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어서 글이라도 적어봅니다.
머릿속에 웅웅해요.
한달 전쯤에 동생이랑 술 먹고 새벽 3시에 집 오고 있었어요.
다니는 성당 앞을 지나서 오고 있는데 왠 고양이가 다가오는 거에요!!!
보통 고양이들은 사람 경계하는데 얘는 와서 부비고, 야옹야옹 애교도 부리고.. 너무 귀여웠어요!
그래서 술도 취했겠다 편의점까지 겁나 달려가서 고양이용은 없길래 강아지용 시저? 통조림 사서
줬더니 진짜 찹찹 거리면서 잘 먹더라구요.. 사진도 찍고, 막 우리 무릎에도 올라오고, 안아도 싫어하지도 않고..
보다시피 아직 애기고 뽀송뽀송하니 너무너무 귀여웠어요..
근데 저번주 금요일에 성당가서 회의같은 거 하고 그랬는데
한 서너시간 뒤에 동생이 와가지고는 고양이 죽어있는데 전에 봤던 애같다면서 같이 묻어주자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걘줄 어떻게 아냐고, 그럴 일 없을 거라고 갔는데..
그냥 딱 보자마자 아.. 그때 애구나 싶더라고요. 눈도 못 감고.. 어떻게 치였는진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는 상처나 피는 없었어요.
그래서 쓰다듬어보니까 몸이 식고, 굳긴했는데.. 정말 방금 죽었단 걸 알겠더라고요..
사실 내가 성당갈때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걔가 없었는데..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굉장히 화가 났어요.
거기가 사람도 많이 걸어다니는 길이고, 코너가 2개나 있는 구불구불한 길인데 거길 그렇게 조심성없이 쌩쌩 다녔어야 했는지..
솔직히 지금도 그건 굉장히 화가나고 짜증나네요...
처음엔 삽으로 퍼서 산에다 묻어주려고 했는데 뭔가 이 연약하고 작은 애를 그렇게 드는 것도 괜히 미안해서
손으로 받쳐 들었는데 사후 경직도 덜 되서 아직 부드럽고.. 뜨고 있는 눈도 맑고 예뻐서 지금도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리고 거기에 고양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애 수습하고 있으니까 친구인지 친척인지 다른 고양이가 와서 냄새맡고 가고.. 서성거리고..
아무튼.. 애데리고 사람 손,발 안 닿는 산길 바위 옆에 눕혀놓고 대충 무덤 만들어주고 왔어요.
근데 정말 딱 한번 만났던 고양인데도.. 지금 키우고 있는 놈만치로 생각나고, 괜히 미안하고 애교많고 어린앤데 죽어서 밉기도 하고
사실 차로 치은 사람이 제일 나쁜 건데.. 그냥 자꾸 생각나네요.. 성당 오다가다 또 마주쳤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는데 요즘 산에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있어서, 또 처음에 만났을 때가 밤이여서 혼자 그냥 밤이라고 지었습니다.
성당갈 때마다 밤이가 있는 길을 지날 때마다 기도라도 해주고, 기억해주고 싶어요.
길고양이들이 로드킬 당하는 거 너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한번밖에 못 봤지만 그래도 밤이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