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게시판이 있는 줄 모르고 자유게시판에 올렸다가 바로 지우고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게시판 적응을 잘못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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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애들이 간만에 치킨+피자 사달리길래..먹는데 애엄마가
둘째 아들놈.. 내일 유치원 안간다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고...
큰애 (초2)도 덩달아 나도 집에서 있고 싶다고.
그래서 집에 있을려면 글씨쓰기와 책읽기를 해야하는데 괜찮냐 하니까 둘다
난감한 표정.
그보다, 아들놈 왜 가기싫은지 이야기해봐라 했더니, 이번달 매주 목욜은
물놀이를 하는데, 저번주에도 물놀이 하기싫다고 했고, 이번주는 아에 유치원
가기 싫다고 했는데, 그이유가 젖으면 옷갈아입기 싫어서 라고 애엄마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잠시.. 애 표정을 살펴보니.. 내 눈을 피하면서 가기싫은데 엄마한테
도와달라는 표정을 자꾸 신호를 보냅니다.
애엄마도 안절부절..
저는 모른척하고.. 그래도 아파서 안가는거외엔 유치원은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하니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길래..
"너 물놀이 하려면 물총 좋은거 사야겠다" 했더니 애가 얼굴이 환해지면서 "정말?" 하더군요.
그래서 먹다말고, 마트가자 해서 한밤중에 애손잡고 마트에가서 등에 메는 물탱크 타입 물총 사줬습니다.
애가 얼마나 좋아하고 신나하는지.. 그래서 집에 물안경 있는거 얼굴에 맞춰주고..
같이 목욕탕 들어가서, 물총 쏘는법, 얼굴에 눈에 쏘지 않기 약속, 다른 남자애들이
물총 안가져온 애들 쏘면 너가가서 막아주기, 물안경을 썼으니, 얼굴피하지않고 입다물고
숨쉬면서 물총 쏘는법.. 등등..
저랑 30분 교육(?) 빡시게 하고나니... 아이가 흥분해서.. 유치원가는게 기다려진다고 엄마를
붙들고 계속 자랑하고, 잘때 물총안고 물안경을 쓰고 잠들었습니다.
애엄마에게 마트가면서 애가 해준말을 이야기해줬어요.
알고보니, 월초에 물놀이한다길래 제가 "애 물총사줘야하지 않어?" 했는데
애엄마가 작은 물총 있어서 괜찮다고 불만 없다고 했는데..
유치원에서 남자애들중에 쎈물총 가지고와서 애들을 쏘고 괴롭히고 했나봐요.
그러니, 아들놈이 물놀이가 점점 싫어지는거였습니다.
애 잠들고나서.. 애엄마는.. 나름 애가 가기싫어하는 이유를 다르게 보고
안보내는게 애를 편하게 해주는거라 생각했다가..
아이 마음 깊숙히 있던 물총과 물안경을 제가 끄집어내서 해결해주는걸 보고
미안해 하길래.. 부모는 이렇게 둘다 서로 성장하는거니 너무 미안해하지말아라. 했어요.
저도 놓치는걸 애엄마가 잡아주기도 하니까요.
아침에 해맑게 그리고 신나게 가는걸 보니 문제점 하나 해결해서 마음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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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친구녀석 아들들을 가끔만나서 상담을 하는데..
아이들은 자신이 숨기고 싶어하는걸 부모에게 진실을 말하는게 드뭅니다.
그이유를 몇가지 보면
1. 부모가 내 상처로 인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2. 내 걱정을 이야기하면 나에게 화를 낼까봐 두려워서
3. 내편을 들어준다하여 내친구들에게 내일이라도 학교(유치원)에가서 싸울까봐
4. 해결방법중에 물질적으로 사야하는데, 말을 꺼내면 또 돈이야기한다고 혼날까봐
등등입니다.
아이들에겐 아이들만의 룰이 있고 세계가 있죠.
그걸 부모가 개입해서 직접 해결해주려 하거나, 피하려고할때 방치하게 되면
그 세계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홀로남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럴땐 부모는 간접개입.. 즉 그 룰에서 적응하는 방법과
내가 약자를 어떻게 감싸주고 나도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을 적절하게 알려주고
그후에 결과를 듣고 조금씩 수정해주면 아이들의 성장에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도 초보아빠이고 부모이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무조건 윽박지르는건
아이의 성장에 안좋습니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오유 베스트에 아이유 어릴적 부모님의 벌칙..
혼내지 않고 메모쓰기와 책읽기 벌칙.. 그거 보고 우리집도 도입하기로 아이들과
약속했습니다. 난감해하면서도 책읽기는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아이들도 반반..
좋아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눈빛 ^^.. 육아와 자녀 가르치기는 실패투성이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