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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날 나는 널 잊기로 했다.
게시물ID : humorstory_4390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줄무늬반달곰
추천 : 1
조회수 : 4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24 19: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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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 아이를 처음 만난건 학교에서 였다.

나보다 4살이나 어린 친구를 봤을 땐 이 친구는 어리지만 재밌는 친구구나 했었다.

밝고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사람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그 친구는 인기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와 친구로 지냈다.

"야 야" 하며 내 자취방에서 밥도 먹으며 점점 더 친하게 지냈다.


그 당시엔 그 아이가 내게 이런 저런 일이 있다며 고민상담을 하고 그랬을 때에도 나는 정말 친구로만 지냈다.

나에겐 왠지 어리게만 보였고 여자로 느껴지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나는 이런걸 별로 궁금해 하진 않았지만 나에게 누군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왜였을까 매번 나에게 모든걸 얘기했었던 그 아이가 그것만은 알려주지 않았다.

난 계속 물어봤지만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계속 비밀이라고만 얘기 했었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알게되었다.

사실 나에게 너는 소중한 친구였구나, 동생같은 아이인줄 알았는데 단순한 호감인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거였구나.


새벽 비오는날 나는 너를 좋아한다는걸 알았고 너에게 달려갔다.

주변을 돌고 등에 비가 젖어들며 이마엔 땀이 맺혀져 갔을 때


너를 찾았다.


내 손에는 니가 평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너에게 주었다.

그렇게 나는 너에게 고백했다.

" 이제 알겠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생각보다 많이. "

너는 수줍게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나도 너를 좋아해... "

그렇게 손을 잡고 걸었다.

이 세상 무엇을 줘도 그 순간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계속 삐걱거렸고

그 뒤틀림은 계속되다가 꺾여져버렸다.

그건 별이 구름에 가려질 듯 말 듯한 어느 공원에서의 이별이였다.


이별의 후폭풍은 컸다.

그전까진 누구를 만나고 헤어지더라도 힘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 만나면 잊겠지 하고

그런데 이번은 너무 힘들었다.

걷다가도 니가 생각났고

밥을 먹다가도 니가 생각났고

노래를 들어도 니가 생각났다.


시간이 지나도 힘든건 마찬가지였다.

힘든걸 잊으려고 운동도 했고

일도 했고

사람도 만나봤지만

정말 소용없었다.

결국엔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아픔이 잦아들기 시작할 때에도

문득 문득 갑자스레 찾아오는 고통은

쓰라리다 못해 나를 짖눌렀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텼다.

연락을 안해야지 하면서도 매번 너를 확인했고

혹시나 연락이 올까봐 폰을 놓치지를 못했다.


연락이 왔을땐 뛸듯이 기쁘다가도 다시 또 눈물이 날만큼 힘들었다.

잊기로 몇번을 결심하다가도 다시 또 보고싶었다.


친한 형을 만났다.

보자마자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담배를 건네주었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기에 거절했다.

형을 도와주었고 모든게 끝나고 보니 형이 함께 밖으로 나와주었다.

아까부터 비가 내렸지만 비의 기세가 조금 그친듯 싶었다.

다시 한번 형은 나에게 담배를 건네주었다.


고맙다고 하고 불을 붙혔다.

오랜만에 피는 담배라 그런지 어지러웠다.

참 맛나더라

한숨을 후 하고 내쉬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담배연기에서도 니가 보였다.

미쳤지 미쳤어 하며 담배를 다 피고 혼자 걸어갔다.


비는 정말 세차게 내렸다.

슬리퍼를 신었는데 비는 발가락 사이를 꼬물꼬물 기어들어왔다.

우산을 던지고 비를 맞고 싶었다.


비는 정말 세차게 내렸다.

발에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나는 하나 생각했다.

정말 힘들겠지만


나는 너를 잊기로 했다.


모든게 씻겨져내려가는 이 비처럼 너를 잊을 수는 없겠지만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지만

정말 가슴 아플정도로 사랑하지만


비가 모든걸 잊게 만들정도로 내리던 날


나는 너를 잊기로 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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