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과 난쟁이]
{한 청춘의 방황}
쌀쌀한 밤 1시에도 거리는 아직도 막 피어오르는 꽃처럼 아름다웠다.
거대한 빌딩에서는 불빛이 아직도 쏟아져 내리는듯하였고,
네온사인들과 사람들이 모두 섞인듯하여 하나의 장관을 이룬듯했다.
하지만 여기 이 거리에서 일하는 친구와 술 마시러 왔다가
약속이 깨져버린 후 기다리다 지쳐 소주 한 병 먹은 난쟁이는
전혀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청바지에 후드티, 상당히 후덕한 몸집과 흐리멍덩한 눈깔은
이 거리가 하나로 받아주기에는 너무나도 이질감이 느껴진다.
난쟁이는 빌딩 숲과 그 안에 바쁘게 움직이는 구성원들을 본다.
난쟁이는 이곳에 서 있는 것조차 엄두를 못 내겠다.
이 거리의 불빛 하나하나가 난쟁이를 멀리하는 기분이다.
난쟁이는 이렇게 아름답고 특별한 곳에서 무엇을 할지 모른다.
'이 곳은 나 같은 사람이 있을만한 장소가 아니야…….'
난쟁이는 생각한다.
이질적인 빌딩 숲 속에서 헤매다가 저기 앞에
나하고 약속을 한 친구가 보인다.
약속한 친구는 정장을 입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김 모 씨는 약속을 어긴 후 자신보다 잘난 정장 사람들과
낄낄대는 꼴이 눈꼴사나워
순간 울컥 화가 나 달려가서 화를 내고 싶지만
차마 난쟁이는 그러지 못한다.
난쟁이도 이곳에서 받아들여지고 싶다.
우울하고 을씨년스러운 도서관에서만 박혀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밤에도 활발한 빌딩 숲에서 어울리고 싶다.
하지만 난쟁이는 난쟁이의 친구와도 어울리지를 못한다.
검은색 정장 대신에 누리끼리한 냄새가 나는 후드티를 입고 있고
후덕한 몸짓에 구멍이 펑펑 나고 기름기가 좌르륵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자고로 사람은 외모가 아닌 머리 안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정신상태도 난쟁이의 친구가 더 좋다.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어 생긴 나태함과
신입사원의 성실함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이 세상이 난쟁이를 놔두고 간다.
난쟁이가 뒤처져 있는 것도 모르고 계속 간다.
난쟁이는 자신을 조종하고 싶다.
난쟁이는 자기 자신을 조종하고 싶다.
세상이 도망치는 것을 잡아보고 싶지만 난쟁이는 잡을 수가 없다.
이 세상은 난쟁이에 비해 너무나도 크고
난쟁이는 이 거리에 있기에도 너무나도 작다.
난쟁이는 결국 이 거리에서 그대로 쓰러진다.
그러나 아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난쟁이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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