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됐나..

저때는 인터넷이란걸 잘 몰랐음
폰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저때 우리집에 컴이 없었다
아마 컴이 초5때생겼었지..

대신 곤충같은거 좋아해서 막 여러종류 많이 잡고 한번에 놔주고 별지랄 다할때임

같이 만들엇던 톱사는 집앞에서 잡은거엿는데 넓사는 어디서 잡은건지 기억이 안난다

쨌든 톱사가 죽엇음
근데 갠적으로 막 아껴주던 놈이라서 표본으로 만들고 싶엇다
표본은 곤충박물관같은곳 가서 많이 봤지만 어케 만드는지는 몰랏음
표본 하면 걍 핀같은거 꼽혀있다? 정도만 아는 느낌ㅇㅇ

그래도 만들어보기로함
일단 내가아는 지식을 총동원함

그래서 나온 결론이 이거였음
내장이 없어져야 한다

내장은 썩으면 냄새나니까..내장만 없고 속이 비어있으면 어차피 갑충이니까 딴딴하기도 하고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될거라고 생각함

그래서 엄마한테 물어봄

엄마 내장은 어떻게하면 없어져요?
잘라서 빼거나 끓여서 녹이지 근데 그런건 왜묻니

갑충을 자르는건 불가능했으므로 끓이기로 함ㅇㅇ

그래서 친구한테 장수풍뎅이 시체를 하나 얻어옴

그리고 일단 끓였음

보글보글 끓으니까 왠 갈색 물이 막 나왔던걸로 기억함
이게 내장이구나! 싶어서 존나 오래 끓여서 갈색물이 안나올때쯤 건짐
근데 뭔가 좀 흐물흐물한 느낌이라서 햇볕에 말림

결과는 망이었음
존나 시체썩는냄새남

이짓을 아는 아저씨한테 얻어온 톱사슴벌레로 한번 더하고
그것도 망한 뒤에 나는 생각함

냄새가 난다는건 아직 내장이 덜 빠졌다는 건가?

그래서 내 톱사를 데리고 도전을 해보기로 함

끓임
갈색물나옴
건짐

그리고 이번엔 햇볕에 안말리고 냉동실에다 얼려놓음
다시 얼린후에 녹여서 남아잇는 내장까지 빼낼 생각이엇음

그런담에 꽁꽁 얼었을때 다시 꺼내서 또끓임
또얼림

이짓을 반복한담에 모양을 잡아주고 걍 주변에 잇던 스티로폼 잘라서 붙임

그리고 얜 성공했다ㅇㅇ냄새도 안났고 생김새도 ㄱㅊ았음
이때 막 좋아했던 기억이 남
2번째 사진이 걔임

쨌든 이 뒤에 키우던 넓사가 죽음
톱사는 잡앗을때부터 죽을랑 말랑 하던애였는데 얜 왜죽었늠지 몰겠음 좀 오래키우긴 했는데 기억이 안남

톱사로 자신감이 붙은 나는 얘도 표본으로 만들기로 함
그래서 죽은지 며칠 지난 놈을 데려와가지고
전에 했던 짓을 반복함
끓이고 얼리고 끓이고 얼리고.
그리고 톱사땐 작아서 핀을 못꼽았는데 얘는 꼽기로 함

그래서 핀을 들고 딱 꼽을려고 뒤적이는데

ㅁㅊ얘가 갑자기 다리를 까딱까딱거림
존나놀라서 ?????표정으로 있는데 점점 막 여러 다리를 까딱거림
그러다가 조금씩 움직이더라?

ㄹㅇ사슴벌레가 부활함
분명 죽은지 며칠 지난놈이었고 끓이고 얼리고 별지랄을 다했는데.

근데 힘차게는 못움직이고 으이으엉...으엉...같은 느낌으로만 조금씩 움직임

일단 이게 뭔상황인지는 몰겠고 밥을 줘야겠다 싶어서 과일 줌
가족들한테도 보여줌 가족들 다 놀람

결국 다시 키웠는데 좀 오래살음 그뒤로 몇달은 더 살았던걸로 기억한다

끝까지 힘차게는 못움직였고 첨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좀 힘이 없엇음
자주 뒤집혀서 내가 계속 제대로 해주기도 했고..

얘 진짜 다시 죽었을때 울었었음..
혹시나 해서 며칠 기다렸는데 다시는 안살아나더라고.

그래서 표본으로 만들었다
이번엔 못꼽았던 핀도 꼽고..

햐 이게 10년은 된 일인데 방금 방정리하다가 두마리 다 발견했다..
먼지쌓여있길래 닦아주고 다시 전시해뒀다

그뒤로 표본은 안만들어서 아직도 표본만드는 정석이 뭔지 몰름

하지만 뭐 10년지난 지금까지도 상태 괜찮은걸 보니 나쁘진 않았던건가?


오랜만에 옛날기억도 나고 곤충 안키운지 꽤되서 좀 아련하기도 하네

긴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