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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의 난 - 서막
게시물ID : humorbest_10646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썸E
추천 : 149
조회수 : 7203회
댓글수 : 7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5/22 17:07:47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5/22 16:55:32
 
 
 오유가 마시던 술잔을 놓고 스르륵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스르륵은 놓았던 술잔을 들어 꿀꺽 하고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 무슨 근심이 있으신지요? "
 
오유의 물음에 스르륵 (이하 스륵)은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 그대도 알다시피, 요즈음 여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소.
아직 오유국의 정도正道도 완전히 잡히지 않아 걱정이 태산 같은데,
우리의 일 또한 이리 되어 심히 걱정이 크다오. "
 
스륵의 얼굴이 전에 없게 많이 어두워보였다.
 
" 오유, 그대가 더 힘들텐데 내 쓸데없는 소릴했군. "
 
오유는 스륵 아재의 나지막한 말에 가슴이 아팠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남들에게 피해없이 살던 스륵이라는걸 오유는 잘 알았다.
스륵이 걸어 온 맑고 깨끗한 그 길을 알기에
오유는 스륵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 아직 스륵께서는 따르는 이도 많고 시간도 많사옵니다
마음을 굳게 다잡으시어 노력하신다면 그렇게 심려하실 일이 아닌줄 믿사옵니다. "
 
" 그릇이... 이미 깨졌소. 술을 담기에 깨진 그릇은 적합하지 않은거 같구려. "
 
오유는 스륵의 마음이 이미 떠나있는 걸로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달랜다고 달래지거나 본부터 뿌리뽑지 않으면 안될 것을 알기에
섣부른 위로는 더 할 수가 없었다.
 
" 아재... 워낙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분이시니 긴말은 하지 않겠나이다. 다만... "
 
" 다만? 말해보시게. "
 
" 오유국 또한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걸 알고 계시겠지요.
나랏일은 하늘에서 하는게 아닌 국민 모두가 하는걸로 배우고, 아이들 또한 그렇게 가르쳤나이다.
여시와의 전쟁, 그리고 내란으로 상처입고 피를 보았으나 그로 인해 더 굳어진 오유국이었지요.
아이들 또한 그렇게 보고 자랐으니 시간이 더 지나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라고 있을뿐이지요. "
 
오유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내 말을 이었다.
 
" 아재, 여시의 일로 골머리를 썩는건 아재뿐이 아니오니
함께 힘을 더해보는건 어떠신지요
아재의 노련함과 저의 드립이라면 십만여시가 무에 문제가 되겠습니까. "
 
" 자네의 드립이라면...? "
 
스륵이 미덥지 않은 말투로 오유에게 되물었다.
서쪽 지방의 강자 웃대라면 모를까 오유의 드립이라니.
 
" 제가 한 글자를 빼먹었군요, 색色 드립 말이옵니다. "
 
그제야 스륵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점잖은척 고고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변태적인 신사,
그게 스륵이 아는 오유의 실체였다. 그래, 색드립이라면 믿어볼만 하지.
 
" 함께 하시겠습니까? "
 
스륵은 대답 대신 조용히 사진 한장을 오유에게 건내었다.
 
그것은 영롱하게 반짝이는 햇살 속에 뛰노는 처자의 팬티 사진이었다.
 
오유는 스륵 아재의 대답에 만족했고,
앞으로 스며들어올 스륵국의 고화질 사진을 기대하며 남은 술잔을 기울였다.
 
 
 
 
 
 
멀리서 자정을 알리는 징이 울렸다
징 소리에 놀란듯 때를 모르는 닭도 울었다.
"자정이 되었으니 각자가 자정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시오." 하는 소리꾼들의 소리도 들렸다 
 
오유국 娛遊國 (*재밌게 즐기고 노는 국가를 이름*) 은 특별한 법령이 없으나
국민 스스로가 스스로를 벌하고 통제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나라였다.
옛 오유의 시초였던 보바가 건립하며 이르기를
"이 곳에 왕은 없소 나 또한 그대들과 같은 국민이고 친구이며 백정이오." 했다 전해진다.
 
스륵이 오유로 넘어온지도 벌써 여러날이 지났다.
 
간혹 파발로 스륵에게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여시들의 횡포가 나날이 더해진다는 소식도 있었다.
 
며칠간 오유의 환대에 젖어 고향 떠난 아픔도 잊던 스륵이었으나
아직 고향을 완연히 잊은건 아니었다.
 
스륵은 모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붓을 들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그리움이거니와
앞으로 지낼 오유에 대한 보답이라면 보답이랄 수도 있는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속에는 여시女侍에 대한 깊은 미움과 미세하나마 안타까움도 존재했다.
그래도 아직은 어린 것들이라 그 천진난만함을 나무라고 싶었다.
 
 
『 주변의 벗들에게 알리오.
작금의 여시의 행태가 예전과는 비할바 없이 정도가 심하여 글을 올리오
유교의 예와 도를 외치던 선비들이 핍박받았고
부당한 논리를 펼치며 사람들을 이간질 하였소.
예로 부터 아이는 나라의 근본이라 하였으나
그마저 부정하고 기생寄生 한다 칭하니 비통하기 그지 없구려.
과거의 부정행위를 단속하고 그 벌을 엄중히 다루어
다시는 이런 사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오.
바라옵건데 여시 내의 모든 처자들이 잘못한 것은 아닐 것이니
당파와 출신에 관계없이 되바라진 사람에게는 철퇴를
죄를 뉘우친 사람에겐 회초리 정도로 그치길 바라오.
허나 일의 경중을 모르고 만행을 저지르는 자들에겐 자비가 없어도 괜찮다오.
이제는 참지 말아야 할 것이오. 』
 
 
스륵은 붓을 놓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 얼마 안 되는 시간은
이 서신으로 인해 다가올 여파에 대한 묵념과도 같았다.
 
스륵은, 요 며칠 오유국에서의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제는 고향을 잊고 이곳에서 적응할 생각을 하니
암담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얼마든지 감당해 낼 자신이 있는 스륵이었다.
 
스륵은 비루한 몸뚱이지만 오유국의 아재 되기로 깊이 마음 먹었다.
 
스륵이 써 내린 글귀가 전서구를 통해 각 국으로 퍼져나갔다.
 
배북, 디시, 루리, 우대, 글리앙, 죽방, 인밴, 무갤에 그 글귀가 전해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훗날 여시의난女侍之亂 이라 칭해지는 사건의 막이 오른것이다. 
 
 
 
 
-
 
다음 화 예고
 
『 정녕, 피를 봐야만 끝을 내시겠다는 얘기시옵니까. 』
『 내 너의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발본색원拔本塞源 이라 하였다.』
『 아재 ‥‥ 』
 
스륵은 오유의 등을 몇번 두드려주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여시들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간혹 들리는 걸로 봐서는 멀지 않은 곳에 여시가 있음은 분명했다.
 
파르스름하게 날이 잘 선 장도長刀가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스륵의 큰 덩치에 잘 어울리는 칼이였다.
그런 스륵의 뒷모습을 보던 오유는 큰 결심을 한 듯,
머리에 곱게 올려진 갓의 끈을 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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