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아버지 깍아내리기 열심인 '얼치기 여성부' 강력비판 2006·03·04 14:02
조 일 범 (기자)
유력한 신문사 기자가 여성가족부를 대놓고 ‘얼치기 여성부’라고 강도 높게 비판해 화제다.
경향신문 김준 기자(사회부)는 3일자 자신의 기사인 [기자메모]에서 여성가족부가 자의적으로 왜곡 발표한 보도자료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며 기사제목을 이례적으로 “아버지 氣 꺾는 ‘얼치기 여성부’”라고 올렸다.
김 기자는 여성가족부가 부처약칭을 ‘여가부’ 로 불러달고 할 정도로 가족정책 업무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튀틀려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녀 중 93.5%는 지난 한달간 아버지와 영화도 한번 안 봤다’ 는 내용의 지난 2일 여성가족부 보도자료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자료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것으로 “응답자들은 ‘아버지’와 영화를 안 보는 게 아니라 ‘부모’와 영화를 안 본다고 답했는데” 여성가족부가 임의로 “ ‘부모’를 ‘아버지’로” 바꿔 발표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녀와 놀아주는 아버지가 7.7%에 불과하다”고 돼 있는 자료 또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놀아준다’는 응답을 빼고 계산한 수치” 였다고 한다.
더 기막힌 일은, 김 기자가 “왜 보도자료의 수치가 실제 조사 결과와 이렇게 다르냐”고 질의하자 여성가족부 관계자한테서 튀어나온 황당한 답변이다. “아버지의 소홀함을 부각시켜야 가정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나.
충분한 이유를 근거로 머리끝까지 화가 난 김 기자의 결론은 이렇다. “‘아버지의 기’를 죽여야 가족정책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그처럼 ‘인위적 왜곡’을 한 조사 자료를 버젓이 사실인 양 국민 앞에 내놓는 그 배짱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더 중요한 대목이 있다.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버겁고 짜증난 논쟁을 기피하는 풍토가 만연한 곳이 한국의 기존 언론계다. 그럼에도 경향신문이 김 기자의 이같은 분노를 그대로 실은 용기는 그의 분노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또한 외압에 굴하지 않고 언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려는 노력으로 칭찬받을 만 하다.
문제가 된 여성가족부의 왜곡된 문건은 지난 2일 모든 언론단체들에 배포되어 그대로 보도됨으로써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이미지 실추에 크게 공헌(?)한 바 있다. 이번 일은 아버지(남성)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폄하하기위해, 여성권력계(일반 여성들은 무관하다)가 저지르고 있는 많은 해프닝 중 또 하나의 진기록이 될 전망이다.
지금 가난한 부모들은 생존에 힘겨워 비정규직 투쟁과 같은 길거리 싸움터에 나서고 있지만, 여성가족부는 아빠가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다며 한가한 거짓말을 일삼는다. 진정 부모가 아이들과 더 놀아주길 원한다면 여성가족부 등 여성권력계는 비정규직 투쟁에 동참하는 게 이치에 맞지만, 이에 대해 그녀들의 입에서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