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이별 그리고 젤리
게시물ID : travel_106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딴
추천 : 2
조회수 : 86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3/07 10:08:27
안녕하세요. 

제가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 돌아오며 생긴 일입니다.

글은 편하게 쓸게요~


9개월의 시간.

언젠가 올 거 라고는 생각 했지만 막상 다가오니 실감이 안 났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이 아니면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9개월의 시간은 이런 생각들을 바꾸기에 충분한 거 같았다.

무엇보다 후쿠오카에 혼자 남아있을 여자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아팠고 

이런 상황 속에 집안에 조금 사정이 있어 자유롭게 일본에 갈 수 없다는 것도 마음이 아팠다.

여자친구는 출발 당일 날 아침에 우리 집에 왔다.

편의점에서 우리가 찍은 사진들을 인화한 뒤 

평소 매일과 같이 이불에 엎드려서 앨범을 꾸몄다.

각 사진마다 제목을 붙이는데 내가 사슴벌레를 그려 주었다.

같이 있으면 너무 행복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사람 

이제 먼 시간 이별해야 한다는 게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고 집을 나왔다.

커다란 캐리어 하나. 분해한 자전거를 넣은 가방 하나, 또 기내에 반입할 큰 가방 하나, 내 가방까지

또 여기에 수화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투란 외투는 다 껴 입었다.

겨울이었지만 땀이 엄청났고, 짐이 너무 무거워 가다 쉬었다 가다 쉬었다를 반복했다.

7살 연상의 그녀, 마지막까지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아 너무 내 자신이 싫었다.

남자 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매번 생각 같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같이 울고, 같이 웃고, 화들짝 놀라고 보여주고 싶지 만은 않은 모습들

그렇게 공항에 도착하고

울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또 내가 먼저 터트리고 말았다.

국내선이랑 국제선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바보같이 울었다.

여자친구도 같이 울었다.

그렇게 도착하고 짐을 부치는데 만 칠천엔이 나왔다.

돈 아낀다고 배로 1만엔 가까이 보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직원이 시간이 없다고 바로 탑승하라고 한다.

눈물이 또 미친 듯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친구도 있어서 정말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부끄럽게 공항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정말 하염 없이 울었다.

서로 잘 지내라는 인사를 주고받고

입국장으로 들어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기계에 내 가방을 넣었다.

그리고 직원이 가방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본에서 포장 다 뜯어서 바가지에 넣어 놔서 

미친 듯이 먹고 또 먹고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먹고

그것도 모자라 일하던 가게에 가져가서는 냉동실에 얼려 먹고 다같이 나눠 먹고 질릴 법도 한데

한국 가서 또 먹으려고 넣어둔 곤약 젤리가 있었다!!!!



액체류만 안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젤리도 안되는 건 줄 처음 알았다.

직원이 여기서 먹어도 좋다고 하는데

눈물 콧물 범벅에 그리고 눈콧을 제외하고도 보통 사람이면 먹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먹으려고 주려고 했는데

밖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주고 와도 좋다고 했다.

밖에서는 여자친구와 친구가 무슨 문제라도 있나 하고 아직 지켜보고 있었다.

음....


방금 눈물의 이별을 했는데

이렇게 주고 와야 하는 건가 

언제나 이런 2퍼센트 모자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내 운명인가 보다 하고

젤리를 들고 나가 눈물 자국으로 범벅 된 여자친구에게는 사과맛

친구에게는 포도맛을 주었다.

ㅋㅋㅋㅋㅋㅋ

두 명은 어이없이 웃고

나도 어이없이 웃고

다행히 엉덩이에 뿔은 안 났고

눈물의 이별과 젤리를 뒤로 한 채

나는 한국에서 복학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우리는 그저께 100일이 되었다.

길지만 앞으로 사귈 날을 생각하면 짧은 시간

그런 앞으로의 미래의 계단 하나를 밟은 거 같아 기쁘다

언제나 부족한 내 모습을 사랑해 주고 이해해 주는 

내 여자친구를 너무 사랑하고 고맙다


사랑해 아야♥ 언제나 고마워   


20150307_0957027.jpg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