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뮤지컬공연을 보고왔습니다.
6.25당시 남북한의 여섯 군인들이 가상의 여신님과 함께 무인도에서 겪는 일을 풀어내는? 공연이었는데요,
"웰컴 투 동막골" 생각도 나고, 넘버들도 쉽고, 생각보다 발랄한 분위기에 즐겁게 관람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관람 뒤 두고두고 공연이 생각나서, 공연을 좀 더 추억하고 싶어서 바늘을 들었습니다.
일단 만들려고 하는 군복은 북한군복인데.. 사막색 실이 없어서
제가 가진 실 중 가장 비슷한 겨자색 / 밝은 갈색실로 바지를 만들고
분명히 과정샷을 찍었는데 보이지 않는(...) 몸체에 여러번 입혀보며 여러번 뜨개를 풀고 뜨고를 반복합니다.
사진의 바지는 아직 미완성 상태네요.
공연에선 분명 사막색 전투화를 신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제겐 사막색 실이 없고,
어차피 인형인데 귀여우면 그만이지! 란 생각으로 검은 군화를 뜨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양말 뜨듯이 했는데, 뒤꿈치 마감이 영 성에 차지 않아 타원형으로 신발을 만듭니다.
그 사이 사진들은 또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상의, 하의, 신발 모두 주머니 및 신발끈까지 완성된 상태로 머리카락을 심고 있습니다.
자라나라 머리머리
인형을 만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인데, 귀찮다고 뒷머리를 저렇게 시침질을 안 하면 머리가 붕 뜹니다. 아주 보기 좋지 않죠.
또한 머리를 많이 심어봐야, 머리가 더벅하게 붕 떠올라 영 보기가 좋지 않고, 실도 엄청 낭비하니, 처음 한 두 바퀴만 빼곡히 심어주고
그 뒤부턴 절반 정도만 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머리를 다듬었는데 영 맵시가 안 사는게 아쉽습니다만.. 전 미용사도 아니고, 얘는 무인도에서 100일을 버틴다는데
머리모양이 최첨단을 사는 사람들 입맛에 맞을리 없다고 자기최면을 걸고 넘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초록모자와 눈을 달아주고 완성했습니다.
나름 정성들여 찍은 사진들이 죄다 저장없이 날아갔다는게 아쉽네요.
이렇게 앉혀놓기 위해 와이어를 넣은 선택만은 잘 한 것 같습니다.
볼 때마다 공연 생각이 나고, 공연에서 맘을 찡하게 했던 부분들이 생각나서 참 좋네요.
남자가 뜨개질 한다고 좋게 보지 않았던 어머니도 인형을 프사로 지정하신걸 보니 마음이 다 흐뭇합니다.
집중력 / 인내심을 기르려고 시작했던 뜨개질이 이런 결과를 낳아서 참 기쁘네요.
앞으로도 종종 추억하고 싶은 공연 / 영화 등이 있으면,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장식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벅차네요.
음... 글을 어찌 마무리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얼마 남지않은 오늘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 하루도 좋은 일만 있길 바랍니다.
출처 |
분명 전부 찍은 것 같은데, 제대로 남은 사진이 몇 장 없는 나의 맛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