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라고 했지만 노가다였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당 받고 일하는...
근 3년간 내 손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 비만이라 알바를 구하려고 해도 안뽑아주더군요. 허허
그러다가 한번 해본 택배 상하차 알바에서 2시간만에 리타이어로 내가 이거밖에 안됐나라는 생각에 조금 우울했었어요.
그 후에도 알바를 구해보려고 했는데, 몇 번정도 안되니까 더 움츠러들고, 부정적인 생각이 연속으로 들어 많이 우울해하고
학교 아니면 집에만 있는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올해부터 정신차리고 다이어트를 해서, 괴물같아 보이던 거울 속 제 모습이 슬슬 사람으로 보일때쯤되서도
아직도 난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괜히 그런 생각에 스트레스도 더 받는거 같고 여러모로 힘들었었죠.
그래서 눈 딱감고 노가다를 해볼까해서 한 2달전에 인력사무소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하고 등록해놓고선
근 2달간 방황(?)하다가 날짜로 어제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진짜 못버틸거 같으면 가방들고 도망치자라고 다짐하고 전날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습니다.
잠은 제대로 자지도 못했습니다. 새벽에 나가야되서 일찍 자려고 11시쯤에 누웠는데, 눈 뜨니 1시반...
억지로라도 자려고 했는데 너무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되서 잠이 안와서 뜬눈으로 새벽을 보내고 인력사무소에 갔습니다.
다행히 일을 바로 시켜주더군요.
일이 없었으면 집에 노가다라고 말 안하고 알바 간다고만 말했는데,
괜히 창피해서 하루종일 피방이나 찜질방에 있을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ㅎㅎ
아파트를 짓는 현장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힘이 들지 않았어요.
몇시간 못버티고 허리가 아파서 잡고 다니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오래 못서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버텨주더군요.
제가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상상했던 무거운거만 잔뜩 옮기고, 티비에서 봤던 지게에 벽돌 쌓아서 건물을 올라가는... 그런 일은 아니었습니다.
임시로 세운 기둥(?)을 제거하고, 난간에 올라가서 망치로 핀을 뽑고 자재를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같이 오신분들과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일당을 받았습니다.
수수료 떼고 10만원을 받았는데...눈물이 날거 같더라구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렇게 가볍게 느껴지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보같이 보일지도 모르는 글이지만 저에게는 일생일대의 도전이었습니다.
'나도 드디어 한사람 몫을 하게 됐어.' 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할 친구도 별로 없어서 여기에 글이라도 남기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보고 이불킥 할 수 있게 말이에요 ㅎㅎ
"히키코모리에 밥값도 못하던, 쓰레기에 불과했던 저도 드디어 한 사람 몫을 하게 됐어요.
고민 글에 올라온 저와 비슷한, 혹은 저보다 더 힘들고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신 분들의 글에 올라온 댓글을 읽으며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오늘 제가 조금 지쳤지만 집에 가는 길에 웃었던 것처럼 웃을 일만, 행복한 일만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