
브액 깨먹을 때 그렇게 뼈저리게 깨달아놓고, 이 짓을 또 한 댓가겠죠.
여러분, 인챈트는 이름 따라 갑니다.
제가 글 서두에 데들리의 사전적 의미 적어드렸죠?
맨 앞에 나오는 뜻을 기억하세요.
'(아이템의) 생명을 앗아가는'
엉엉...
시간을 딱 30분 전으로 되돌리고 싶네요.
그러면 데들리를 줍지도 않을 거고, 혹시나 주워도 바로 버릴 텐데...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