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오유역사 최초로 상욕을 해서 베오베를 간 글쓴이입니다ㅡㅡ;
일단 먼저 사과를 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참 일베와 다름없는 짓거리를 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베오베간건 지울수도 없으니 이거야 원..
근데 이 글엔 사연이 있습니다.
총선날, 처음 치러보는 투표라 새벽 일찍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에 섞여서 투표를 하고 혹여나 지리를 몰라서 못오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주변에 딱 고개를 휘휘 휘두르시는 분들에게 다가가서 투표소의 자리도 가리켜주고 해서 2시간을 아직 쌀쌀했던 새벽 길거리를 휘젓다 즐거운 마음으로 직장에 갔습니다. 직장이라고 해봐야 대학생인 저는 뭐 비정규직 알바 노릇이지만, 그래도 내일이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세상을 작게나마 기다리며 하루 종일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했다고 자랑도 했고요(생각해보니 참 창피하네예, 남들도 하는 투표 한 번 했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다니..) 살짝살짝 딴짓하면서 본 인터넷에는 아직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사람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 총선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자고 목놓아 외쳤고, 얼마나 새누리당이 삽질과 토론거부와 나쁜 짓을 했고 그걸 많은 사람들이 보고 분노했는지 잘 알기에 별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본 투표율은 예상을 훨씬 빗나간 수치였습니다. 저는 순간 제 눈을 믿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새누리당에게 투표를 해주진 않았을거야란 헛된 기대를 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TV로 본 대한민국은 온통 뻘갰습니다. 순간 멍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논문을 표절한 인간이 당선되는 모습, 동생의 아내에게 그런 짓거리를 한 인간이 환하게 웃는 모습, 온갖 선거법을 위반하고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제가 두 번째로 존경하는 분과 비등비등하다는 그 모습, 그리고 김용민이 눈물을 짓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방송으로 내눈으로 보니 진짜.. 그 기분은 이렇게 글로는 표현 못하겠네요.
물론 새누리당을 찍어도 그러한 이유가 있겠거니라고 처음에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밀려드는 허전한 마음을 주체못해서 밖으로 나갔는데 도심에 서니 사람들이 많더군요. 갑자기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저렇게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반은 오늘 투표를 안했구나. 20%만 투표를 했어도 세상이 바뀌었을 지 모르는데 오늘 투표도 안 하고 들로 산으로 쏘다니면서 놀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싫어졌습니다. 우리의 윗세대 분들이 대학생 시절 화염병을 던져가며 목놓아 불렀던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가로세로 4평짜리 어두컴컴한 욕조에 거꾸로 처박혀가며 지켰던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생각이 물밀듯이 몰려드니까 술을 안 마시고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제 인생 최초로 혼자 술을 마시고 싶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원래는 마셔도 친구나 친지들 앞에서만 마신다는 저 나름대로의 약속이 있었고 저도 또 술은 못해서 친구들이 매일 제 수발(...)을 들어주는 처지이지만, 그 날 만큼은 있는대로 마시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편의점으로 달려가 보드카만 주구장창 샀습니다. 집에서 새우깡을 씹어가면서 과연 이 나라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라는 생각만 끊어진 필름처럼 반복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오늘 퇴근해서 피곤한 몸으로 오유에 들어갔는데 쓴 것도 잊어버린 제 글이 베오베에 갔더군요.(그 정신머리에 브금이랑 사진도 용케 끌어서 올렸더군요 하.. 나란남자 무서운남자..) 베스트까지 간 것도 알았었긴 했는데 그냥 욕만 먹고 말았겠거니하면서 그냥 지나친 이 글이 베오베를 가니까 욕이란 욕은 엄청 들어먹은 겁니다. 물론 제가 상욕을 했으니까..겠지요? ^^; 참 이거 마무리가 영 어색하네요. 그래도 앞으론 음주게시같은 건 안하는 바른 오유인이 되도록 나름 노력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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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요약:
술빨고 쓴 글이 베오베에 갔다
욕을 먹었다
님들아 나는 그런인간 아님. 나는 평범한 오유인이에요 뿌잉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