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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2
게시물ID : readers_105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F*any
추천 : 1
조회수 : 28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2/27 13:48:29

*

 

어떻게 이런 카페를 차리게 된 거에요?”

그가 자리에 앉고 나는 물었다. 그는 소리 없는 웃음을 지었다. 보이는 사람은 없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놀림 받는 기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몫으로 가지고 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새 담배를 꺼냈다. 그 담배엔 체셔 고양이와 닮은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다. 선배가 그와 마주앉아 담배를 피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자체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선배라면 처음 본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도 않을 것이고, 사람 앞에서 담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 이곳과도 담배와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선배의 담배 피는 모습이 그와 같다면 끔찍하다.

거리나 건물 어디에서든 뒤만 돌면 금지 딱지가 붙어 있잖아요. 어는 한 곳 정도는 여유롭게 앉을 곳이 필요해서요.”

여유로운가요. 단속에 걸리면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단속은 안 와요. 금주령이 있던 시대에도, 힘들기는 했지만 술 안 마시는 사람이 있었을까요. 금서를 안 읽는 사람도 없죠. 지금은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을 뿐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익숙한 문구들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가 실태, 같은 단어를 섞어가며 기사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그의 숨결이 닿는 것 같아 불쾌했지만,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 도시 안에만 건물이 몇 개 있을까요. 단속은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리고 앉아서가 중요한 거예요. 모든 거리와 건물이 금연 구역이 되었어도, 흡연자들은 전에도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어디 가겠어요. 알면서도 다 묵인해 주는 거예요. 적어도 거리에선 안보이니까 된 거 아니에요?”

거리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고요. 합법적인 곳은 얼마든지 있지 않나요?”

앉아서가 중요한 거예요. 서서든 쭈그리고 앉아서든 그렇게 편하지는 않으니까요. 여길 찾는 사람들은 좀 앉고 싶어서 오는 거예요. 남의 눈치 없이. 여기가 나빠 보이나요? 적어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양심적이에요.”

누군가 기침을 한다. 금방 지나가지만 시끄러움은 남는 그런 기침이었다. 그것 때문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와 대화가 끊겼다. 난 괜히 커피잔을 쓰다듬었다. 그가 어떻게 여기를 변론하든 내 귀에는 저 기침처럼 의미도 내용도 줄 수 없었다. 이제는 주제를 돌리고 싶었다. 담배란 주제는 언제나 민감하니까. 그가 마침내 담배를 껐다. 고양이 두 마리가 나란히 나를 본다. 감시관이 늘었다.

무서울 것 없는 불법 영업소면서 노래는 없네요?”

방해되니까요. 여기는 노래를 듣기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사람의 취향이란 게, 모두 다른데 제 멋대로 정해버릴 수는 없죠. 노래를 듣는데, 다른 노래만큼 거슬리는 것도 없죠.”

그것이 중대한 범죄는 아니더라도, 그는 이곳 사람들의 죄를 가벼이 대하고 있었다. 사고와 건강의 위험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무시하고 돈과 미래의 위험을 감당하는 사람들 속에 선배가 있었다. 그가 내 앞에서 담배를 펴 댔기 때문에 관자놀이가 울리고 있었다. 대화의 초점, 이곳의 온 목적 같은 것 모두 흐트러져 버린 상태였다.

선배는 여기서 뭘 했죠.”

여긴 어떻게 소개받으신 거죠. 당신은 취미도 없잖아요? 그렇게 보여요. 대화가 필요한 줄 알았는데, 즐길 생각이 없는 것 같더군요. 그분은 그분대로의 취미를 즐기셨겠죠. 즐길 장소와 필요한 도구 정도를 빌려 주는 곳이니까요. 여기 오는 사람들은, 어떤 나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즐기기 위해 오는 겁니다.”

즐겨요? 성매매와 뭐가 다르죠. 법을 어기면서까지 돈 버리고, 몸 버리고, 쾌락만 찾고.”

내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누군가 다가와 그에게 인사했다. 그는 내려가 봐야 하겠다, 하고 일어섰다. 내 극단적인 표현에 화가 났을 거라 짐작했는데, 그는 한 잔 더 가져다줄 테니 기다리라 하고, 재떨이와 잔 모두를 쟁반에 담고 내려갔다. 그가 올라오면 할 말을 찾다가 흰개미가 떠올랐다. 나무를 좀먹는 해충, 바퀴목의 아목인 흰개미. 사회가 개미들의 군집 채라면 그들은 눈에 띄는 변종들이었다. 병정개미에게 여왕까지 먹힐 흰개미. 올라온 그의 얼굴을 보자 생각해 두었던 말들이 유치하게 느껴졌다.

당신의 선배가 나쁜 분이던가요? 그분이 뭘 했는지보다, 왜 당신에게 자신의 취미를 말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해요.”

그는 커피를 주고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내려갔다. 그와 여태껏 한 대화가 한 번의 박수처럼 짧게 느껴졌다. 결국, 고민은 고민대로 남았다. 그에게 화가 났다. 나에게 남은 것은 부를 배와 커피 코팅된 입안, 폐 속으로 들어온 각종 발암물질뿐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에 지나가는 자동차 개수나 헤아렸다면 적어도 선배의 말 한마디쯤은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내려가자 그는 한 번 더 와 보라며 새 쿠폰을 주었다. 그는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전도사 같은 그의 말에 내 생각이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같은 것을 하고 있었고, 새로 온 남자는 창가에서 장난감 같은 것을 만지고 있었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어 카페를 빠져나왔다.

 

*

 

휴가가 며칠이나 됐다고, 동료들은 내가 모르는 것들을 말하며 떠들고 있었다. 하루 이틀 지나면 대화의 주제가 달라질 테니 지금 받는 소외는 별것 아니었다. 그들은 내일이면 내 기사에 대한 주제로 나와 함께 떠들 것이다. 집에 돌아와 선배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었다. 선배는 내게 기회를 주었다. 확신에는 선배와 나누었던 대화들이 힘을 실어 주었다. 그건 선배의 기회일 수도 있었다. 그런 장소가 있기 때문에 선배가 담배를 못 끊는 것이었다. 불법은 불법인 이유가 있었다. 모든 것은 충족되어 있었다. 이제 기사를 쓰는 일만 남아 있다. 쉬는 동안 선배를 만났고, 나만의 기삿거리를 찾았다. 이정도면 가치가 있었던 휴가라고, 스스로 만족할 만 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내 기분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선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어디 전화 부스에서 담배를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일이 지나고, 그 카페가 사라지고 나면 선배는 날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부족함은 아무것도 아니다. 부족한 것이 있을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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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길어 두 개로 나누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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