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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김구라의 진심(기사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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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유경
추천 : 10
조회수 : 8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07 18:20:07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김구라의 진심

김구라가 돌아왔다. 지상파는 아니지만 케이블 방송 tvN ‘택시’를 통해서다. 아직은 슬슬 입을 풀고 있는 수준이지만 그의 복귀에 대한 여론은 많이 누그러졌다. 과오를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 나눔의집에서 봉사도 하고 인세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조급하지도, 불안하지도 않다는 김구라의 눈빛은 신인의 그것이었다.

김구라 하면 독설, 독설 하면 김구라였다. 그가 공중파를 통해 방송활동을 활발히 한 5년 동안 늘 그랬다. 하지만 ‘뜨기 위해서’ 유명인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욕설을 퍼붓던 시절의 김구라와 지금의 김구라는 분명 다르다. 과거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은 져야 했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팔아 먹고사는 방송인이기에 그 무게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게 김구라를 짓눌렀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10년 전의 그 일이 다시 불거졌을 때 망설임 없이 바로 모든 방송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지난 4월 12일의 일이다. 그리고 5개월 뒤 그는 다시 카메라 앞에 섰고, 복귀 기자회견과 인터뷰도 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던 MBC-TV ‘라디오스타’ 복귀는 문화방송 경영진에 의해 시기상조로 일축됐다. 그는 결코 서두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난 5개월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바쁘게 살아온 날들에 주어진 휴식 올해 4월, 김구라에게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총선이 있었고, 오래전 함께 방송하던 당시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출마로 그를 지원하기 위한 동영상을 찍었다. 유쾌한 정치를 실현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두 사람이 쏟아낸 막말에 대한 기사가 끝없이 쏟아지며 선거 한쪽을 장식했고, 김용민은 결국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김구라에게도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방송 스케줄이 잡혀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종군 위안부에 대한 그의 발언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불에 기름을 부은 듯한 상황이었다. 당시 김구라는 MBC-TV ‘세바퀴’, KBS-2TV ‘불후의 명곡’, SBS-TV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 많은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임을 직감했다. 오랜 방송활동을 통해 생겨난 감이었다. 사과와 자숙의 뜻을 밝힌 뒤, 그는 신속하게 물러났다.

“김용민과는 가끔 덕담이나 주고받는 사이였어요. 정치판에 나간다 했을 때 좀 불안했지만 도움 요청이 와서 찍게 된 거죠. 그런데 상황이 좀…. 선거 끝나고 후폭풍이 부는 상황에서 기사가 난 거예요. 보통은 좋은 기사가 났는지 찾아보는데 저는 이상한 거 없나 하고 보거든요. 근데 도저히 버티거나 침묵으로 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그만두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도리였던 거죠. 집사람한테 얘길 했어요. 다시 생각해보라기에 상황이 심각하다고 그랬죠. 생각도 정리할 겸 운동을 하고 왔더니 파급 속도가 엄청 빠르더라고요. 소속사 사장과 김성주씨를 만났어요. 두 사람은 저에게 ‘큰 잘못을 했지만 오래전 일로 그만두는 게 맞냐’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버틸수록 더 보도가 될 것이고, 당시 발언들이 계속 활자화되면 할머니들이 얼마나 불쾌하시겠어요. 그래서 그만둔 거죠.”

가족은 고맙게도 의연하게 대처해주었다.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과연 복귀는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내는 허리띠부터 졸라맸고 동현이는 학교 오가는 길에도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무던한 가족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집사람은 걱정하지 않았어요. 제가 열심히 산 걸 잘 알거든요. 방법은 잘못됐지만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동요하지 않았고 동현이도 엄청 낙천적이에요. 뻔히 노는 걸 알면서 아이한테까지 찾아가서 아빠 뭐 하냐고 묻는 건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애한테 아빠 상황을 심각하게 얘기한 건 아니고요. 안 좋은 일로 방송을 그만뒀다는 건 알았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방송을 했는데 아빠의 상황을 모르겠어요? 요즘 애들이 다 그렇듯이 동현이도 애어른이에요.”

김구라도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 편이다. 처음부터 잘된 경우도 아니고 워낙 사람들의 비난과 눈초리에 익숙했던 것이 도리어 약이 됐다. 기사가 난 당일에도 운동을 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며칠 뒤 다시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한 것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일 수 있다. 사건이 있은 뒤, 지인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는 성격 때문에 멀리 도망치지 않고 직면할 수 있었던 것 같단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주어진 시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간 바빠서 하지 못했던 공연 관람이나 등산을 하거나 지인들과 소소한 만남을 가지며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방송 복귀도 빠른 시일에 해냈으니, 뭐든지 빠르다.

“10년 전에 한 말로 일까지 그만두느냐 하는 반응도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언젠가 주어질 수도 있지’ 그런 마음도 있었죠. 근데 사실 당시엔 그렇게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어요. 가정이 있고, 보통의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수밖엔 없어요. 그럴 때 약한 사람은 놔버릴 수도 있죠. 저도 사람인데 많은 사람 앞에 나서기가 창피하고 민망하죠. 그렇다고 집에 있는 것도 별로…. 방송하면서 8, 9년 정도는 계속 창피한 상황에서 살아온 거예요. 시간이 지나서 무뎌진 것뿐인데. 그런 쪽으로는 트레이닝이 돼 있었을 수도 있죠. 그런 성격 덕분에 복귀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전보다 날렵해진 모습에서 그간 나름 바쁘게 지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음고생으로 살이 빠졌다기보다는 꾸준히 운동을 하며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체중이 3kg 줄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나눔의집을 찾아가 봉사하며 할머니들 말벗이 돼드리고, 주말엔 가족과 가까운 곳에 다녀오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틈틈이 책 「독설 대신 진심으로」를 썼다.

공중파 복귀 불발, 섭섭하지만 이해해 복귀 시기가 공교롭게도 비슷하다 보니 강호동과 여러모로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두 사람은 동갑이기도 하다). 세금 탈루 혐의로 잠정 은퇴했던 강호동은 1년 뒤, 김구라보다 일주일 먼저 SBS-TV ‘스타킹’으로 컴백을 알렸다. 김구라는 강호동을 자신보다 ‘여린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경규 선배가 (강호등이) 저보다 멘탈이 여리다고 하더라고요. 저야 워낙 욕먹는 것에 익숙하지만 그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지인들과 어울리는 자리에도 잘 못 나갔을 거예요. 저보다 여러 면에서 나은 분이라 의식하거나 걱정할 여력은 없었어요. (강호동은) 이번에 컴백하게 됐고 저는 못했는데 섭섭해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죠. 하지만 방송사 입장은 충분히 이해해요. 제 방송에 대해 아직 불편해하는 분도 있잖아요. 오늘도 친한 PD가 공중파에 언제 복귀하냐고 묻기에 ‘그리워하면 언젠가는 만나지 않겠니?’ 그랬더니 형답지 않다며 웃더라고요. 앞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먼발치에서 떨어져서 봐야죠. 통찰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 주변을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이런 변화에는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다. 방송인 김미화의 소개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집을 찾아가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막상 찾아가기 시작하니 점점 편해졌다. 시간이 지나 기자들 발길도 뜸해지자 허물없이 할머니들의 말벗을 해드리며 용서받는 느낌을 알게 됐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사람들은 많이 오지만 꾸준히 오는 분들은 드물거든요. 꼬박꼬박 찾아가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할머니들이 처음부터 제가 예뻤겠어요. 저도 긴장했지만 말씀 듣는 게 좋았어요. 우리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분들이잖아요. 폭격을 맞고 일본군에게 끌려간 이야기는 영화에서나 보던 것이었는데. ‘할머니, 틀니 빼니까 더 귀여우세요’ 이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요즘은 혼자도 가고 가족하고도 같이 가는데, 같이 일하는 매니저가 몇 살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다른(여성) 봉사자를 소개해주신대요(웃음).”

시간이 생긴 덕분에 책도 많이 읽었고, 책도 낼 수 있었다. 다행히 책이 꽤 팔려서 부끄럽지 않게 나눔의집에 인세를 기부할 수 있게 됐다. 그의 모습을 보고 방송인 사유리도 통 크게 기부를 했다. 이 사실은 나눔의집 관계자의 권유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오랜 고심 끝에 복귀작을 ‘택시’로 정하고 프리랜서 선언을 한 전현무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다행히 둘의 호흡도 좋고, 좁은 공간에서 밀도 높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특성상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평이다.

“‘택시’ PD가 같이 하자더라고요. 밖에 나가서 뛰는 거면 안 했을 텐데, 토크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저를 추스르면서 하면 거부감도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시기적으로는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있어요. 기간은 5개월 만이지만 ‘라디오스타’, ‘코리아 갓 탤런트2’ 녹화분이 한 달 더 나갔기 때문에 복귀하기까지의 기간이 더 짧게 느껴질 거예요. 논란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죠. 시간이 지나면 좀 누그러지는 건 사실이니까 그렇게 되도록 더 열심히 방송할 거예요. 저 인간 정신없는, 속된 말로 ‘똘아이’잖아, 이렇게 이해해주면 고마운 거죠. 옛날에는 개차반으로 살았지만 이제 겨우 어렵게 길을 잡았는데 계속 막돼먹은 행동을 하고 개판을 치면 누가 절 쓰겠어요.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니지만 말하는 것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요.”

김구라, 이렇게 달라졌어요 표현은 여전히 직설적이고 거침없지만 말의 내용은 달라졌다. 그는 현재 찾아온 기회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겸허한 태도로 임할 생각이다. 그런 변화는 누구보다 시청자들에게 먼저 감지된다. ‘독설’이 그의 매력이자 차별화 포인트이니 완전히 착한 캐릭터로 변신할 순 없겠지만 과하지 않은 선에서 합치점을 찾아갈 것 같다.

“거친 말을 내뱉던 10년 전의 김구라와 지금은 많이 다르죠. 제 시간에 가고 스태프들에게도 관심 가져주고 선배들께도 인사 꼬박꼬박 하고, 그런 게 쌓이면서 예전에 제가 많이 편협했다는 걸 느껴요. 잘 안 되던 시절, 바깥에서 본 연예계의 모습을 추측하고 왜곡해서 방송을 하고 욕을 하고. 실상을 못 보고 잘못한 거예요. 그런데 그때의 제 모습을 원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시대가 변해서 독설이 통용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지요. 종편에서는 제의가 많이 오는데 차근차근 풀어나가려고요.”

변화는 또 있다. 사람들의 말을 좀 더 귀담아듣게 됐다. 예전 같으면 중요한 사항이라도 결론을 낸 뒤에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었다. 방송 중단 때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소속사 대표나 아내의 말을 흘려듣지 않는다. 소속사 식구들에게도 진지하게 조언을 했다. 원하는 바나 불만이 있으면 차라리 얼굴을 맞대고 하라고. 본인이 변했기 때문에 듣는 사람도 더 잘 들어주는 것 같다. 책을 내고 강연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경험이 자신감의 바탕인 된 셈이다.

“요즘은 사인회 대신 강연을 한대요.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는데 지금은 편안해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강연이 있어요. 제 이야기를 들으러 오시니까 감사해요. 끝나고 사인해달라고 하면 옛날에는 안 그랬을 텐데 지금은 고맙죠. 예전엔 팬들 95%가 남자였는데 요즘은 절반 이상이 여자분이에요.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죠(웃음). 지금은 일하는 자체가 감사해요. 꾸준히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요. 늘 사랑받지는 못했으니까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낫잖아요. 그렇게 살려고요.”

땀 흘리는 시간, 차를 타고 가면서 음악도 듣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시간들에 감사하게 된다. 가끔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면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낼 수 있다. 적어도 그때만큼 힘들지는 않으니까.

“월세 살고, 집사람은 식당에서 일하고, 아버지는 편찮으셨을 때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뭘 해도 그때보단 나으니까. ‘아니면 말지’ 이런 마인드를 사람들이 좋아해요. 긍정적인 건 아니고,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거예요. 사실 6, 7년 동안 매너리즘에 좀 빠져 있었는데 지금이 가장 파이팅 넘치던 때의 마음인 것 같아요. ‘택시’와 ‘화성인 바이러스’를 통해 제 진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켜봐주세요.”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안진형 (프리랜서) ■헤어&메이크업 / 최수지 ■스타일리스트 / 최미희(이미지디자인연구소)>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date=20121107&rankingSectionId=106&rankingType=popular_day&rankingSeq=6&oid=145&aid=00000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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