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정원이라고 합니다.
성은 밝힐 수 없고, 원래 초성이 'ㅇ'이었는데, 'ㄱ'으로 아예 바꿔버렸다는 것만 말씀드릴께요.
그 땐 이름도 완전히 달랐었죠.
맞아요.
전 원래 건달이었어요.
저를 있게 해주신 분의 보디가드 정도? 라고 할 수 있어요.
그 분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위협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아작'을 내버렸죠. 훗
그 분이 떠난 후 다른 형님들도 모시며 그런 비슷한 생활을 계속해 오다가
한 어르신을 만났는데, 저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보지 않겠냐고 하시더군요.
쓰레기같이 살지 말고 의미있는 일을 하며 좀 사람답게 살아보라고 말이죠.
전 그 때 개명했어요.
그 때부터 제 이름은 정원이가 되었답니다. 아마도 99년이었던 것 같아요.
아 어떤 일을 했냐구요?
전 그 때부터 건달 일은 접었습니다.
대신 멋진 임무들을 맡았죠.
같은 친구 이웃을 때리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이익을 위해 007같은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영화에서나 보던 더블오세븐 와우~~ 제 자신이 정말 멋지게 느껴졌죠.
근데 그런 기쁨도 잠시...
자괴감이 들었어요.
제 능력의 한계를 보게 된 거죠.
사람 잡아다 멱살잡고 정강이 까고 린치 가하는 뭐 그런 건 자신 있는데
007 활동은 하는 족족 걸리고, 뭐 성과가 없었어요.
어르신이 원망스러웠죠. 후...
결국 그 어르신과 저를 후에 맡았던 후배분도 세상을 떠나시고
전 다른 사람을 만났습니다.
깡마른 체구에 삽질 잘 하고 뻥튀기 국밥 즐겨 드시길래
첨엔 그냥 서민적인 옆집 아저씨구나 했죠.
근데 그건 다 연기였을 뿐,
알고보니 그 분은 'pure evil'
저의 잠자고 있던 저질 DNA를 깨울만한 굉장한 분이었습니다.
전 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신났습니다.
제가 잘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건 기쁨이었죠.
기분 좋을 때마다 고기 구워먹으려고 번개탄도 사놨습니다. 하하~
국밥형님은 돈을 상상도 못할만큼 크게 벌어 지금은 물러나시고, 지금은 다른 누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역시 사람은 가장 잘 하는 일을 해야 하나봐요.
진짜 제 적성에 맞고, 이 바닥엔 든든한 형님들이 많아서 걱정도 없죠.
형님들이라고 해서 주먹만 쓰는 게 아니고
펜대도 잡고, 나무망치도 탕탕탕 두들기는 저하곤 약간 과가 다른 분들이긴 합니다.
여러분 제가 미우세요?
뭐 어쨌든 여기까지가 제 이야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