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겪은 일이며, 당시 판에 올렸다가 톡이 된 이야기입니다 역대 무서운 얘기 모음 판 글이 있길래 보다가 제 글도 있길래 추억에 젖어 오유에도 올려봅니다
2011년 1월 25일 새벽 거지같았던 한일전 경기날 노원구민인 나는 친구가 사는 남양주 평내호평에서 함께 응원을 하다가 집에 차를 끌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도로는 넓고 차는 한 대도 없다고 룰루랄라 운전을 하던 나는 서울외곽순환도로로 빠져야하는데 직진을 했다
한참 좌회전도 유턴도 못하는 도로라 일단 우회전을 했는데 네비가 요래조래 가라고 알려주길래 첨보는 깜깜하고 뭔가 시골길같은 그 길을 네비에게 의지하여 달렸다
근데 점점 이상한게, 산으로 올라가려고 하네 넘어가는건가 비포장도로네 뭐야 이 길; 껌껌하고 점점 상향등마저 소용 없네 어쩌지 하는 찰나 네비가 목적지에 다왔다고 가운데에 깃발을 딱 꽂는거다
공동묘지란 글자 위에 딱.
길은 좁고 비포장에 앞뒤로 아무것도 안보이고 공동묘지 다왔으니 내리라는 네비를 재부팅시키며 차를 돌리려 했지만 순간 차 뒷바퀴가 어딘가에 쳐박히며 앞이 번쩍들렸다 엑셀을 밟아도 차는 나오지 못하고 점점 멘붕이 올 것 같았다.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뒷면에다가 죄송하다 껌껌한데 차가 빠져서 일단 놓고가고 낼 오전중에 찾으러 온다고 연락처와 함께 메모를 했다
차문을 열고 왼다리를 딛는데 다리가 어딘가로 쑤욱빠졌다 눈이었다 눈 쌓인곳이었는데 안보여서 차도 쳐박고 다리도 쳐박고...
어찌어찌 내려서 산길을 뛰어내려왔다 왼쪽 다리가 점점 얼어와서 나중엔 끌다시피 걸었다 한참을 내려오니 차도가 보였지만 차는 한 대도 다니질 않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지금동표지판과 부영아파트가 보였고 조금 더 가니 택시가 지나갔다 빈 차는 아니었지만 불쌍한 표정으로 손을 미친듯이 흔들었다 차는 고맙게도 멈췄고 창문을 내렸는데 조수석엔 술 취한 아저씨가 자고 계셨다 취해서 자는 사람에게 사정설명하고 합승하기가 어려울것 같아 이 분 멀리가시는거냐고 물었더니 백미터앞이 목적지란다 진짜 다행이었다 그 택시에 타고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을까?
있었다. ㅋㅋㅋ
집에 와서 남양주친구에게 이게 말이되냐며 통화를 하다가 잠들었고 다음 날 출근을 해서 동료들과 선임들에게 사정설명을 했다 당시 대학교 조교였고 인수인계 기간이라 딱히 중요한 업무는 없었기에 모두가 걱정을 하며 갔다오라고 했다 그 중 직속선임이 다음지도를 켜더니 지금동을 검색했고 공동묘지는 여러개라고 했다 차에서 내려서 택시를 잡을 때까지의 시간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니가 간 공동묘지는 여기다. 라고 결정이 난 후 도농역으로 바로 출발했다 역 앞엔 남양주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이 폰으로 구글맵을 실행하고 헤메기 시작했다 당시 영하 16도였고 폰을 쥔 손은 얼었고 표정은 점점 멍청해져갔고 시간은 오후 4시를 넘었고 차고 지랄이고 집에가고싶었다
근데 전화가 울렸다 차 오전에 빼러온다더니 왜 안오냐고
반가운 마음에 어느쪽으로 교회 십자가가 보이고 반대로 무슨색깔 아파트가 있다고 설명하며 겨우 차를 마주했다
처참하게 남의 밭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어젠 어두워 보이지 않던 산 주변은 전부 묘비로 가득해서 좀 식겁했다 내게 차 빼라고 전화하신 분은 밭 주인이셨고 딱히 망가트린게 없어서 견인차 기다리는동안 맘 편히 어제 얘길 했더니 아저씨가 기겁을 하셨다
아저씬 여기 사시면서 기겁하시면 전 어쩝니까.....
알고보니 거긴 지막공동묘지였다 쨌든 이것도 기념이지 싶어서 묘지, 밭, 빠진 차 등을 찍고 판에 올리려고 했는데 묘지가 가득한 그 사진이 없어졌고 난 주작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