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게시판에 말라빠진 밥풀같은 글 올리던 사람입니다.
강아지들 그림과 내용이라 강쥐방에 올려 봅니다. 게시판 성격에 맞을런지 몰겠네요^^;
바둑이에게 명하는 글
너는 털에 무늬가 있으니, 반호(槃瓠)의 자손이냐.
너는 민첩하고 총명하니 오룡(烏龍)의 후예이냐.
발은 방울같고 입은 칠흑같으며 마디 사이는 너르고 힘줄은 팽팽하도다.
주인을 그리는 정성이 사랑스럽고 대문을 지키는 책임이 대견스럽도다.
나는 이것 때문에 너의 용맹을 기리며 너의 뜻을 사랑하여 집에 두고 총애하며 먹여서 기르는도다.
너는 비록 미천한 가축이지만 두정(斗精)이 기특하니, 그 영특함과 지혜로움이 만물 가운데 어느 것이 너와 같으랴.
(화조구암도-이암 1499~?, 호암미술관 소장)
주인이 명령할 테니 너는 귀를 세워 들을지어다.
절도가 없이 늘 짖으면 사람들이 너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물어대면 화를 입게 될 것이다.
세 개의 골이 파인 진현관(進賢冠, 벼슬아치들이 쓰는 관) 쓰고, 두 개의 칸이 달린 아름다운 수레에 높다랗게 앉아 뇌구(櫑具 손잡이의 장식)의 칼을 차고 수창(水蒼 옥명〈玉名〉)의 구슬을 달고, 하인들이 떠들썩하니 동네를 메우면서 쟁그랑 쟁그랑하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너는 짖지 말지어다.
고문대책(高文大冊 조칙법령〈詔勅法令〉따위)은 지체할 수 없는 것이니, 임금[聖慮]께서 신지를 생각하사 너의 주인을 불러 궁전[天陛]으로 들라는 제명(制命)을 받든 내수(內豎)가 급히 온다면, 비록 밤중이라도 너는 짖지 말지어다.
생강과 계피를 섞어 말린 고기, 소금에 절인 생선, 뜸 잘 들인 밥, 좋은 술을 선생님께 바치며 속수(束脩)의 의식을 행하려는 사람이 온다면, 너는 짖지 말지어다.
옷 속에 노란 책갑을 끼고 너의 주인과 더불어 마구 질문하고 뒤범벅으로 힐난하려는 사람이 떼를 지어오면, 너는 짖지 말지어다.
짖고 물어도 좋은 것에 대해서도 역시 나의 말을 들을지어다.
허실(虛實)을 엿보고, 부주의한 틈을 타서 담장을 뚫고, 집안을 들여다보며 재물을 훔치려 한다면 너는 지체 없이 속히 짖고 속히 물지어다.
겉은 기름처럼 부드러우나 속은 시기심으로 가득차 남의 시비를 염탐하면서 그 악랄함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 얌전하게 선웃음치면서 오면 너는 짖어야 한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요술을 피우고, 괴상한 짓을 하여 사람을 유혹하고 현혹시키는 늙은 박수나 음탕한 무당이 문을 열고 찾아오면, 너는 물어야 한다.
간교한 귀신이나 요사스러운 도깨비가 틈을 타서 엿보거나, 어둠을 타서 슬쩍 들어오려 한다면 너는 짖고 쫓아내야 한다.
큰 너구리나 쥐가 담을 뚫고 들어와 곁에 숨어서 엿본다면 너는 물어 죽여야 한다.
(모견도-이암 1499~?, 국립중앙박물관)
전대에 고기가 있어도 너는 훔치지 말고 솥에 국이 있어도 너는 핥지 말며, 방에도 오르지 말고, 땅도 파지 말며 문에서 떠나지도 말고 잠자는 것을 탐하지 말지어다.
새끼를 낳으면 민첩하고 영특하며 표범의 가슴과 용의 꼬리를 가진 놈을 낳아 주인의 손자에게까지 이르도록 할지어다.
(견도-이암 1499~?, 필라델피아미술관? 엉?)
아아, 네가 만약 나의 말을 경청하고 잘 돌봐준다면 많은 세월[千歲]이 지난 뒤, 주인이 신선이 되어 너에게 영약을 먹여 하늘로 끌고 갈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냐. 경청하고 경청하여 소홀히 하지 말지어다.
(모구양자도-단원 김홍도 1745~1806, 간송미술관 소장)
위의 글은 고려 당대의 문장가 이규보(李奎報) 쓴 바둑이를 예찬하는 『명 반오 문(命斑獒文)』입니다.
번역은 한국고전종합데이터베이스 참조.
강쥐들은 예나 지금이나 주인말 잘 듣는 충직함의 대명사로군요.^^
주인이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도 지금처럼 똑같습니다^^
<주석>
반호(槃瓠)
《후한서(後漢書)》 <남만전(南蠻傳)>에 따르면, 옛날 고신씨(高辛氏)가 임금으로 있을 때 견융(犬戎)이라는 만족(蠻族)이 쳐들어오자 임금은 적장의 머리를 베어오는 자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부마를 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궁중에서 기르던 반호라는 개가 적장의 머리를 물고 왔다. 약속대로 공주를 얻은 반호는 그녀를 등에 업고 험준한 남쪽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후 그들은 6남 6녀를 낳았고, 그 자손들이 점차 번창하였는데, 현재 창사[長沙]에 사는 무릉만(武陵蠻)이 후예라고 한다. - (두산백과)
오룡(烏龍)
고구려의 <몽신화>에 나오는 해모수의 수레를 끄는 용.
출처 | 출처와 출전은 본문에 기재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