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월드컵시즌이었다.
너도나도 응원하며 한국의 16강을 기대하고 있었다.
"넌 축구 안좋아해?왜 요즘같은때 축구 이야기를 안해?신기하네."
"아니 난 축구 같은거 보다는 배드민턴 볼링이 좋아."
필자는 학교 체대 수업의 교양과목 배드민턴을 신청해 A받은적도 있었다.
당시 교수님께서 나랑 같이 신청한 친구를 지명하며
"너흰 점수 받을 수 있겠어? 이건 머리로 하는게 아냐."
라는 말을 듣고 자존심상한 나와 친구는 매일 같이 연습하며 기말평가를 맞이했었다.
키가 크지 않은 나는 뒤에서 스매쉬를 할수 없었으나 조롱섞인 도발을 교수로 부터 듣자 오기가 발동해 점프해 꽂아 넣어버렸다.
"오 뛰는데?"
교수님는 보란듯이 받아쳤고 친구와 난 둘다 지쳐 헥헥대며 시합아닌 시합이 끝내며 쉬고있을때
교수님은 배드민턴 채로 나와 친구를 가르키며
"A"
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실력보다는 오기를 인정하신듯 하였다.
자신의 학생들보다 점수를 더주셨으니...
그만큼 배드민턴은 자신있는 상태였다.
"아니 그래도 한일 월드컵도 응원했을꺼잖아.그때 응원했으면 그 기억때문에 더 이야기 하게 되지 않아?"
"누나...나 그때...보초섰는데?"
"보초?"
"군에있었어."
지금 영화도 상영중이지만 난 2002년 월드컵 보다는 연평해전으로 준비태세 대기하던 긴장감이 더 기억에 남았다.
서쪽해안가는 반전투태세였으니까...
쫄보였던나는 분대장 직위에서 티안내려 애써 웃으며 막사에서 대기하고있던 애들에게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이라고 응원시키며 너도 나도 긴장풀려 애썼던것 같았다.
그리고 몇명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왔을때 긴장감은 극에 달했던것 같았다.
'지금 당장 나갈수도 있나?'
'에이씨 그냥 오는넘들 다쏴죽여.'
머릿속으로는 온갖 잡생각에 시달렸었다. 물론 입가에 미소는 지우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행이 출동은 없었다.
"그럼 응원 안해봤겠네?"
"뉴스로는 봤지.군대에서도 티비는 틀어줘.ㅋㅋㅋ"
"그럼 이번에 와. 같이 광장에서 응원하자."
"너무 늦잖아.그리고 덥고.괜찮겠어?"
"그럼 집근처 호프집에서 하자.티비큰데 있어."
"오 ~ 좋겠다.하긴 요즘 호프집들 티비는 기본적으로 큰거 설치하더라.ㅋ"
안쓰러웠나보다.왠일로 누나가 처음 같이 뭐하자고 불러냈었다.
카고반바지 입고 쭐래쭐래 걸어 호프집에 갔더니 만석이었다.
하지만 누나가 이미 한자리 잡고있었다.
"여~기"
가볍게 눈인사 건넨후 난 그녀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이거 받아."
그녀는 레드데블스 티셔츠와 악마뿔모양 머리띠를 나에게 줬다.
"이런거 차고 해야 응원 맛나지.넌 안해봐서 모르지?ㅎㅎ"
재질이 가벼웠던 티셔츠를 덧입고 악마뿔을 잠시 내려다 본후 착용하였다.
어색하게 내가 쭈삣쭈삣 거리자 그녀도 같이 뿔을 착용하며 생전 처음 보는 애교를 보였다.
헉;;;순간 심장이 뜯어져 파괴되는 줄 알았다.
항상 도도하며 까칠거리던 성격에서 나온 첫번째 애교에 이미 정신줄 붙잡고 있기가 힘들어졌다.
난 아마 표정관리도 못하였었고 너무 좋아하는 아이돌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고딩 소녀의 모습처럼 내눈은 갈곳을 잃었을 것이다.
밤늦게까지 호프집 손님들과 같이 응원하고 그녀를 집으로 바래다 줬다.
그날은 딱히 별일 없었으며 집에돌아가는 중간중간에도 나는 처음본 애교모습에 미친놈처럼 히죽히죽 거리며 집에 돌아갔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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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