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 11월에 운전병으로 전역했습니다 ㅎㅎ..
아마 밀게에 올라오는 썰 중에서는 가장 따끈따끈한 썰인거 같네요
요 며칠동안 멧돼지 관련된 썰이 많이 올라와서 저도 풀어봅니다 ㅋㅋ
작년 2월달에 엄청 추웠던 날이였습니다.
101호차 운전병이 된지 딱 2개월째 되던날, 대대장님과 대대 병사 2명과 함께 GOP 야간 순찰을 가게 되었습니다.
GOP 야간순찰은 사단 직할대장들이 돌아가면서 주기적으로 사단의 GOP 소초를 방문해서
후반야 근무조 점검 및 일정 구간의 철책 상태나 근무상태를 확인하는것을 했습니다.
항상 갈때마다 대대의 신병들 2~3명을 데려가서 간략하게 부대소개도 해주시고
전방사단에 근무한다는 자부심도 심어주시곤 했습니다.
순찰을 가던 그 날은 다행이도 눈이 온지 3일정도 지나서 도로상태도 좋았고
사단 GOP 구역 쪽에서 꽤나 유명한 승암고개를 넘어가는데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거의 밤 11시 반쯤에 소초에 도착해서 후반야 근무조 장비 상태 및 준비하는 과정을 보고
저를 비롯한 신병 2명을 데리고 순찰을 갔었습니다.
처음 도착한 소초부터 다음 소초까지 철책을 따라가며 시설상태나 근무 상태를 확인하며 무사히 순찰을 다녀 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거의 새벽 2시쯤에 순찰이 끝났었고 다시 레토나를 돌려서 부대로 복귀하는 길이였습니다.
GOP의 길을 따라서 천천히 가던 도중 앞에 코너쪽에서 야생동물의 눈동자에서 반사되는 불빛 같은걸 보았습니다.
길이 상당히 좁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 속력을 줄이고 코너를 천천히 돌았습니다.
코너를 반쯤 돌았을때였습니다.
레토나의 헤드라이트가 비추지 못하는 어두운 왼쪽편에 뭔가 거뭇거뭇한게 보이기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빙판때문에 바닥이 검게 보이는가 싶었는데
코너를 점점 돌다 보니 길 한가운데 멧돼지 한마리가 서 있었습니다...
제가 운전하고 있던 레토나부터 4~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헤드라이트를 계속 보면서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평소에 GOP 운행을 하면서 자주보던 멧돼지였지만 이날은 뭔가 달랐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는데 뭔가 소름 돋는 그런 기분?이 계속 들었고 그냥 차로 살살 앞으로 가도 비켜주지 않을듯한 그런 위압감을 느겼습니다..
멧돼지를 멍하니 계속 보고 있다가 대대장님이 헤드라이트부터 끄라고 해서 라이트를 껐습니다.
라이트를 끄고나니 은은한 달빛을 통해서 멧돼지가 보였습니다.
그러고는 점점 제가 운전하고 있던 레토나로 다가왔고...
운전석 옆으로 천천히 지나갔습니다...
레토나의 사이드미러 옆으로 멧돼지가 지나가는데 멀리서 볼때는 몰랐는데
바로 옆에 지나가니 덩치가 사이드미러 높이랑 비슷했습니다...
옆으로 스르륵 하며 조용히 지나가는데
레토나에 타고 있던 4명 모두 공포영화에서 뭔가 지나갈때처럼 바짝 긴장하면서 계속 보았습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한테 뭔가 알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지는건 그때가 처음이였습니다...
그렇게 멧돼지가 지나가고 나서야 저는 다시 부대로 출발할수 있었습니다..
가는길에 대대장님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옛날에 산마다 산신이라는 존재가 있는데 가끔 동물의 형태로 자기 산을 둘러본다고...
아마 우리가 본 멧돼지가 그런거 아니였겠냐고 ....
멧돼지 이야기 볼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네요...
군대에서 경험한 일 중에서 제일 신기했던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