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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진상썰들을 읽고 생각나서 써보는 나의 알바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10044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mpostela
추천 : 0
조회수 : 3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26 01: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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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문서는 스압에 노잼일 수 있습니다.
주의: 이 문서는 어느정도의 픽션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부분은 거의 다 사실입니다.


그냥 집에서 10분정도 걸리길래 알바 신청했는데 편의점을 둘러싼 3방향에 모텔이 두개씩 있구 길건너편에는 오빠놀다가 하는 여인숙들 많은 그런 곳이었습니다...덕분에 주요 손님은 거의 다~~~~ 모텔 이용객들 아니면 취객들. 단골이래봐야 주변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이거나 그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 정도.

빈말로도 일은 쉽다고 못했습니다. 개인편의점이기에 새벽마다 발주넣고 뭐 오고 이런 시스템은 없었지만 
이 편의점은 그 당시 술 채워넣는 술장고가 두 개 였습니다. (보통 편의점은 한개죠?)

술이랑 담배가 겁나게 팔렸기때문에 시간마다 냉장고에 술채우고 담배채우고 하는게 주요일과였죠.
그 외에는 쓰레기통 비우고 음식물 쓰레기통 씻고 가끔 매대청소도 하고 뭐 그런건 편의점 야간 알바생이라면 다 하는 거니까...

평균적으로 야간 하루 매출이 50~70만원정도를 찍었습니다. 그만큼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http://talkimg.imbc.com/TVianUpload/TVian/TViews/image/2014/05/22/7Rg5IdZI3buJ635363718897391377.jpg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수라와 같은 곳에서 1년간 근무하면서 진상을 단 한번도 만난적이 없었습니다.
진상 근처에 머무르는 사람은 서너명정도 겪었지만요...그 마저도 진상단계에 오르기 직전에 순한 양이 되어서 가게를 떠났습니다.

그 비법은 아주 간단하기에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1. 정중한 어조로 의사를 표시한다.
1.jpg

2. Success!
2.jpg

어때요 쉽죠? (사진출처: 가스파드님의 네이버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키 포인트는 이겁니다.

1.jpg

대화! 대화를 하자! 나와 함께 진솔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자!

거짓말같이 대화 몇번이면 취객들은 엄마품에 잠든 어린아이보다 더 유순하게 가게를 떠났습니다.

사실 저는 키와 덩치가 아주 큰 편에 속합니다. 그 왜 그런거 있잖아요. 사자도 코끼리 만나면 착하게 물만먹고 가잖아요.
진상 취객들은 동물의왕국에 나오는 그런 사자와도 비슷합니다. 자기가 세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냥감이라도 물어뜯어버릴 수 있다 생각하죠.
그런 사람들에게 저의 존재는 자연의 공포 비슷한 뭐 그런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자연은 크고 아름다운것에 다소 약하니까요.

예시)

만취한 취객 한 분이 담배를 사러 오셨습니다. 

"2500원입니다"

"라이터 좀 주세요"

라이터를 건네며 "300원입니다" 하는 순간 느껴지는 침묵.

"그냥 스티커만 떼서 불 붙여주세요."

"죄송하지만 손님, 스티커 떼는 순간 이미 사용 물품이기때문에 다시 판매하기가 그...힘듭니다"

다시 이어지는 침묵.

아이고 또 내가 손님은 놀라게 해드렸구나

그리고부터 손님께서는 국가와 저의 미래에 대한 긴 한탄을 늘어놓으시더군요.

국가가 어쩌니 언제부터 사람인심이 이렇게 야박해졌니 300원 그거 얼마한다고 자기한테 그러느니 진짜 그렇게 살지마라는둥
젊은놈이 벌써부터 인색하면 못쓴다는둥 나쁜남자 기질 다 드러내시면서 불 한대를 간절히 제게 요구하셨습니다.

국가 이야기부터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그냥 이러다 말겠지 싶어서 평소처럼 깍지끼고 손을 푸는 그 순간

우두둑 소리가 납니다.

손님이 말하다가 말을 멈춥니다.

"지금 저한테 힘자랑 하시는거에요?"

그리고나서 손님은 300원을 꺼내놓으시고 라이터를 들고 가버리시더군요. 

대부분의 취객들은 위와 같은 대화로 원만히 일들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역에 있는 편의점에서 야간알바할때도 위와 비슷하게 무난무난했습니다. 이 경우는 취객보다 노숙자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었는데
어째 전임자는 계속 저더러 노숙자 잘 쫓아내고 안나간다고 버티면 경찰불러라고 거듭 당부하고 
노숙자만 아니면 진짜 괜찮은 곳이라고 거듭 강조하더군요.

진짜 괜찮은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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