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수험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대학에 합격했다. 나는 기뻤고, 부푼 마음에 잔뜩 흥분되어 있었다. 친구들과 기쁨을 나눴고 노오랗게 빛나는 대학생활을 꿈꿨다. OT와 MT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했고, 애인이 생길거라는 서로의 희망에 짓궂은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등록금 고지서를 드리는 순간에도 깨닫지 못했다. 내가 부모님께 무슨 짓을 했는지를, 나는 정말 몰랐다.
나는 죄인이었다.
대학이 요구하는 등록금은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 또한 아니다. 돈이 없으면 학업을 포기하거나, 학업을 접고 생업을 해야했다. 부모는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으로 눈물을 흘렸고, 자식도 부모에 대한 죄송함과 걱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기쁨과 희망이 되어야할 입학이 부모와 자식을 울렸다. 단지 행복을 바라던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이 너무나도 부조리한 현실에 던진 왜?라는 의문의 파장은, 단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 무엇보다도 확고히 형성되어 가고 있던 공감대를 타고 급격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몇몇 학생들에 의해 비로소 표면으로 부상했다.
우리가 왜 당신들의 욕심에 희생되어야 하는가! 우리가 왜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우리가 왜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
이들의 분노와 설움은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고 전국을 뒤흔들었다. '반항'의 시작이었다.
혹자는 말한다. 반값 등록금 시위는 오로지 반값 등록금 시위로 끝나야한다고. 그것으로 시작했으니 그것만으로 끝나야한다고. 그러나 난 오히려 이것이 확장되기를 바란다. 이들은 단지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는 기성 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대답이다. 더이상 눈물만 흘리고 있지 않겠다는 젊은 세대의 선언이다. 난 이 저항의 목소리가 등록금 문제 뿐만이 아니라, 학벌,취업난,고용불안,비현실적인 최저임금 등 기성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전가한 수많은 책임들에 목소리를 낼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